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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중년의 Expat Feb 25. 2022

우크라이나에 평화를...

코로나의 마지막 물결이 지나가나 했더니 전쟁이 몰려온다. 여러 가지로 우울한 2022년 2월이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몰도바에 살고 있는 내게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한다. 우크라이나는 서너 번 방문한 적이 있고 주변에 우크라이나에 가족을 둔 지인들도 있다. 지난주부터 상황을 보고 있던 차였는데 오늘 아침, 결국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국경을 넘어 전쟁이 시작되었다. 


신냉전 시대의 서막.. 러시아는 구소련 시대의 영향력을 회복하기 위해 조지아에서, 카자흐스탄에서, 벨라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에서 힘을 과시하고 있다. 몰도바 역시 구소련 공화국 중의 하나로 1992년에 독립한 나라다. 경상도 크기의 작은 나라여서 한국대사관도 없고 우크라이나 한국대사관이 관할하고 있는 곳이니 여기도 사실 전쟁의 영향이 바로 코 앞이다. 게다가 우크라이나와 면한 국경을 사이에 두고 우크라이나의 돈바스 지역처럼 러시아계 주민이 많은 트란스니스트리아 공화국이 있다. 몰도바로부터 독립을 선언했지만 국제사회에서는 인정받지 못하는 인구 15만 정도의 작은 공화국이다. 그러니 우크라이나의 상황이 격화되면 바로 다음 영향을 받을 나라가 몰도바다. 


사람들은 전쟁의 영향이 우크라이나에서 그치지 않고 몰도바까지 넘어올 것을 걱정한다. 어젯밤 포성을 들었다는 얘기, 우크라이나 공항이 폐쇄되며 몰도바 공항도 막혔다는 소식도 들린다. 슈퍼마켓에는 사재기를 하는 사람들로 넘쳐난다고 한다. 많은 피난민이 폴란드로 향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와 우측의 경계를 면한 몰도바도 난민을 받을 준비가 시작되었다는 소식도 들린다. 사실 한국 역시 전쟁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나라이고 외국에 나와보면 한국을 얼마나 위험한 곳으로 생각하는지 놀랄 때도 있지만 전쟁을 직접 겪지 않은 세대인 내게는 이번이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일어나는 전쟁이다. 친구들의 문자가 울린다. 거긴 괜찮니? 사실 몰도바라는 작은 나라는 잘 알려져 있는 않아 문자를 보내는 친구들은 반 정도다. 적어도 몰도바가 우크라이나 옆에 붙어 있다는 것을 인지한... 오늘 오전까지는 사실 우크라이나 동쪽의 전쟁이니 여기까지는 괜찮겠지 하고 "여기까진 괜찮아"라고 대답했는데, 몰도바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유튜브를 켜고 우크라이나 뉴스를 보고 있자니 하루하루 어떻게 변화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떠나야 할 수도 있겠구나!"


몇 년 전 스리랑카 콜롬보에 테러가 일어났던 그곳에 있었다. 어느 일요일 아침 사이렌이 울리고 도시는 고요해지고 상상하지 못했던 사람들의 죽음이 들려왔다. 그리고 일 년 후 코로나로 또 한 번 많은 죽음의 소식이 들렸다. 그리고 2년 후, 코로나로 아버지 장례식조차 늦게 참석한 우울함을 견디던 차에 들리는 전쟁 소식.... 작년 마지막 오뎃사 방문에 만났던 한국 분식점을 연지 며칠 안되던 젊은 사장님이 떠올랐다... 누구나 알 듯 전쟁에는 항상 누군가의 이해가 맞물리지만 전쟁의 희생자는 늘 힘없는 사람들이다. 누군가는 고향을 떠나 피난을 가고, 눈물 섞인 작별을 하고, 삶의 터전을 포기하고, 책을 놓고 총을 손에 잡는다. 


우울한 오늘, 신자는 아니지만 집 앞 로마 가톨릭 성당에 들어가... 잠시 기도를 드린다. 낯선 오뎃사에 삶의 터전을 만들었던 젊은 사장님이 무사히 그의 삶을 지속하길 바라며... 아무 의미 없는 전쟁에 휩쓸린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위해... 전쟁의 목전에 불안하게 서 있는 몰도바 사람들을 위해....


우크라이나에 평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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