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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비건에게 감사한 이유

비건은 아니지만, 비건푸드를 찾아 헤메는 엄마

by 임수정

나는 비건이 아니다. 내 아이도 비건으로 키우고 있지 않다. 하지만 비건 푸드를 유심히 찾아보고 부지런히 사다 먹어보는 편이다. 우유, 계란 알레르기가 심한 아이에게 모든 동물성 성분을 배제하는 비건 푸드는 가장 안전한 식품이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우유, 계란 알레르기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가장 안타까웠던 것 중 하나는생일 케이크를 사줄 수 없다는 점이었다. 케이크 뿐일까, 우유와 계란과 버터가 듬뿍 들어가는 맛있는 빵들을 하나도 맛보게 해줄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 마음 아프고 미안했다.


그러던 어느 날, 불현듯 '비건'이라는 단어가 생각이 났더랬다. 어릴 때부터 별로 고기를 좋아하지 않았던 나는 아주 잠시 채식을 해볼까라는 생각도 해본 적이 있었다. 그때 채식에도 단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우유도 계란도 먹지 않는 온전한 비건이 되기란 쉽지 않은 일일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내 아이가 우유, 계란을 먹지 못하는 아이라는 것을 알고 나니, 비건들을 위한 대체식품을 찾아보면 아이에게 먹일 수 있는 음식의 폭이 넓어지지 않을까 라는 희망을 품게 되었다.


아니나다를까, 비건이라는 단어 뒤에 음식명을 붙이면 수많은 대체 식품들을 만날 수 있었다. 비건빵, 비건 케이크, 비건 마요네즈, 비건 치즈, 비건 피자, 게다가 우유와 계란이 피부에만 닿아도 두드러기가 나는 아이가 안전하게 쓸 수 있는 비건 화장품까지...비건 시장이 이렇게나 열심히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아이에게 일반 케이크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 없는 예쁜 비주얼과 훌륭한 맛의 케이크, 빵을 먹여줄 때마다 나는 세상의 모든 비건들에게 너무나 감사하다는 말을 되뇌이곤 한다. 그들의 동물을 지켜주고자 하는 신념이, 환경을 지키고자 하는 신념이 동물과 지구뿐 아니라 알레르기를 앓고 있는 누군가에게까지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결과를 낳은 것이니까.


비록 나와 아이는 고기를 끊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비건 푸드를 열심히 소비하며 비건 시장 확대 및 비건 푸드의 훌륭한 맛과 신념에 대해 여기저기 알리는 노력은 꾸준히 하려 한다. 그리고 언젠가는 나도 일주일에 한 두 번은 비건식을 실천해보겠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다. 지금은 우유, 계란을 못먹어 유독 키가 작은 아이를 위한 음식을 준비하느라 미루고 있지만...


선한 의도는 애초에 의도한 결과뿐만이 아니라 의외의 또 다른 선한 결과를 낳기도 한다. 내가 아이의 알레르기를 케어하며 보내는 하루하루가, 또 이를 기록하는 내 작은 노력들이 내 눈에 보이진 않아도 어디선가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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