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의 설계
더 좋은 제품이 결국 이기는 시장이 있다.
스마트폰이 피처폰을 밀어냈고, 스트리밍이 DVD를 밀어냈다. 소비자가 비교하고, 선택하고, 더 나은 쪽으로 이동하는 시장이다.
의료는 그렇게 움직이지 않는다.
병원 운영에 더 나은 도구가 있다고 해서 병원이 곧바로 그것을 선택하지는 않는다. 더 정확한 분석이 가능하다고 해서 기존 방식을 바꾸지도 않는다. 논문이 증명하고, 시뮬레이션이 보여주고, 파일럿이 성공해도 -- 다음 분기에 도입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왜 그럴까.
의료에서는 "더 나은 것"이 채택의 충분조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많은 환자는 병원을 자유시장 소비재처럼 고르지 않는다. 응급실은 가장 가까운 곳으로 간다. 보험이 지정한 네트워크 안에서 움직인다. 의사가 추천한 곳으로 간다. 병원 운영이 비효율적이라고 해서 환자가 다른 병원으로 떠나는 일은, 일반 소비재 시장에 비하면 드물다.
시장 경쟁만으로는 채택이 강제되지 않는 구조다. 그래서 "더 나은 것"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는, 기존 방식을 밀어내기에 부족하다.
그러면 의료는 언제 바뀌는가.
압력이 임계점을 넘을 때다.
규제가 바뀔 때. 병원은 개선의 약속보다 규제의 마감일에 더 빨리 반응한다. CMS가 새로운 보고 기준을 요구하면, 병원은 움직인다. 더 나은 도구가 나와서가 아니라, 보고하지 않으면 수억 원의 페널티가 오기 때문이다.
돈이 사라질 때. 병원은 더 좋은 도구보다 예산 쇼크에 더 빠르게 반응한다. Medicaid 삭감이 현실화되면, 그제야 운영 효율화를 논의한다. 같은 보고서가 같은 이야기를 5년간 했지만, 예산이 줄어드는 그 분기에야 회의가 잡힌다.
사람이 떠날 때. 병원은 기술 시연보다 인력 붕괴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간호사 이직률이 한계를 넘기면, 그제야 인력 배치 방식을 재검토한다. 더 나은 스케줄링 도구가 3년 전부터 있었지만, "지금까지 이렇게 해왔으니까"로 버텼다. 사람이 버틸 수 없을 때 비로소 시스템이 바뀐다.
책임이 돌아올 때. 병원은 가능성보다 책임의 귀환 앞에서 더 빨리 문서화를 시작한다. 합의금이 터지고, 감사 결과가 나오고, 이사회에서 "왜 이걸 몰랐느냐"는 질문이 올 때. 사후에야 문서화가 논의되고, 사후에야 검증 구조가 논의된다.
패턴은 같다. 의료는 "더 나을 때" 바뀌지 않는다.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때" 바뀐다.
이것이 의료에서 혁신이 느린 이유다.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도구가 없어서가 아니다. 채택을 강제하는 압력이 임계점에 도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인상 깊게 본 헬스케어 창업자들은 도구를 먼저 팔지 않았다. 먼저 압력이 어디서 오고 있는지를 읽었다. 규제가 바뀌는 지점, 예산이 줄어드는 지점, 인력이 한계에 도달하는 지점. 그 지점에서 생기는 빈칸 -- 감사에 대비할 문서가 없다, 이사회에 보여줄 근거가 없다, 후임자에게 넘길 기록이 없다 -- 을 채우는 것이 채택의 시작이었다.
의료에서는 "더 나은 것"이 아니라 "지금 버틸 수 없는 것"이 변화를 만든다.
질문은 간단하다. 지금 당신의 조직에서, 어디가 임계점에 가장 가까운가. 대부분의 변화는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