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말, 말
낯선 단어를 만나면 사전에 꼭 검색해 봐야만 직성이
풀린다. 의뭉스럽다던지, 희끄무레하다던지, 풍염하다던지, 일상적인 대화에서 주로 쓰이지 않는 단어들은 가지고 있는 매력이 적잖다. 누가 ‘나이가 이렇게 들었는데 여즉 처음인 게 있어 즐겁다.‘던데, 어쩌면 나는, 매일 내 입에서 나오는 한글을 ‘모른다’는 사실이 즐거운지도 모르겠다.
말에 대한 열렬한 관심 덕에, 나는 누군가와 대화할 때면 그 사람의 말을 유심히 관찰한다. 지금 저 이가 쓰는 말의 온도는 어떤지, 어떤 단어에 유독 힘을 주어 발음하는지, 어떤 단어를 반복하고 있는지, 어떤 문장에 말하기를 멈추는지 등이다. ‘의뭉스럽디’는 말은 이런 때 쓰는 건가 싶다. 그렇지. 어쩌면 나는 의뭉스러운 면이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좋은 말로 채워진 목소리를 들을 때면, 어떤 충만함을 느낀다. 대화주제가 마뜩잖게 느껴지더라도, 그 목소리에서 나는 분명 무언가를 배운다.
하루 끝에서, 오늘 뿌려둔 말을 되짚어본다. 적절한 곳에 적당히 심었나, 그러다 보면 응당 고민스럽다. 말이 씨앗이었다면 흉년인가 풍년인가. 부디 심긴 곳이 옥토여서, 제 멋대로 뿌려진 씨앗이더라도 싹을 틔워주길 기도한다.
요즈음은 베란다에서 분갈이를 한다.
오늘도, 내일도, 분을 갈아줄 생각이다.
좋은 흙에서, 넘치게 자라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