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둘째 아이의 유치원에서 운동회가 열렸습니다.
한국에 돌아온 이후 처음으로 참석한 운동회였어요.
첫째 아이 운동회는 업무 때문에 함께하지 못해 아쉬움이 컸던 터라, 이번엔 꼭 가야겠다고 마음먹었죠.
제가 상상하던 운동회는 부모들이 삼삼오오 모여 아이들을 응원하고, 게임에도 직접 참여하며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서 웃음이 넘치는 그런 모습이었어요.
그런데 요즘 학교 운동회는 제 기억과는 조금 다르더라고요. 공개된 종목은 단거리 달리기 하나뿐이었고, 그마저도 일정 거리 떨어져서 조용히 지켜봐야 했습니다.
단거리 달리기를 영 못하는 첫째는 뛰는 순간이 무척 짧았고, 남편은 조용히 보고 바로 돌아왔었죠.
그래서 말로만 듣던 '화려한 유치원 운동회'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컸는지도 모르겠어요.
둘째는 "엄마가 휴가까지 내고 온다"고 하니 한껏 들떠 있었고, 덕분에 저도 더 설렜습니다.
운동회 당일, 체육관에 들어서자마자 반짝이는 조명과 아이들 반 이름이 적힌 현수막, 신나는 배경음악,
그리고 전문 사회자의 경쾌한 목소리에 한껏 분위기가 고조되어 있었죠.
그런데, 상품을 나눠주기 시작하면서 갑자기 뭔가 심상치 않다는 걸 느꼈습니다.
“열심히 응원해주신 부모님께 드려요~! 자신을 내려 놓으세요!”
그 말이 그렇게 무섭게 들릴 줄은 몰랐어요.
옆에서 소리를 지르고 박수를 치고, 심지어는 무대로 나가 춤까지 추는 부모님들도 있었어요.
저도 열심히 응원을 했건만 선물을 나눠주시는 선생님들의 눈에는 부족했는지 전혀 봐주시지 않더군요.
제 앞에 옆에 엄마들은 하나씩 받아서 아이들을 주고 저는 하나도 받지 못했습니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상황을 지켜보던 둘째가 조심스레 말했어요.
“엄마, 나도 선물 받고 싶어…”
그 순간 식은땀이 났습니다.
정말 다행히도 친한 엄마가 두 개의 상품을 받아 하나를 둘째에게 건네줬어요.
게다가 마지막에는 모든 아이들에게 선물을 하나씩 나눠주셔서,
둘째는 만족한 얼굴로 집에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조금 당황스럽긴 했지만, 정말 재미있는 시간이었어요.
오랜만에 공 던지기도 해보고, 줄다리기도 했는데 어찌나 열심히 했는지 다음 날 온몸이 쑤시더라고요.
나이를 실감하는 순간이었죠. ㅎㅎ
다음번 운동회엔 꼭 남편을 데려가서 앞에 나가 춤이라도 추게 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