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이 아닌 시작을 위한 기록
퇴사는 흔히 극적인 결단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사소한 의문들이 층층이 쌓여 만들어진 결과에 가깝다. 어떤 날은 평온하게 출근했고, 어떤 날은 이유 없이 마음이 무거웠다. 좋아하는 업무도 있었고, 스스로가 대견했던 성취의 순간도 분명 있었다. 그럼에도 설명하기 어려운 어긋남은 조금씩 틈을 만들었다. 이 책은 그 미세한 균열을 애써 무시하지 않으려 했던 8년 차 직장인의 기록이다.
회사 밖으로 나간 동료들이 유독 대단해 보이던 시기가 있었다. 그들은 어떻게 그런 용기를 냈을까. 무엇이 그들을 다시 치열한 취업의 문 앞에 서게 했을까. 경기가 좋지 않은 이 시기에 나 역시 해낼 수 있을까. 솔직히 말하면 그런 막연한 두려움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그래서 머리로는 수없이 퇴사를 떠올리면서도 오랫동안 몸을 움직이지 못했다. ‘언젠가 때가 오면 하겠지’라며 결정을 미뤄두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 ‘언젠가’는 스스로 마침표를 찍지 않으면 결코 오지 않는다는 것을. 시작은 완벽한 준비가 아니라 단단한 결심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내가 마음을 정하는 순간부터 비로소 모든 것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는 회사를 미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7년이라는 시간 동안 진심으로 애정했다. 함께 울고 웃었던 사람들, 일하며 성장했던 감각들, 안정적으로 흘러가던 일상까지. 그렇기에 이 선택은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그 자리에 계속 머무를 수는 없었다. 사랑하는 것과 존중받는 것은 다르다는 사실을, 그리고 때로는 떠나는 선택이 나를 지키는 가장 적극적인 방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했다.
이 책에 담긴 이야기는 퇴사를 위한 매뉴얼이 아니다. 퇴사를 유일한 정답으로 제시하고 싶지도 않다. 다만 한 직장인이 어떤 질문들을 거쳐, 어떤 기준으로 결심에 이르렀는지를 솔직하게 남기고 싶었다. 남아 있는 선택도, 떠나는 선택도 모두 각자의 이유로 존중받아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충분히 고민한 결과라면 어떤 선택이든 그 자체로 고귀하다. 회사에서의 시간은 결코 실패가 아니었으며, 퇴사 또한 도망이 아니기에.
나는 여전히 일을 하고, 여전히 흔들리며, 날마다 선택의 기로에 선다. 다만 이제는 회사보다 나를 먼저 살피는 기준, 버텨야 할 이유와 떠나야 할 이유를 스스로에게 설명할 수 있는 경험을 갖게 되었다. 훗날 다시 같은 질문 앞에 섰을 때, 이 기록을 들춰보며 상기하고 싶다. 나는 이런 것들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며, 내가 내린 결정은 언제나 최선이었다는 사실을.
이 기록은 퇴사를 부추기지도, 망설임을 비난하지도 않는다. 그저 누군가 비슷한 고민으로 밤을 지새우고 있다면, 조용히 곁에서 응원하고 싶을 뿐이다. 회사를 사랑하는 사람도, 그 회사를 기쁘게 떠날 수 있다고.
사실 이 글은 이별을 말하고 있지만, 결국 새로운 시작에 관한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