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주의자의 사생활
책을 내고 나니 친구들의 반응이 각양각색이다. 심심해서 유형별로 친구들을 정리해 본다. 한 놈과는 이쯤에서 관계를 정리해야 할 것 같다.
1. 의리 있는 친구
태주야, 내가 너에게 미친 게 확실하다. 인터넷 검색해서 니 책 리뷰 블로그 글들 다 뒤져서 읽었다. 시원찮게 평점 달고 안 좋게 리뷰 쓴 놈들 찾아내 일일이 협박성 댓글 달았다가 신고 당했다. 난 괜찮다. 염려하지 마라. 회사 잘려서 시간이 남아돌거든.
2. 솔직한 친구
미안하다. 니 책을 휴가지에서 처음 읽어봤다. 일부러 읽으려고 한 건 아니고 낮에 더워서 할 게 없어서 펼쳐 읽었다. 웃다가 울다가 그랬다.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건 니 책 덕분에 지금껏 내가 보낸 최고의 휴가였다는 사실이야.
3. 건설적인 친구
니 책은 지진 같은 책이더구나. 아주 위험한 책이더라. 그래서 평탄하고 안정적인 삶을 사는 친구들에게 한 권씩 선물하고 있다. 흔들려 봐야 인생의 내진설계도 하고 영혼을 리뉴얼도 하지 않겠느냐.
4. 겸손이 지나친 친구
SNS에 니 책 구입 인증샷이며 서평 올리는 사람이 많아서 너 괴로울까봐 나는 인증샷 올리고 싶어도 참았다. 근데 말야. 내가 니를 아는데 넌 책 산 사람과 안 산 사람을 죽을 때까지 분명히 기억해 둘 놈이잖니. 그래서 뒤늦게 인증샷 올린다. 나도 이제 편히 다리 뻗고 자고 싶다.
5. 작가 같은 친구
니 책 끝 부분을 마지막으로 밴드와 카스에 올린다. 이젠 더 올릴 게 없다. 니 글 100 편 다 매일 올렸다. 빨리 다음 책 내다오. 그 동안 카스 친구들이 나보고 엄청 글 잘 쓴다고, 책 내라고 난리였다. 아쉽지만 이젠 밝혀야 될런가보다. 전부 니 책에서 베껴 쓴 거라고.
6. 가을 같은 친구
니 책 몇 장은 읽지 않고 남겨 뒀다. 찬 바람 불고 쌀쌀해지면, 가슴이며 밥이며 이웃들이 온통 시리잖아. 그때 읽으려고. 니 글에 인간의 온기가 있더라.
7. 대통령 같은 친구
니 책 때문에 아내랑 싸울 뻔 했다. 아내랑 영화보러 가기로 약속해놓고 다락방에 올라가 니 책 읽다가 그만 일곱 시간 동안 행방불명 됐잖아. 책 읽다가 그랬다고 해명을 했는데도 도무지 믿지를 않는 거야. 결국 몇 대 맞고 겨우 용서 받았어. 태주야, 앞으론 부부 사이를 갈라놓는 나쁜 책은 내지 마라.
8. 분수도 주제도 모르는 친구
니가 올린 사진에 책 들고 웃는 아가씨 있잖아. 너랑 어떤 사이냐? 너랑 별 관계 없는 사람이지? 괜찮으면 나 좀 소개해주면 안되겠냐. 내가 언제까지 혼자 외롭게 지낼 순 없잖겠냐. 나도 영혼이 졸라 고프다.
9. 이별 예감 1 순위 친구
태주야! 니, 책 냈냐? 정말로 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