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가 둘째 낮잠을 재운다

5살이어도 누나는 누나인가 보다

by 리나

"왜 이리 조용하지... 뭐해?"

"쉿!!! "

"어머 또 재우고 있구나" "조용할게 미안해"


요즘 5살 첫째가 2살 둘째의 낮잠을 재워주곤 한다.

시킨 것도 아닌데 둘째가 졸려서 칭얼거리면 코 자자하면서 침대로 데리고 가서 재운다.

남편과 나는 그걸 볼 때마다 기특하고 이뻐서 미소 짓지만 마음 한 구석엔 누나로서 책임감이 너무 큰 거 아닌가 걱정이 된다.




여자애라서 그런 걸까?

첫째가 태어났을 때부터 거의 모든 사람들이 첫째가 딸이라서 좋겠다고 말했었다. 첫째 딸은 살림밑천이라고 동생도 잘 봐줄 거라고 말하면서.

나는 그게 그렇게 듣기 싫었다. 나도 첫째 딸이라서 그 말이 엄청 부담스럽고 싫었는데 나의 사랑스러운 아기한테 까지 듣게 하는 게 정말 화가 났다.

"아니 첫째가 동생 봐주려 태어났어? 그걸 왜 첫째한테 시키겠어? 그리고 왜 살림밑천이야!"


그런데 정말 동생을 잘 봐준다. 질투가 전혀 없었다고는 말 못 하지만 동생이 울면 달려와서 말해주고 맛있는 것도 먼저 챙겨주고 놀아주고 하더니 이제는 잠도 재워준다.

둘째도 나보다 누나가 좋은지 누나 누나 하면서 쫓아다닌다.

밤에도 누나가 옆에 없으면 거의 잠들뻔하다가도 누나 누나 하면서 나가버리는 통에 첫째한테 둘째 잠들 때까지만 옆에 누워있어 달라고 부탁하고 있다.

둘째의 눈아~ 눈아~ 하는 소리가 너무 귀엽다.

첫째가 동생과 함께 놀아줘서 정말 고맙다


둘째가 태어났을 때만 해도 첫째가 둘째 육아에 이렇게 도움이 될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아서 동생을 때리고 갑자기 오줌을 싸는 등의 퇴행 현상이 일어날까 봐 걱정했다.

스트레스받지 말라고 나와 남편은 첫째를 위주로 생각하고 첫째에게는 절대 동생을 잘 봐주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 까지 안 했어도 됐는데 우리는 오랫동안 혼자 지냈던 첫째에게 동생의 갑작스러운 등장이 엄청난 스트레스가 될까 봐 크게 걱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운이 좋게도 둘째가 태어났을 즈음 첫째 어린이집 친구들이 하나둘 동생이 생겼었다. 어린이집 선생님들은 동생이 생기는 아이들이 많아서 동생과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고 아이들끼리도 서로 동생 이야기를 하면서 동생들 자랑을 그렇게 했다. 믿기지 않겠지만 4살 아이들은 생각보다 말을 무척이나 잘하고 자랑하는 것도 좋아한다. 덕분에 우리 첫째는 오매불망 동생의 존재를 기다렸다.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동생을 사랑한다고 해주고 빨리 보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더니 정말 집에서 만난 그날부터 다정한 누나가 되어버렸다.

둘째는 아기때부터 저렇게 누나 옆에 붙어있는 걸 좋아했다. 따라쟁이다


첫째가 이렇게 다정할 수 있었던 건 둘째가 무척 순한 것도 한몫을 크게 한 거 같다. 지금은 귀염둥이 장난꾸러기이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세상에 이렇게 순한 애는 정말 처음 봤다 싶을 정도로 순했다. 신생아 때부터 먹고 자고 잘 웃고 하더니 5개월에 7시간 통잠을 자고 곧 9시쯤 잠들어서 아침 7시에 일어나는 바른생활 아기로 자랐다. 심지어 낮잠도 하루 한번 2시간을 누워서 잤다. 잠을 잘 자니 짜증 부리는 것도 없고 밥도 잘 먹어서 힘든 게 하나도 없었다.

첫째는 왜 동생이 안 울고 잠만 자냐며 물어보기도 했을 정도였다.

아마 그래서 더 이뻤을 거 같다. 돌 전 아기들은 보통 안아주고 달래주고 해야 하는데 잠도 잘 자고 놀 때도 방글방글 웃으면서 잘 놀고 하니 엄마를 그렇게 빼앗기는 거 같지 않았을 거다.


그래도 둘째가 점점 커가면서 아무래도 손이 많이 가게 되고 첫째에게 쏟았던 사랑을 자연스럽게 많이 나눠가지게 되었는데도 동생을 무척이나 예뻐하고 잘 챙겨준다.

둘째가 누나가 하는 건 다 좋아 보이는지 붕붕카이건 장난감이건 달라고 때를 쓰는데 첫째는 아무 불평 없이 둘째한테 주고 다른 걸 가지고 논다.

남편과 나는 처음엔 웃으면서 첫째에게 어쩜 이렇게 착하고 이쁘냐며 칭찬을 해주었다. 그런데 이게 계속 반복되고 무조건 동생 위주로 해주려는 첫째를 보면서 우리가 알게 모르게 첫째에게 누나로서 행동을 강요하고 있었던 거 같다는 걱정을 하게 됐다.

첫째도 이제 겨우 5살 아기일 뿐인데 장난감이고 먹을 거고 동생이 달라면 바로 주는 게 맞는 건가 싶었던 거다.


"첫째야 동생이 달라고 주는 건 무척이나 고맙고 착한 행동이지만 주기 싫으면 안 줘도 괜찮은 거야"

"나쁜 거 아니니까 첫째가 원하는 대로 해"


남편과 나는 오은영 선생님을 생각하며 생각을 짜내서 겨우 저렇게 이야기해 주었다.

아직도 이게 최선인지 어떻게 하면 첫째에게 너무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동생과 사이좋게 지내게 할 수 있는 건지 너무 고민이 된다.

둘째도 이제 17개월이라 누나가 가지고 있는 걸 빼앗지 말라고 말해도 듣는 둥 마는 둥 도망가기 바쁘다.

그렇다고 혼낼 수도 없고 참 난감하다.




이런저런 생각과 걱정, 고민이 들지만 그래도 둘이서 사이좋은 걸 보는 건 행복하긴 하다. 단지 첫째가 누나로서 부담을 너무 크게 가지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요즘 첫째한테 자장가부르는 법으로 지적받고 있다. 어이없지만 첫째가 더 잘재우는거 같아서 할말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