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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수정 Oct 28. 2022

나를 너무 약하게 보지 말자

용기는 희망의 또 다른 이름이니까 

귀한 자식일수록 강하게 키우라고 한다.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아이들은 훨씬 더 강하고, 많은 잠재력을 품고 있다는 것이다. 씨앗에 흙을 너무 두껍게 덮어버리면 싹이 밀고 올라올 수 없듯이, 과잉보호하면 아이의 씨앗이 싹트는 것을 방해할 수 있다고 한다.


나는 나를 과잉보호하는 편이다. 어느 정도냐 하면...무서운 놀이기구는 타지 않는다. 케이블카를 탈 때도 바닥이 투명한 것은 절대 타지 않는다. 리프트를 타고 올라갈 때는 손잡이와 기둥을 양 손으로 꼭 잡고 탄다. 이건 웃자고 한 예고, 나는 내가 나를 아끼지 않으면 남도 나를 아끼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때문에 적당히 눈치 없는 척도 하고, 힘들면 힘든 티도 내면서 나의 건강과 안위와 평안을 적극적으로 추구한다.


며칠간 빠져 있던 우울의 늪에서 슬슬 빠져나와 갈 무렵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문장들이 마음에 박혔다. 귀한 자식일수록 강하게 키우라는 말이 갑자기 왜 들렸는지. 내가 나를 너무 귀하게 여겼나? 생각보다 나는 더 많은 것들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인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내 문제가 너무 크게 느껴지고 내 아이가 제일 심각한 것처럼 느껴졌지만, 실제로는 그게 아니다. 우유, 계란 알레르기는 밀 알레르기나 쌀 알레르기에 비하면 먹을 수 있는 음식의 범위가 훨씬 더 넓은 편이다. 또 상대적으로 더 흔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좀 더 쉽게 이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밀, 쌀, 소고기와 같은 알러지는 "그런 알러지도 있어요?"라는 말을 수시로 들을 것이다. 남들이 이해 못하는 것을 이해하려 설명하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지쳐서 입을 열고 싶지 않게 된다. 


엊그제 아이랑 뮤지컬을 보러 다녀왔다. '호기심딱지'라는 EBS 프로그램의 뮤지컬인데 볼거리가 화려했다. 주된 메세지는 사랑, 용기, 우정...등이었는데 "용기는 희망의 또 다른 이름이니까"라는 대사가 여러 번 나왔다. 아이가 알러지가 없어질거라는 희망을 내려놓았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희망을 내려놓은게 아니라 희망의 또 다른 얼굴인 용기를 선택한 것 뿐이었다. 지금 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감당하는 것, 바로 나와 아이, 우리 가족의 일상이 평화롭게 유지될 수 있도록 물밑의 백조 발처럼 바쁘게 움직이는 것이다.


스무 살 때는 어른이 되면 매일매일 신나는 일들이 벌어지고 마치 시트콤같은 하루하루를 보내게 될 줄 알았다. 그래서 별 것 없는 하루하루가 반복되는 것이 오히려 어리둥절하게 느껴지고, 나만 이렇게 시시한 삶을 사나?라는 고민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 일 없이 어제와 똑같이 흘러가는 하루하루가 그저 감사하다. 아이가 음식 사고 없는 하루를 무사히 보내고 잠자리에 드는 것, 자다가 두드러기 올라오거나 하지 않고 아침까지 푹 자는 것이 그저 행복이다. 그리고 이 행복은 내가 최선을 다해 노력해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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