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의 평화의 염원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에 전쟁이 시작되었다. 몰도바도 위험의 목전에 섰다. 벨라러시아가 러시아를 돕기 위해 우크라이나로 향할 때 거쳐가겠다고 브리핑한 트란스니스트리아는 몰도바의 자치공화국이다. 몰도바 사람들 역시 언제 키시너우를 떠나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 되었지만 키시너우는 아직은 고요하게 일상이 진행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난민들 중 많은 수가 폴란드나 루마니아로 넘어갔지만 몰도바에도 많은 난민이 넘어오고 있다. 물론 몰도바 역시 전쟁위험을 목전에 두고 있어 우크라이나 피난민들도 대부분 몰도바를 거쳐 루마니아로 입국하려고 한다. 몰도바 정부는 2월 24일부터 3월 1일까지 8만 7천여 명의 우크라이나 난민이 몰도바에 입국하고 4만 6천여 명이 국경을 떠났다고 밝혔다. 주변국으로 넘어간 사람들을 제외하고 4만여 명이 몰도바에 남아있는 셈이다.
유럽 최빈국으로 가난한 몰도바 사람들이지만 온 힘을 다해 난민센터를 지원하고 있다. 명색이 KOVA 7기 자원봉사자인 나도 우울함을 떨치고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한다는 마음으로 자원봉사를 한다. 여긴 한국사람이 별로 없는 곳이라 미국 자원봉사기관인 피스코(Peacecop)에서 운영하는 난민 지원단체에서 활동한다. 피스코가 주체로 필요한 물건들을 모으고 난민 지원 캠프에 필요한 지원물품을 보내기도 하고, 센터를 알고 찾아온 난민들은 직접 필요한 물품들을 가지고 가기도 한다. 젊은 나이대의 우크라이나 남자들은 출국이 금지되어 난민 대부분은 여성, 아이, 노인들이다. 만삭의 임산부가 울음을 터뜨리고, 부끄러운 눈빛의 아이들이 장난감을 고른다. 몸이 불편한 노인이 짐가방을 들고 나선다. 필요한 만큼 가져가라고 하여도 아직 더 길을 떠나야 할 난민들은 물건을 많이 고르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그리고 길에 선 이들에게 이도 짐이기에..
자원봉사로 참여한 몰도바 사람들 역시 가슴 아프다. 우크라이나 난민을 바라보는 몰도바 사람들에게는 언제 나도 이들처럼 난민이 될지 모른다는 마음이 있다. 센터 장소를 제공한 레스토랑 사장과 말을 건네다 보니 말한다. "어 난 집에 짐 싸놓고 지금 나와있는 거야. 아이들도 있는데.. 나도 언제 이 사람들처럼 난민이 될지 모르니까!" 주변의 몰도바 사람들은 이미 피난 가방을 싸놓은 사람들이 많다. 삶의 터전인 이곳을 떠나고 싶지는 않지만 떠나야 할 상황이 오면 가야 한다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갈 수 있는 나라가 있는 외국인으로 이곳에 거주하고 있는 나는 할 말이 없다.
나 역시 언제 이곳을 떠나야 할지는 모른다. 내일이 될 수도.. 일주일 후가 될 수도.. 잘 해결이 되어 떠나지 않을 수도.. 하지만 우울한 마음을 털고 난민들을 위한 자원봉사를 하기 위해 구호 센터를 향한다.
차량보다는 총알을 달라고 한 우크라이나 대통령 젤렌스키의 마음처럼...!
이제 기도보다는 행동이 필요한 때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