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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인 나를 사랑해야 할 시간

바다가 보이는 우체국에서 쓴다

by 림태주



휴일은 소규모아카시아밴드가 부르는 <Love is Lie>처럼 온다. 1집의 설렘과 떨림, 풋풋함과 낯설음이 뒤섞인 채로 온다. 이 가벼운 낯설음의 익숙함이 나는 좋다.


휴일은 흐트러짐을 수용한다. 머리도 감지 않고 세수도 안하고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밴드로 묶고 헐렁한 추리닝을 입은 사람을 수용한다.


휴일은 혼자를 수용한다. 삶이란 낯섦과 낯익음의 경계에서 피었다 지는 꽃이다. 오늘은 혼자라는 낯섦과 나라는 낯익음과 함께 빈둥거릴 것이다.


나는 점점 혼자인 나를 사랑하고 받아들이는 연습을 해야 한다. 혼자 밥 먹고, 혼자 책 보고, 혼자 영화 보고, 혼자 울고, 혼자 잠들고, 혼자 사랑하고, 혼자 떠나는 일들을.


너무나 오랫동안 여럿이 하는 일에 나는 길들여졌다. 이제는 혼자서도 잘해야 한다. 잘하는 방법을 배워서 능숙해질 때까지 혹독하게 연습해야 한다. 그래야 뒷모습이 아름답다.


그렇다고 익숙한 편안함을 너무 방치하지 말 것. 탁상달력에 표시해 둔 중요한 일 하나를 까맣게 잊고 그냥 지나쳤다는 걸 늦게 발견한다. 습관적으로 더 긴 잠을 청했거나 책 읽기에 빠져 놓쳐버렸을 것이다.


나의 익숙함을 방치하지 말고 가끔은 타인처럼 살필 것. 한동안 소식이 궁금했던 친구의 메일이 도착했다. 편지는 그도 혼자라는 바이러스에 감염돼 힘겹게 투병하고 있음을 역력하게 보여주고 있다.


철저하게 혼자인 자들이

더 많이 사람을 그리워하고, 식물에게 물을 주고, 편지를 보내고, 고양이를 세심하게 보살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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