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에' 여행을 시작한 내겐 병이 있었다. 88 올림픽, 여행 자유화와 함께 시작된 병력은 타고난 바람병역마살! 그런데 국제화가 밀려오자, 역마살은 진취적인 특징으로 바뀌었다.역마살은 습관적으로 반복되는병력이지만,부러워하는 사람이 많은 병이었다.
'늦게까지 혼자' 여행하는 동안 한국사회도 바뀌었다. 10대, 80년대. 남녀차별이 심했다. 20대, 90년대. 미혼의 나이찬 여성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다. 30대, 밀레니엄. 결혼 적령기가 조금씩 늦어졌고 골드미스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40대, 2010년대. 굳이 결혼 안 해도 된다는 인식도 커졌다. 싱글 친구들도 많아졌다. 그리고 늦게 인연을 만나 결혼했다. 그동안 한국사회는 내게 맞춰 조금씩 유리하게 변해갔다.
많은 실패를 택한 덕에'더 많은 곳으로' 떠날 시간이 생겼다. 20대에는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도시들을 찾아, 30대에는 경이로운 자연풍경들을 찾아, 40대에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찾아, 50대에는 안쓰럽고 고마운 내 마음을 찾아 끊임없이 길위에 섰다. 이만하면 운이 억세게 좋았다! 눈치챘겠지만, 나의 행운은 나를 중심으로 세상이 돈다는 착각에서 비롯된다. 그러니 누구든 운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
나만의 '여행 육하원칙'!
코로나로 주춤하지만, 운 좋은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떠난다. 여행자의 글에는 질문이 있다. 혼자 여행할 수 있을지, 다녀와서 직장은?... 비슷한 고민을 품고 많은 여행을 떠났다. 해결이 되었냐고? 어쨌든 난 여행을 많이 하고도 나름 잘 살고 있다. 물론 직장도 불안정하고, 여러 군데 옮겨 다녔다.
하지만 쓸데없는 경험은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여행은 인생의 고비마다 기회로 돌아와 내 인생을 바꾸었다. 그 덕에 더 많은 인생의 역할도 즐겼다. 길을 헤매 골목 안도 많이 구경하다 보니, '세렌디피티' 우연한 즐거움을 만나며, 지루하지 않게,오래도록 자유로운 시간을 살았다! 운이 좋아 세상을 여행하며 오래 자유로운 시간을 살며 내 인생 많은 영화의 주인공이었으니 나름 즐거운 삶이다.
'왜, 언제, 누가, 어디로, 어떻게, 무엇을 찾아.. 여행을 떠나야 할까? 육하원칙은 50넘어 벼락치기로 정리한 내 오랜 숙제다. 난 왜 그렇게 세상 속을 헤메었을까? 무엇을 찾으러? 무언가를 찾았나? 사실 대부분의 질문은 인생에 던지는 질문과 닮아 있었다. 답은 항상 변했다. 그 끝에는 항상 내가 서 있었다. 그런데 한가지 무엇보다 분명한 게 있었다. 세상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아름다움의 순간이 나의 기억속에 마음속에 남아 나를 웃게 하고 또 다시 떠나게 하였다. 인생이란 아름다운 기억을 하나씩 만들어 가는 길이라는 것! 그래서 나는 또 길을 떠난다.
누구에게나 삶은 다른 모습이다. 세상의 모든 경험은 다르듯, 정답도 없다. 어떤 이에겐 행복한 여행도 다른 이에겐 고통스러운 경험이듯.. 모두가 떠나야 할 필요도 없다. 여행으로 잃을 것도 많다. 하지만 분명한 건 자신의 여행육하원칙은 스스로 길을 떠나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을 다시 바라보고, 책임감, 욕심, 두려움이라는 망설임을 가능한 정확히 재보고, 후회하지 않겠다는 마음이 나를 일으킬 때...조심스레 그 문을 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