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이란 말만 들어도 눈물이 나는걸...
아이를 식탁에 억지로 앉힐 수는 있어도, 억지로 밥을 씹어 삼키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오히려 윽박지르면 반감이 생겨 입을 더 꾹 다물어버리는 것이 아이들, 아니 아마 어른들도 같지 않을까.
내가 존경하는 우리 아이 어린이집 선생님은 정말 지혜롭게 이 문제를 해결하신 분이다. 아이가 식판에 있는 음식을 깨끗이 싹싹 먹고 가져오면 "밤하늘의 별을 따서 너에게 줄래~"이 노래를 불러주신다고 한다. 이게 뭐라고, 아이들은 경쟁이라도 하듯 깨끗이 먹은 식판을 들고 와서 노래를 불러달라고 한다고. 밥을 한 번 리필해서 두 번 싹싹 먹으면 "별을 두 개 따줄래~"로 개사해준다고 한다.
입이 짧은 우리 아들은 내심 노래가 듣고 싶지만 다 먹는 일이 쉽진 않았는지 집에서 나에게 이 노래를 불러달라고 한다. 강요도 처벌도 없이 자발적으로, 기쁜 마음으로 먹게 만들다니 그 지혜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게다가 금전적이거나 달콤한 간식이 아닌 '노래'가 그 보상이라니! 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것이 참 교육이다.
어제 남편과 점심을 먹으러 쇼핑몰에 갔는데 졸업식인지 무엇인지 꽃다발을 든 아이들이 꽤 많이 보였다. 우리 아이도 나중에 어린이집 졸업하면...이라고 말하다가 목이 메더니 눈물이 또르르 나왔다. 담임 선생님과의 이별 장면이 문득 상상되면서 이런 선생님을 또 만날 수 있을까...싶어 아쉬움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1년마다 겪는 선생님과의 이별은 아이뿐만 아니라 엄마인 나에게도 목이 메는 일이다.
어릴 때 어지간히 울보였던 나는 열 몇살이던 어느 날, 더 이상 이렇게 울보로 살 순 없다고 생각하고 독하게 살자고 마음을 먹었었다. 그 뒤로 웬만하면 울지 않으려고, 마음을 차갑게 유지하려고 무던히 애를 써서 울보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그런데 서른 몇살이 넘어 마흔에 더 가까워진 지금은 왜 이리 툭 하면 눈물이 샘솟는지 모르겠다.
날 닮아 울보인 우리 아들이 형님반에 가면서 선생님과 이별해야 한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3년 다닌 어린이집을 졸업할 때는 그 조그만 마음이 얼마나 슬플지...내가 지금 알고 있는 것들이 자동으로 너에게 동기화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부질없는 생각이 요즘 들곤 한다. 그러면 살아가는게 조금 더 쉬워지고 상처도 덜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이런 어리석은 생각 때문에 부모들은 많은 실수를 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