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장면집

좋은 글

by 글임

내 만족에서 시작한 글쓰기이지만 꾸준히 읽어주시는 분들이 생겼다. 잘 키운 생각이 손을 통해 여기저기 말을 건네고 다니는 걸 보니 열심히 적은 글들을 보며 뿌듯하기도 하고, 여전히 나는 잘 쓰고 있는지 고민스럽기도 하다. 내 글은 좋은 글일까,


‘좋은 글은 뭘까’ 고민해 본다. 많은 의미를 꾹꾹 담아 화려하게 꾸며낸 글일까, 가능한 어려운 단어들로 점철된 글일까, 그런 기준이라면 내 글을 썩 좋은 글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화려한 문장, 어려운 단어들과 나는 별로 친분이 깊지 않다.


오래 쓰고 싶은 마음에 내 나름대로의 규칙을 정했다. 어차피 읽기 위해 쓰는 것이 아닌가?


첫 번째, 좋은 글은 읽기 쉬운 글이다. 언젠가, 맛있는 밥을 해주고 싶어서 하얀 쌀에 잡곡을 넣고, 그 위에 버섯이며, 감자며, 갖은양념을 더해 따뜻한 밥을 동생들에게 내놓은 적이 있다. 예상하듯, 그 밥은 거의 다 버렸다. 맛을 더하려 이것저것 넣다 보니 밥의 본분을 잊어버린 것이다. 글이라고 다를까, 휘황찬란한 단어들로 애써 문장을 꾸며 놓아도 읽히지 않으면 버려지고 만다. 밥은 언제나 하얀 쌀밥이 가장 맛있다. 잡곡을 조금 섞으면 몸에 좋다 하니, 그 정도는 괜찮을지 모른다.


두 번째, 좋은 글은 이해가 잘 가는 글이다. 어느 날 어린 동생에게 동화를 읽어주다가 나도 모르게 커다란 곰이 곰인형을 가지고 노는 모습을 상상했다. 작은 아이와 큰 곰이 곰인형으로 친구가 되는 동화내용이었는데, 글을 잘 읽지 못하는 동생도 이해할 수 있었으니 분명 글의 본분을 다 하고도 남았으리라.


세 번째, 좋은 글은 쓰는 이를 닮은 글이다. 사람마다 각자의 인향이 있는 것처럼, 말에도 고유의 연향이 있다고 한다. 한 사람이 쓰는 말과 문장은 그 사람을 닮아 저만의 향기를 읽는 이에게 남긴다. 온갖 좋은 향을 다 가져다 놓으면 머리가 아프기 마련이다. 아무리 좋은 향이라도 섞이면 제 본분을 잊고 불쾌함을 자아내기 마련이다. 투박하고 거칠더라도 그것이 제 것이라면 나름의 매력이 생긴다. 그 잔향이 맡음직한가는 그다음의 이야기이다.


무릇 옷도 내 몸에 잘 맞아야 자주 찾게 된다. 덕분에 옷장에 있는 검은색 니트는 보풀이 자주 일어난다. 글이라고 다르겠는가,


그간 쓴 글을 돌아본다. 읽기는 쉬웠을까, 이해는 잘 갔을까, 그래도 “글만 봐도 네가 쓴 줄 알겠다.”라고 하는 사람이 있는 걸 보니, 날 닮은 글을 쓰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다. 나는 앞으로도 꾸준히 쓰려한다. 살기 위해, 잘 살아가기 위해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