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싫어했던 당신에게
엄마의 눈으로 당신을 볼 수 있게 됐어
당신을 싫어하기도 하고 우습다 생각한 적도 많았는데.
언제나 완벽하게 세팅한 외모, 그러나 그에 비해 너무나 뻔히 눈에 보였던 허술한 거짓말들. 그런 당신과 일하는 게 뭐랄까...내 얼굴까지 붉어지는 기분이 든 적이 많았어. 왜 저렇게 사는 걸까, 아무리 이해하려 해 봐도 잘 모르겠더라고.
나와 같은 팀이니까 게다가 당신이 팀장이니까, 당신과 같은 취급을 받고 싶지 않아서, 당신의 행적에 대해 수군거리던 사람들에게 직설적인 말로 쏘아붙이며 당신의 편을 들어준 적도 있었지. 그렇지만 마음 맞는 사람들과 당신을 뒤에서 욕한 적이 훨씬 더 많았던 건 사실이야.
미운 정이라도 든 건지 호기심인 건지, 그 회사를 그만둔 지 10년이 되도록 당신이 뭐하고 지내나 궁금하기도 했어. 예쁜 외모, 남다른 야망, 그러나 그 야망이 너무 빤히 들여다보일 만큼 영악하진 못했던 것 같은 사람.
근데 오늘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당신이 내 딸이었다면... 빈틈없이 보이려고 매일 과하다 싶을 만큼 완벽한 외모 치장을 한 채 집을 나서고,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걸 알면서도 눈 질끈 감고 삭이는 모습이 너무 안쓰럽게 보일 것 같더라.
어떻게든 주목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어서 나름의 잔꾀도 부리고 거짓말도 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내 딸이라면 내가 준 사랑이 부족해서는 아닐까 내가 만족스러울 만큼 못해주고 키워서 그러는 건 아닐까 마음이 아릴 것 같더라고.
잘 지내고 있는지 가끔 궁금해. 나는 엄마가 되어서 전보단 마음이 조금 넓어진 것 같아. 엄마라는 타이틀이 하나 더 추가되고 나니 바라보는 시각도 하나 더 추가돼서 이젠 당신을 다르게 바라볼 수 있게 됐어.
지금 생각하면 참 예쁘고 열정적이었던 당신, 피곤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건 여전하지만 그래도 잘 지내고 있길 바라. 언젠가 우연히 만나면 전보다 따뜻하게 인사해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