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대차게 망해버렸다. 이걸 어떻게 수습해서 먹어야 할지 모르겠다.
얼마 전에 시도했던 곤드레밥의 성공에 고무된 나머지 취나물을 처음 요리해보면서 대충 한 결과다.
'말린 취나물 100g을 20분 푹 삶은 후 그 상태 그대로 6시간을 두세요'
아이들과 놀아주면서 휴대폰으로 검색했을 땐 분명 100g이라고 쓰여있었다.
그걸 믿고 취나물 봉투를 봤는데 봉투에 있는 양이 전부 100g이었다.
이때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야 했다.
"음 이걸 다 하긴 많은데 50g만 삶고 양념을 반으로 줄이자"
나름 아주 잘 생각했다며 뿌듯해하면서 20분을 푹 끓이고 저녁시간까지 두었다.
남편과 아이들에게 오늘 저녁은 돈가스와 떡볶이, 취나물이라고 당당히 이야기하고 돈가스를 튀기며 휴대폰을 다시 검색해 봤는데 100g이 아니라 10g이었다.
"취나물 10g! 어쩐지 너무 많더라!"
돈가스 기름은 끓고 있지, 떡볶이도 끓여야지, 나물은 너무 많지...
세 가지 음식 사이에서 잠깐 멍하게 서 있다가 양념을 조절하면 된다고 믿고 레시피를 다시 봤다.
'나물을 꼭 짠 후 된장 반 스푼을 넣고 볶으세요'
"10g에 반 스푼이니까 나는 두 스푼 반을 넣자!
돈가스가 탈까 봐 급하게 된장 두 스푼 반을 푹퍼서 취나물에 넣는 순간 알았다.
"이거 망했다"
어떻게든 살려보겠다며 참기름까지 넣고 볶아보았지만 생긴 거부터 이건 망한 음식이었다.
너무 짜서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다.
돈가스랑 레토르트 떡볶이에 참치랑 김을 저녁식사로 준비하면서 건강한 음식 없는 거 같다는 양심의 가책 때문에 준비한 나물 요리가 대차게 망해버린 거다.
남편은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초등학생 입맛에 딱 맞는 저녁을 맛나게 먹었다.
아이들도 돈가스를 어찌나 맛있게 먹던지 조그마한 손이 끊임없이 움직였다.
나는 요즘 레토르트 떡볶이가 진짜 잘 나온다고 남편과 끊임없이 감탄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은 망해버린 취나물 때문에 속상하고 민망했다.
엄마로서 몸에 좋은 음식 하나는 하고 싶었는데..
나물 요리는 정말 어렵다. 이곳에 오기 전에 시댁에 2주 동안 있으면서 나물 요리를 더 배웠어야 했다.
어머님은 적당히 삶고 적당히 양념하면 된다고 말씀하시면서 휘리릭 나물 몇 가지를 뚝딱 만드신다.
나는 그 적당히가 너무 어렵다.
어머님의 나물이 먹고 싶다.
맛있긴 맛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