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작가의 얼렁뚱땅 진화론 1편
대학가를 걷다가 정다운 말투를 들었다. 우리 외할머니 말투였다. 막 개강한 시기라 학업을 위해 상경한 전라도 출신 학생으로 보였다. 어릴 적, 우리 가족은 외가댁에 자주 놀러 갔다. 위치는 전라남도 영광. 그렇다. 굴비를 엄청나게 먹었다. 그래서인지 나는 해산물을 별로 안 좋아한다. 그래도 전라도 사투리는 들을 때마다 뭉클하다. 내 어린 시절과 가족들이 떠오른다.
따분할 때는 유튜브 쇼츠가 최고다. 요즘 눈에 띄는 쇼츠가 있다. 개그맨 김두영 님이 주인공인데 특정 상황에서 충청도 사람은 어떻게 말하는지 촬영한 영상이다. 본인 입장을 유쾌하게 돌려서 말하는 충청도 화법을 보면 재미있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하지만 겉과 속이 다르다는 부정적인 평가도 있다. 그리고 느리다.
주기적으로 군대 동기에게 안부 전화가 온다. 유독 동기가 많았던 나는 5월 군번인데 무려 9명의 동기가 있었다. 이 중 5명이 경상도 출신이다. 이들은 목소리가 크고 말이 빠르다. 보통 화가 나있다. 군인 시절, 교회로 종교 활동을 갔던 적이 떠오른다. 교회 의자는 좌우로 길다. 나를 사이에 두고 두 명의 경상도인이 양 옆에서 대화를 했는데 내 머리는 폭발할 뻔했다. 얼마 전에도 경상도 출신 동기와 통화를 했다. 여전히 틱틱거리고 험한 말을 한다. 하지만 이들은 누구보다도 마음이 따뜻하고 본인이 부족해도 잘 나눠준다. 처음에는 적응하기 가장 힘들었지만 지금은 가장 친하다. 그리고 누가 사투리를 덜 쓰는지 항상 논쟁한다.
그렇다면 지역마다 사투리가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환경에 적응하며 빠르게 진화하는 인류의 특성이 반영된 것이 아닐까? 처음 한국어가 언제 사용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오랜 시간 사용된 것은 확실하다. 오랜 시간 사용되면서 한국어는 변해갔다. 그리고 효율적으로 발전했다.
어릴 적, 지리 시간에 배웠던 동고서저라는 단어가 기억이 난다. 동쪽은 고지대, 서쪽은 저지대인 우리나라의 고도에 대해 설명한 단어이다. 해안가는 습하고 산맥이 형성된 곳은 지역 간 왕래가 힘들다. 고도와 습함, 건조함은 언어의 변형을 초래했다. 지역 간 왕래의 용이성은 언어 확산에 영향을 미쳤다. 비가 오는 날이나 나무가 우거진 산에서 대화를 해보면 알 수 있다. 평소와 다르게 더 크게 얘기를 하거나 중요한 글자에 힘을 줘서 얘기해야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이런 현상들이 반복되었고 지금의 사투리가 생겼다.
결국 사투리는 인류가 의사소통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 나타난 인류의 진화이다. 동시에 선조들이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 후대에 남긴 선조들의 선물이다. 이러한 사투리는 누구에게는 독특함과 이질감 등으로 인식될 수 있다. 하지만 누구에게는 애틋함, 뭉클함, 친근함 등으로 느껴진다. 또한 사투리는 우리가 아끼고 사랑해야 하는 우리의 문화이며 우리말이다. 현재는 과학의 발전으로 사투리 사용이 줄어들고 있다. 미래에는 사투리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되며 역사책이나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사투리가 존재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문득 행운아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당황한 순간, 세 가지 사투리 중 하나가 랜덤으로 튀어나오는 경험을 또 언제 해볼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