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를 피해 책속으로 떠난 남자의 여행기
1
양자물리학은 우주에는 오직 하나의 에너지밖에 없다는 것을 밝혀냈다. 우리는 수없이 많은 형상들을 지각하지만 그 모든 것은 하나의 에너지이고, 그 에너지는 빛이다.
우리 눈에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단단한 바위도 입자로 이루어져 있고, 그 입자 알갱이는 조금씩 결합을 풀고 느슨해져 다시 에너지로 환원된다.
나와 그대와 바위와 나무와 물고기는 하나의 에너지로 다르게 빚어진 형상일 뿐이다. 우리는 빛에서 왔고, 다시 빛으로 돌아간다. 세상의 모든 것은 분리돼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로 연결돼 있다. 우리가 어디에 무엇으로 존재하든 나는 그대이고, 그대가 나다.
증오하며 함부로 욕하지 마라. 내가 나를 병들게 하는 일이다. 꽃 함부로 꺾지 마라. 내가 너를 아프게 꺾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너에게 바치는 일이다.
2
한 남자가 간디에게 와서 엎드려 청했다. 뭇 사람들에게 전할 귀한 말을 들려달라고. 간디는 남자의 청에 못이겨 가만히 한 줄을 썼다.
"내 삶이 내가 전하는 말입니다."
그렇다. 누구나 자신의 삶으로 말하는 법이다. 내 삶은 지금 어떤 말을 전하고 있는가. 거리에서 운전하는 습관, 식당 종업원을 대하는 태도, 길을 묻는 낯선 이에게 베푸는 친절, 누군가 내다버린 강아지를 측은하게 여기는 마음 한 조각. 이런 것들이 내가 세상에 전하는 말이다.
오늘 내가 내뱉은 말 한 마디, 내가 타인을 바라보는 눈빛, 내가 사물에게 내미는 손길, 그 하나 하나가 내가 잠시 머물고 있는 행성의 기분이나 은하계 분위기 전체에 작용한다.
3
인간은 수백만 년의 진화를 통해, 그리고 사회화 과정을 통해 스스로를 물리적, 심리적, 정서적 존재로 규정하기 시작했다. 인간의 영육에서 신을 분리해낸 것이다.
처음부터 인간은 영적인 존재였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신을 갖고 있었다는 의미다. 신은 인간의 몸을 빌려 세상을 경험한 것이라고 <행복한 이기주의자>의 작가 웨인 다이어는 생각했다.
나는 그의 생각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그러므로 나는 당신을 경배한다. 인간의 몸을 빌려 기꺼이 내게 와준 당신이기에. 그러므로 나는 당신에게 마땅히 존중받기를 원한다. 당신이 개별자가 아니라 전체이며 불완전한 자가 아니라 완전하고 온전한 존재인 것처럼, 나 또한 온전하게 당신에게 내리는 빛이기 때문이다.
4
우리는 대개 우리를 화나게 하거나 동요시키는 사람이나 사건에 주의를 기울인다. 즉 우리는 우리의 '중심'을 잃게 만드는 상황에 마음을 온통 빼앗긴다.
적의와 분노, 모든 증오와 혐오는 내가 아니라 너희들, 내가 아니라 부당한 사회와 불의한 위정자들이 초래한 것이라고 떠넘긴다. 그렇다 한들 내면의 평화를 얻지는 못한다. 나를 둘러싼 조건이나 환경이 바뀌어도 근본적으로 행복해지거나 평화가 주어지진 않는다.
영적 스승 메허 바바는 말한다. 가장 중요한 나의 중심은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 있다고. 그는 중심을 밖에 두고 사는 사람들에게 물었다. 사람이 화가 나면 왜 악을 쓰고 큰 소리를 지르는지 아느냐고.
"사람들은 화가 나면 서로의 가슴이 멀어졌다고 느낀다. 그래서 그 거리만큼 소리를 지르는 것이다."
중심이 나의 내부에 있다고 믿는 사람은 소리 지르지 않는다. 속삭임과 고요 만으로도 충분히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사랑하던 때를 늘 기억해 두면 좋다. 사랑하는 이가 당신의 중심이었을 때, 당신은 당신만의 음성으로 내면을 향해 속삭였을 것이다. 평화는 요란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