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잘 쓴 글이 더 많은 돈을 불러올까?
글을 쓰는 일을 직업으로 삼은지 꽤 되었다. 온라인 매체 기자로 시작해 경제지도 거치고, 마케팅 대행사에서도 에디터로 일했으며 지금은 프리랜서로 애드버토리얼도 쓰고 마케팅에 필요한 블로그 컨텐츠들도 쓴다. 수입이 많지는 않았어도 글만 써서, 아니 글을 주 업무로 해서 먹고 살아왔다.
글이라는 것이 참 웃기다. 잘 쓴 글은 어떤 글일까? 어떤 필드에서 사용되는 글이냐에 따라 그 기준이 천차만별이다. 기자로 일할 때는 문장 호흡이 길면 안되고 팩트를 명확하게 드러내는 글이어야 했고, 마케팅에 쓰이는 글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낚을 수 있는 글이어야 했다. 최근에는 블로그 마케팅 원고를 쓰는데,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많이 검색되는 키워드가 최소 몇 회 이상 반복되는 글이어야 한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글의 기승전결이나 매끄러운 문맥, 적절한 표현이 문제가 아니라 어색하더라도 검색 엔진에 잘 노출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시나 소설 같은 분야는 언감생심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다. 내가 감히 도전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너무나 어렵고, 그야말로 글로 '예술'을 하는 경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요 며칠 이런 저런 글들을 읽다가 시인들이 시 한 편에 받는 고료가 터무니 없이 저렴한 가격이라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물론 인지도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겠지만, 전업 시인이나 전업 작가라면 '글'만 써서 먹고 살기는 불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만 써서 먹고 살려면 글로 작품을 만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야 한다. 보내준 자료들을 읽고 잘 요약해서 기승전결에 맞게 적절히 배치해 주면 그에 상응하는 기사료, 원고료를 받는다. 문학작품을 찾는 사람은 적지만, 소비자들에게 보여줄 기사와 블로그 컨텐츠를 필요로 하는 회사들은 많다. 그래서 그렇게 한 건씩 두 건 씩 쓴 돈을 모으고 모아 어찌저찌 생계는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이 된다.
그런데 이렇게 생계를 위한 텍스트를 생산하는 나날들이 이어지다 보면, 나는 과연 언제 내 글을 써볼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나에게 글이라는 것을 쓸 수 있는 에너지가 한정되어 있다면, 생계를 위한 글들을 써내느라 다 소비해버려 결국에는 내 글을 쓸 에너지는 남지 않게 되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마음에서 피가 나기 시작하고 나서야 내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알레르기, 아나필락시스 쇼크를 겪으며 아이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히고 나서야 토해내듯 글이 나오기 시작했다. 마음 속이 너무 깜깜하고 아득해져 숨이 쉬어지지 않을 때 마음 속 피를 찍어 쓰는 마음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시인들의 글도, 작가들의 글도 아마 저마다 마음 속 심연을 허우적대고 숨이 막혀오는 두려움을 느끼고 나서야 비로소 나오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해서 탄생한 글들이 물질적인 대가로 치환되었을 때, 그 대가가 안정적인 생계 유지조차 어려운 수준이라면 그 마음이 얼마나 막막할까 싶다.
기존에 썼던 글들을 모아 책을 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막상 책으로 엮자니 과연 내가 쓴 글들이 누군가에게 어떻게 가 닿을지, 나의 부족함과 모난 치부들이 드러나 정을 맞게 되지는 않을지 두려워 선뜻 진도가 나가질 않는다. 글이라는 것은 정말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