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겐 너무 위험한 모닝빵
우유 경구유발검사가 실패로 끝나고, 약 한 달이 지나 이번엔 모닝빵 경구유발 검사를 하게 되었다. 모닝빵에는 아주 적은 양의 우유와 계란이 들어가고, 한 번 구워져 나오기 때문에 좀 더 안전하게 경구유발검사 및 면역치료를 진행할 수 있다. 늘 같은 제품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병원에서 지정해준 파리*** 모닝빵을 사들고, 항히스타민제와 젝스트를 챙겨 집을 나섰다.
검사 두 시간 전부터 금식을 해야 하기 때문에 최대한 배불리 먹여두었지만 그새 소화가 되었는지 아이는 배가 고프다고 칭얼댔다. 혈압을 재고, 선생님이 정해준 양을 정해진 시간에 먹어야 하는데 그 전부터 빨리 먹고 싶다고 난리였다. 첫 시작은 모닝빵 8분의 1조각이다. 4등분 한 조각을 또 반으로 잘라 준비해둔다. 처음엔 입술에 묻혀본다. 우유를 묻혔을 때와 달리 많이 가려워하거나 붉어지지 않았다.
첫 8분의 1 조각을 먹였다. 아이는 맛있다며 "난 아무렇지도 않은데?"라고 허세를 부렸다. 혀가 따갑다고 울지도 않았다. 30분이 지나도 괜찮아 보이자 8분의 2조각을 먹이게 되었다. 아이는 이번에도 자신은 괜찮다며 태연히 휴대폰 게임을 했다. 우와, 모닝빵은 희망이 보이는구나! 남편에게 메시지를 보내며 내적 환호를 질렀다.
아이는 게임을 하다가 졸립다며 소파에 누운채 잠이 들었다. 나도 스마트폰을 보며 잠시 쉬고 있었다. 그런데, 자던 아이의 목에 무언가가 보인다. 두드러기다. 먹인지 1시간이 넘었는데 그제서야 두드러기가 올라온 것이다. 검사실에 있던 선생님께 말씀드리니 아직은 괜찮은듯 하니 조금 더 심해지면 그 때 약을 먹이자고 했다.
하지만 아이가 잠에서 깨어 긁기 시작하면서 두드러기는 급속도로 커지고 번지기 시작했다. 아이는 등, 허벅지, 엉덩이, 목 할 것 없이 온 몸을 긁기 시작했다. 전신에 퍼진 두드러기를 보신 선생님은 지금 약을 먹이자고 하셨다.
평소 실수로 혀가 약간 따가운 정도의 우유, 계란 성분을 먹었을 땐 약을 먹이고 15분 정도 지나면 제법 가라앉는다. 하지만 이번엔 잘 가라앉지 않았다. 결국 교수님께 가서 급히 보여드리니 덱사(스테로이드) 주사를 맞는게 나을 것 같다고 하셨다. 주사를 맞으며 아이는 많이 울었고, 그 뒤에도 두드러기는 한참동안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뒷목은 하도 긁어서 피가 났다.
오후 1시반에 시작한 검사는 6시가 다 되어서야 끝났다. 선생님께서는 그래도 가라앉아가고 있으니 집에가서 오후 7시에 약을 한 번 더 먹이라 하셨다. 그리고 아무래도 면역치료는 할 수 없겠다고 하셨다. 너무 두드러기가 심하게 올라왔고, 아이가 아직은 많이 어리니 조금 더 지켜본 뒤 치료를 하자는 말이었다. 학교 들어가기 전에 1년 동안 열심히 모닝빵으로 면역치료 해서 조금이라도 나아지게 해주고 싶었는데, 결국 12월에 다시 피검사를 할 때까지 계속 우유, 계란을 차단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차라리 마음이 홀가분하기도 하다. 그 동안은 '면역치료를 해야하는데....아이가 잘 버틸 수 있을까...무엇보다 또 면역치료 하다 응급상황이 오면 응급실도 먼데, 내가 그 상황을 또 감당해내며 버틸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망설임이 컸다. 할 수 있는데 내가 하지 않고 있다는 생각에 자책도 컸다.
하지만 아예 치료를 시도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판정을 받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가볍다. 안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 되고나니 무거웠던 마음을 내려놓게 된 기분이다. 12월에 피검사를 하고 나면 어떤 결과를 받아들게 될까...나는 또 울면서 버스를 반대로 타고 한참을 빙빙 돌게 될 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