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이 된 소년
철원의 한 산골에 있는 철조망 안쪽, 2층에 누워 있던 한 소년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한다. “괜찮아, 오늘도 수고했네. 잘했다.”
모두를 떠나 홀로 내팽개쳐진 부대에 가기까지 하나의 산과 두 개의 철조망을 거쳐야만 했던 그때의 나는 강한 마음을 먹어야 했다. 누구나 지나가는 길목에 멈춰 서고 싶지 않았다.
나의 세상과는 전혀 다른 곳에서, 나 또한 이방인이 되지 않도록 군화를 조이고 외피를 껴 입었다. 반듯이 잘린 머리카락과 굳은살이 배긴 손가락이 원래의 내 모습과 같이 익숙하게 느껴졌다.
서로의 얼굴을 알아차릴 수 없을 만큼 짙은 어둠이 내려앉으면, 종일 조이던 신발을 벗고 겹겹이 껴입은 옷을 벗고 침대에 눕는다. 그럼 나는 다시 외로운 소년과 마주한다. 문득 거울 속의 나와 닮은 눈이 보인다. 몸은 커버렸지만 내 안에는 미처 자라지 못한 내가 있었다.
하루를 마치고 새벽잠에 들기 전 문 앞에 선다. 내려앉은 어둠 속 둘러싼 나무 사이로 달빛이 내려앉더니 은빛으로 빛난다. 둥근 철조망 안으로 다시 돌아간다.
다시 만난 아이와 포옹한다. “괜찮아. 수고했어. 오늘도 잘 살아냈어. 너는 혼자가 아니야.” 배시시, 웃는 모습이 썩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