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은 맞았는데, 결정은 일어나지 않았다

모델은 20%, 조직이 80%다

by 송리나 Lina Song


회의실에는 열 명이 앉아 있었다.


나는 세 가지 시나리오를 설명했다. 인력 재배치에 따른 비용 절감, 환자 대기 시간 변화, 초과근무 감소까지 숫자로 붙였다. 시뮬레이션은 명확했다. 반론이 나올 틈이 없었다.


발표를 마치자 누군가가 물었다.


"그래서 이걸 누가 승인하죠?"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그 순간 깨달았다. 문제는 모델 안이 아니라 회의실 바깥에 있었다.






처음에는 분석이 부족한 건가 싶었다. 시나리오를 더 만들어야 하나. 숫자를 더 정교하게 해야 하나.


아니었다.


"기존 시스템이랑 충돌하면 누가 책임지죠?"


침묵.


"재무팀이랑 협의는 됐어요?"


안 됐다.


모델은 완벽했다. 하지만 그 모델이 조직 안에서 살아남을 준비는 하나도 되어 있지 않았다.






한국에서 여러 기관과 일할 때, 한 프로젝트는 범위를 정하는 데만 6개월이 걸렸다. 분석과 납품은 3개월이면 끝났다. 분석보다 조직이 그 분석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두 배 더 오래 걸린 것이다. 그때는 비효율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안다. 그게 진짜 일이었다.


3년 동안 병원과 공공기관에 의사결정 시스템을 넣는 일을 하면서 이 장면을 반복적으로 목격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깨달았다.


분석이 실패하는 이유는 분석이 틀려서가 아니다. 조직이 그 분석을 소화할 준비가 안 돼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네 가지 벽이 있다.


조달은 좋은 아이디어를 느린 제도로 바꾸는 장치다. 병원에서 새로운 도구를 도입하려면 IT 보안 검토, 법무 검토, 데이터 거버넌스 승인, 예산 배정이 순차적으로 일어나야 한다. 6개월이 걸린다. 분석 결과가 아무리 좋아도, 이 파이프라인에 올라가지 못하면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


신뢰는 정확도로 생기지 않는다. 반복된 납득으로 생긴다. "당신이 만든 모델을 왜 우리가 믿어야 하죠?" 이 질문에 슬라이드로 답할 수 없다. 작은 범위에서 먼저 증명하고, 결과를 보여주고, 그 결과를 조직의 언어로 번역해야 한다. 논문의 언어가 아니라, 그 조직 회의실의 언어로.


규정은 좋은 모델을 멈추는 가장 조용한 힘이다. "이 분석에 쓰인 데이터, 규제 문제없죠?" 이 한 마디에 6개월짜리 프로젝트가 멈춘다. 데이터를 다루는 방식이 감사에서 방어 가능한지, 문서화되어 있는지 — 확인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모델도 배포되지 않는다.


내부 정치는 말하기 어렵지만, 가장 결정적이다. 분석 결과가 특정 부서의 기존 결정을 뒤집는다면? 그 부서장이 회의에 앉아 있다면? 모델은 객관적일 수 있다. 하지만 모델이 작동하는 조직은 객관적이지 않다.






모델은 문제의 20%에 불과하다. 나머지 80%는 조직이다.


이건 몇 년 전 노트에 적어둔 문장이다. 그때는 좌절감에서 나온 말이었다. 지금은 설계 원칙이 됐다.


모델을 만드는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진짜 일은 그 모델이 회의실을 통과하고, 예산에 반영되고, 현장에서 실행되고, 3개월 뒤에도 누군가가 모니터링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3화에서 말한 역전 조건도 마찬가지다. "수술 건수가 월 45건 이하로 떨어지면 재검토한다"는 조건은 종이 위에서는 간단하다. 하지만 그 조건이 실제로 작동하려면, 누군가가 숫자를 추적해야 하고, 조건이 충족됐을 때 회의를 소집할 권한이 있어야 하고, 원래 결정을 뒤집을 수 있는 문화가 있어야 한다.


기술이 아니라, 조직의 문제다.






나는 이제는 분석을 먼저 만들지 않는다.


그 전에 먼저 묻는다. "이 결정의 최종 승인자가 누구예요?" "비슷한 변화를 도입했을 때 어떤 과정을 거쳤어요?" "이 결과가 나오면 누가 불편해질 수 있어요?"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모르면, 아무리 정교한 분석도 슬라이드에서 끝난다.


좋은 모델을 만드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병원은 모델이 아니라 실행된 결정을 필요로 한다. 그 모델을 조직 안에서 살아남게 만드는 사람은 드물다.


나는 그 일을 하는 사람이고 싶다.

수요일 연재
이전 03화좋은 결정은 뒤집을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