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화이트 크리스마스의 연원

명랑주의자의 사생활

by 림태주


고문헌에 의하면 산타는 원래 우편배달부였다고 한다. 가난한 사람들의 소원편지를 사슴 수레로 수거해 하늘나라에 배달하는 중간계 종족이었다고 전해진다. 문명이 발달하면서 물질은 점점 풍족해지는데 반대로 마음은 갈수록 가난해지는 바람에 산타는 과중한 배달업무에 시달리게 됐다고 한다.


성탄 무렵이 되면 소원편지 폭주가 절정에 달했는데 중간계 우정국에서 산타 우편배달부를 해마다 증원해도 역부족이었다고 한다. 접수된 크고 작은 소원들은 성탄 전날까지 하늘나라 소원처리부에 도착해야 했는데, 그 이유는 우는 아이들과 거짓말을 하는 아이들이 잘 알고 있다고 한다.


화이트 크리스마스의 연원에 대해서도 문헌에 밝혀진 바가 있다. 유독 그날 눈이 내리는 이유는, 그게 그러니까 하늘이 미어터져서 그러는 거라고 한다. 소원을 급히 배달하다가 사슴 수레가 비탈에 나뒹굴거나 수레끼리 접촉사고를 내거나 하면 과적된 소원 가방에서 소원편지들이 한꺼번에 쏟아져내리는데 그것이 눈이라는 학설이다.


즉 소원을 많이 빌면 빌수록 눈이 내릴 확률은 높아진다는 과학적 근거로도 볼 수 있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서 믿기 어려운 괴담도 떠돈다. 하늘나라 소원업무 취급부서에서 연말 업무량 폭주를 줄이려고 사슴교통국과 짜고 수레가 일부러 미끄러지도록 하늘 도로를 전부 크리스탈로 포장했다는 음모설이 그것이다. 믿기 어렵지만 겨울 하늘이 유독 크리스탈처럼 차고 맑은 건 사실이다.


어쨌든,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인간계 사람들이 더 좋아하니까 하늘나라 그분도 흐뭇하게 여겨 가만 두고 보시는 것이리라. 하늘로 올려보낸 별처럼 많은 축원들이 공중에서 하얗게 부서져 사람들 머리 위로 쌀가루를 뿌린듯이 쏟아져내리는 모습이 그분 보시기에도 참 좋았던 것이다. 눈이 내리지 않는 크리스마스가 있다면 그것은 점점 소원 비는 것도 잊어버린 우리들의 풍요한 빈곤 때문이다. 희망하자. 눈 하나도 이유없이 그냥 내리는 법은 없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JTBC가 이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