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른이 된 피터팬 Mar 12. 2022

포켓몬 빵의 부활, 참을 수 없는 존재론적 소비

그렇지 않은 현실에 침투하는 그리움과 귀여움의 소비

"푸훕... 이게 뭐라고"

30대 초반 직장인 A 씨는 피카츄 빵을 구하고자 집 근처 편의점을 돌고 옆 동네까지 원정을 다녀왔다며 자조 섞인 메시지를 SNS에 올렸다. 2월 24일에 재출시된 포켓몬 빵을 구하기 위해 발품을 파는 2030에 의해 SNS와 커뮤니티에는 포켓몬 빵 판매처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획득한 띠부띠부씰을 자랑하는 글들이 급증하고 있다.


실로 포켓몬 빵의 열풍이 대단하다. SPC삼립은 포켓몬 빵이 16년 만에 재출시되어 일주일 만에 150만 개 이상 팔렸다고 밝혔고, 7만 원대에 머물던 SPC삼립 주가는 한때 9만 원에 진입하기도 했다. 현재는 품절 대란이 일어나 주요 채널의 발주 수량이 제한된 상황이다.


삼립의 전략이 통한 이유


포켓몬 빵을 사 모으는 소비자는 크게 세 유형으로 나뉜다. 한 유형은 낱개로 빵을 구매해 띠부띠부씰을 획득, 소소한 향수를 느끼고 귀여운 스티커로 위로를 받는 사람이고, 다른 유형은 콜렉터형으로 빵을 대량 구매, 다양한 종류의 캐릭터 스티커를 수집하며 더 나아가 콜렉트 북(바인더)까지 구비한다. 마지막은 재테크 유형으로 희귀한 캐릭터 스티커(뮤, 뮤츠 등)를 획득해 중고시장에 리셀하는 사람이 있다.


세 유형의 소비자 모두 자기만의 방식으로 포켓몬 빵을 소비하고 있지만 그 핵심은 스티커 득템(아이템을 얻다)에 있다. 띠부띠부씰에 대한 열광은 많은 빵을 구매해 씰만 취하고 실질적 내용물(빵)을 버리거나 무료 나눔 하는 현상을 야기하기도 하는데, 이는 환경오염과 낭비를 조장하는 마케팅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만큼 SPC 삼립의 전략이 소비자 심리를 저격한 것이기도 하다.

1. 레트로 전략과 밴드왜건 효과

삼립이 16년 만에 재출시한 이 시점이 타이밍이었다. 어린 시절 포켓몬 빵을 사 먹던 주 소비층은 현재의 2030이다. 녹록지 않은 현실에서 레트로 마케팅은 빛을 발한다. 1,200원만 들이면 되는 작은 소비는 나를 큰 고민 없던 어린 시절로 잠시 데려다 주기 때문이다. 빠르게 흘러가는 현대사회의 일상 속에서 포켓몬 빵을 구매하며 과거 어린 시절의 안정감과 포근함을 느낀다. 불황과 구직난 속에서 레트로 마케팅이 먹히는 이유다.


밴드왜건 효과도 한몫했다. 2030이 포켓몬 빵을 구매하는 이유를 조사한 결과 '남들이 사니까', 'SNS에서 유행해서'라는 답변이 많았다. 유행에 동조함으로써 타인과의 관계에서 소외되지 않으려는 심리가 작동한 것이다. 비대면 상황이 길어지고 2030조차 알아듣지 못하는 신조어들이 속출하는 상황이다. 본인의 소속에 대한 혼란과 부재를 느끼는 이들이 같은 추억을 공유하며 또래, 같은 세대라는 소속감과 동질감을 충족하는 것이다. 단순히 향수에 젖어 구매를 했다면 온라인에 공유 게시글들이 이렇게 많이 올라오진 않았을 것이다.


2. 귀여움의 소비

'귀여움이 세상을 구한다'라는 말이 있다. 영국에서 실시한 한 연구에서는 귀여운 동물 사진이나 영상을 보면 사람의 혈압이 내려가고 불안감도 줄어든다는 결론을 내기도 했다. 많은 직장인들이 출퇴근길에 귀여운 동물 영상과 사진을 소비하는 이유다.


같은 맥락에서 포켓몬 빵을 사는 이유 중 '(띠부띠부씰이) 귀여워서'라는 답변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는 은연중에 귀여움을 소비하며 마음의 안정을 찾는다. 세상에 나가 고단한 하루를 보내며 생계를 유지하는 2030들이 귀여운 포켓몬 스티커를 획득하고 즐기며 나름의 힐링을 하는 것이다. 세상이 살기 어려워질수록 귀여움의 소비 시장은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소확행은 끝나지 않았다.


3. 랜덤박스, 합법적 도박

어떤 캐릭터 스티커가 나올지 모르는 포켓몬 빵은 일종의 랜덤박스와 같다. 중고시장에서 거래되는 띠부띠부씰 금액이 캐릭터의 희소성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어떤 캐릭터 씰이 들어 있는지에 따라 같은 소비자 가격(1200원)에 판매되는 포켓몬 빵의 잠정 가치는 다르다. 이렇게 대박 심리를 자극하는 랜덤박스는 1인당 구매금액을 높일 수 있는 판매 방식이다. 랜덤박스에 매료되는 과정이 일반적인 도박의 흐름과 비슷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듯이 포켓몬 빵을 안 산 사람은 있어도 한번 산 사람은 재구매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만약 포켓몬 띠부띠부씰을 돈으로 그냥 살 수 있게 했다면 이렇게 화재가 되고 인기를 끌진 않았을 것이다. 확정된 상품을 사는 것이 아니라 랜덤 상품을 사는 방식이 일주일 만에 150만 개 판매를 달성한 것이다. 소비자에게 이러한 게임적 요소는 단조로운 현실의 소소한 재미로, 일종의 합법적 도박이다.


SPC삼립의 포켓몬 빵은 마케팅적으로도 판매 실적으로도 성공이다. 이렇게 또 한 번의 자본주의의 성공을 목도하였다. 우리 현대인은 자본주의에 의해 상처받고 지치고 허덕이지만 또 한편 자본주의에 의해 위로받고 힘을 낸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대개는 현대인은 실패하고 자본주의는 성공한다.


소비를 통해 위로를 받고 행복을 느끼지만 한편으론 허무함과 불완전함을 느낀다. 그렇지 않은 현실에 침투하는 그리움과 귀여움의 소비. 그보다는 우리의 현실이 귀여워졌으면 좋겠다.



*해당 글은 3/11 오마이뉴스에 게재되었습니다.

http://omn.kr/1xro8

매거진의 이전글 유통이란 무엇인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