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지로 하는 일에는 사랑이 담기지 않는다
“글 잘 읽고 있어.”라는 안부인사를 종종 듣는다. 스쳐가는 한마디에 나는 금세 고마워하고, 웃곤 한다. 재미있는 게 천지인 이 세상에 별 거 없는 스물여덟의 삶을 읽어주고 있다니, 퍽 따듯한 인사다.
장면집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지 어언 세 달이 되어간다. 덕분에 좋은 생각이 나면 메모장에 적어두는 습관이 생겼고, 자기 전이면 꼭 노트북 앞에 앉아 하루를 돌아보는 시간이 생겼다. 추천곡에는 팝송보다 조용한 연주곡이 더 많아졌으니, 꾸준한 글쓰기가 내게 남긴 유익이다.
쓰기 위해 의도적으로 발견하려는 버릇이 든 건지는 몰라도 하루를 돌아보면 꼭 그날만의 장면이 있다. 맑은 날 동생들이 타던 시소, 아끼는 친구와 차 안에서 나누는 대화, 노을이 예쁘다며 사진을 보내오신 아빠. 여느 날과 다름없는 평범한 일상에도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는 걸 보면,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라는 책 제목을 빌려 “의미 있는 장면은 매일 있어!”라고 말하고 싶다.
글을 쓰기 시작한 첫날의 문장들을 되새겨본다. 무력하고, 인색하게 느껴져 핑계를 대던 지난날부터 오늘까지 나는 매일 한 글 씩 자랐다. 글마다 눌려진 좋아요 수보다, 내가 기록한 문장들을 읽어보며 때때로 힘을 얻기도 하고, 실마리를 찾기도 한다. 그 모든 게 내 손끝에서 나왔다는 사실에 나를 믿어볼 용기도 더러 생겼다. 여하튼 이제는 무엇보다 나를 위해 쓸 수 있게 되어 글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이토록 좋으니 매일 한 글씩 쓰기로 나와 약속했지만, 아무리 애써도 글이 잘 안 써지는 날이 꼭 생기고 만다. 나는 때마다 눈을 감고 숨쉬기를 집중하고, 그래도 생각이 제 말을 듣지 않으면 그날은 구태여 쓰려하지 않는다. 억지로 하는 모든 일에는 사랑이 담기지 않으니, 오랫동안 쓰는 것을 사랑하기 위한 나만의 비책이다.
어쩌면 삶을 사랑하는 것도 이와 닮았을까 생각한다. 삶이 내 마음과 같지 않은 날엔 억지로 살아내기보다 잠깐이라도 눈을 감고 숨 쉬기에 집중해 보면 어떨까,
어느 날은 멈추어야만 살아지는 때도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