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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바다가 뜨거워졌다

바다가 보이는 우체국에서 쓴다

by 림태주



어제 기억해둘만한 실수가 있었다. 바닷가에 사는 이가 전화를 해왔을 때 나는 인사치레로 파도의 안녕을 물었다. 그이는 잘 있노라고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지만 그때부터 나의 바다가 밀물처럼 뜨거워졌다.


기어이 가서 안녕을 확인해야 안심하겠다고 슬슬 나 자신을 꼬드기기 시작했다. 한번 고집 부리면 걷잡을 수가 없다. 인내와 유연이 빠져나가는 몸의 특성. 나이드는 것도 걷잡을 수가 없다.


설마 그런 충동적인 이유로 이 아침바다에 내가 배달돼 와 있는 건 아닐 것이다. 갓 건져올린 해를 가라앉을 듯 싣고 오는 배가 있다. 혼자라도 마중은 나와야 하지 않겠나 싶은 것이다. 나는 잠시 인간계에서 실종되었다. 전화를 건 사람의 실수, 그가 바닷가에 사는 것의 실수, 전화기 수신음에 섞인 해초냄새를 맡아버린 내 후각의 실수. 사람아, 치명적인 파도는 안녕하다.


바다는 바다의 일을 하고 등대는 등대의 일을 하고 갈매기는 갈매기의 일을 하고 있다. 천 년 전에 가라앉은 맷돌은 바닷물이 상하지 않게 부지런히 소금을 만들고 있고, 망둥어는 갈매기가 수면을 지나는 찰나에 튀어올라 그의 창자를 푸르게 덥히고 있다. 그렇게 물고기도 하늘을 날아보는 것이고, 바다가 지겨워 이제 밤마다 은하수를 헤엄치는 것이리라.

다 잘 있다. 산다는 건 누군가에 의해 벌어진 누군가를 위한 예기치 않은 실수 같은 것. 내 소관이 아니다. 그러니 평화롭게 아침밥을 먹으면 된다. 농부는 써레질을 하고 아낙은 마늘 이랑을 돋우고 시인은 시를 쓰면 좋다. 해당화는 아직 피지 않았으나,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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