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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이웃을 위해 기도하라'

로마 한달살이(2015-16)_교황 일반 알현

by limstory

나는 공식적으로는 무교이며, 마음으로는 불교 신자이다. 어쩌면 공식적으로도 불교 신자인지 모르겠다. 대학생 때, 불교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하며 삼천배도 하고 법명도 받았다. 가족들과 사찰에 가면 대웅전에 들어가 삼배를 올리고, 적은 돈이나마 시주를 한다.

시골에서 자라던 어린 시절, 가까운 절에 발복 기원을 다니시던 부모님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교회나 성당보다는 절에서 마음의 평화를 얻고는 했다. 나는 그것이 나에게 있어서는 종교적 입장이라기보다는, 일종의 문화적 입장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로마에서 한달살이를 하던 당시, 그곳의 사상과 문화를 접해보고 싶어서 종교적 입장과는 상관없이 '교황 일반 알현 Pope's General Audience'을 신청하게 되었다.


일반 알현은 매주 수요일 10:00에 산 피에트로 광장에서 열리며, 교황이 직접 광장으로 나와 신자들을 만나기 때문에 일찍 가면 가까이에서 교황을 볼 수 있다. 입장권(무료)은 교황궁이나 산타 수산나 성당에서 발급하는데, 교황궁은 우편, 팩스, 방문(알현일 전날)을 통해 접수받으며, 산타 수산나 성당은 홈페이지에서만 접수를 받는다. 단, 교황의 일정에 따라 변경될 수 있으므로 홈페이지에서 미리 일정을 확인하자. ('이탈리아 데이' 참고)


신청한 지 3~4일 후, 아이들과 로마의 박물관 안을 어슬렁 돌아다니던 나는 '접수가 완료되었으니, 알현 전날 산타 수산나 성당에 와서 티켓을 찾아가라'는 메일을 받았다.

시간에 맞춰 산타 수산나 성당에 방문했다. 수녀님께서 티켓을 전달해주시며, 10시에 시작하지만 8시부터 문을 열고 좌석이 빨리 차니, 7:30쯤에는 도착하는 게 좋겠다는 말씀도 해주신다.

산타 수산나 성당 앞에서.._카피톨리노 박물관을 돌고나서 지친 아이들
성당에서 받은 티켓 세 장

알현 당일, 8:30쯤 성 베드로 광장에 도착했고, 따로 마련된 실내 공간으로 찾아갔다. 각국의 단체 관람객들을 위해 각 나라의 언어로 환영인사를 해주자, 이름이 호명된 단체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드디어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오셔서 말씀을 전해주시고, 각국의 언어로 안내를 해주신다. 우리나라 말은 없어서, 영어만 조금 알아들을 수 있었다.


종교가 없는 사람들도 가족과 이웃을 위해 기도를 하면 된다는 말씀을 해주신다. 하나님의 무한한 사랑과 자비로운 은혜가 함께 하길 바란다는 말씀도 해주신다. 종교는 다르지만, 그 메시지는 인류애적인 것이라 마음이 편안해진다. 대학생 때 삼천배를 하면서, ‘간절히 원하는 것이 있으면 이루어진다’고, 각자의 마음에 기도 하나를 가지고 삼천배를 하곤 했었다. 당시 선배님들이 '인류의 평화'를 기원한다고 하면, 어렸던 신입생의 마음에 그게 도무지 뜬구름 잡는 소리 같았다. 나의 부와 명예, 행복이 아니라, 인류의 평화라니?! 그런데, 이제 내 머릿속에도 인류의 평화가 먼저 떠오른다. 인류의 평화를 위해 기도하고, 함께 노래를 흥얼거렸다. 마지막에 나지막이 '아멘'이라고도 했다. 종교는 다르지만, 사람이 함께 모여 사는 세상에서 우리 모두 하나 되는 희망을 가지고 서로의 행복을 노래하는 것이 참으로 아름답게 느껴졌다.


알현을 끝내고 나오니, 하늘에서 내려오는 빛줄기가 더 영험하게 느껴진다. 모든 이에게 동등하게 내려오는 이 빛처럼, 온 세상의 사람들이 행복하면 좋겠다고, 나 또한 온 인류의 평화를 소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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