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병원이 더 빨리 움직이는 이유

압력까지의 거리가 짧은 조직

by 송리나 Lina Song


큰 병원은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

작은 병원은 거의 아무것도 없다.

그런데 더 빨리 움직이는 쪽은 종종 후자다.


대형 병원에는 Epic이 있다. Tableau가 있다. 데이터 분석팀이 있다. 거버넌스 위원회가 있다. 그런데 5화에서 말한 패턴은 대형 병원에서도 똑같이 나타난다. 의사결정의 근거는 회의실에서 사라진다. 인력 배치 정책이 바뀌었는데 왜 바뀌었는지 아는 사람은 한 명이다. 감사가 오면 "합의해서 결정했습니다"가 유일한 답이다.


도구가 있어도 바뀌지 않는다.

압력이 임계점을 넘기 전까지는.


그런데 작은 병원은 다르다.


미국 시골에는 Critical Access Hospital(CAH)이라 불리는 작은 병원들이 있다. 병상은 25개 이하, 대부분 그 지역에서 사실상 유일한 병원이다.


이 병원에는 데이터 분석가가 없다. IT 담당자가 한 명이다. EHR은 있지만 데이터를 꺼내서 보는 사람이 없다. 대시보드는 존재하지만 아무도 열지 않는다.


최근 시골 병원 재단 이사이자 원격 의료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의사를 만났다. 물었다. "이 병원들은 데이터를 어떻게 쓰고 있습니까?"


답은 간단했다. "안 쓰고 있습니다. 볼 사람이 없어요."


처음에는 이것이 약점처럼 보였다. 인프라가 없으니, 변화의 여지도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반대였다. 바로 그 단순함 때문에, 오히려 움직일 수 있는 구조가 남아 있었다.


대형 병원에서 새로운 도구를 도입하려면 IT 보안 검토, 법무 검토, 데이터 거버넌스 승인, 예산 배정이 순차적으로 일어나야 한다. 6개월이 걸린다. 4화에서 말한 벽이 전부 작동한다.


작은 병원은 장벽이 없는 것이 아니라, 의사결정과 실행 사이의 거리가 더 짧다.


CEO가 곧 COO다. 결정권자가 한 사람이다. "해봅시다"라는 말이 다음 주에 실행이 된다. 위원회가 없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압력이 더 직접적이다.


대형 병원에서는 Medicaid 삭감의 충격이 여러 부서를 거치며 분산된다. 감사 결과는 compliance 부서가 처리한다. 인력 부족은 HR이 대응한다. 문제와 결정권자 사이에 완충 장치가 여러 겹 있다.


작은 병원에서는 CEO가 직접 맞는다. Medicaid가 줄면 다음 달 운영이 흔들린다. 감사가 오면 본인이 답해야 한다. 간호사가 그만두면 대체할 사람이 없다.


5화에서 말한 임계점 -- 규제, 예산, 인력, 책임의 압력이 한계를 넘는 순간 -- 이 작은 병원에서는 훨씬 더 낮은 지점에서 발동된다.


압력까지의 거리가 짧다.






그래서 역설이 생긴다.


대형 병원은 문제를 알고도 6개월을 기다린다. 작은 병원은 문제를 알면 다음 주에 움직인다. 못 기다리기 때문이다.


자원이 가장 적은 곳이, 변화에 가장 가까운 곳이 될 수 있다.


물론 작은 병원에는 다른 문제가 있다. 예산이 작다. 기술 역량이 제한적이다. 새로운 시스템을 배울 여유가 없다.


그래서 이 병원들에게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소프트웨어가 아니다. 데이터를 꺼내 보여주고,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결정을 구조화할 수 있는 최소한의 운영 레이어다.


내가 만들고 싶은 것도 결국 그 구조다.


혁신이 항상 규모가 큰 곳에서 시작되지는 않는다. 기술이 가장 발전한 곳에서 시작되지도 않는다.


압력이 가장 직접적으로 느껴지는 곳에서 시작된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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