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늦은 밤에 남편이 또 묻습니다.
“자기, 옥상 올라갈래?”
“옥상? 아… 알겠어.”
옷을 갈아입고는 쫄래쫄래 남편을 따라 옥상으로 올라갔습니다. 저녁 7시부터 통금이라 도로가 아주 깨끗합니다. 저 멀리 화려한 금색의 카피톨리오(국회의사당)만이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반대편으로 가 보았습니다. 말레꼰에는 아예 불빛조차 없어서 깜깜 그 자체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경찰 오토바이가 오더니 한 대 섰습니다. 남편이 말했습니다.
“자기, 빨리 동영상 찍어.”
“어? 어..”
핸드폰에서 동영상 기능을 찾아서 찍기 시작했습니다. 군인 차량들이 줄줄줄 지나갑니다. 아바나에 통금이 생기고 나서 이런 군인 차량과 특수부대가 종종 보입니다. 걸리면 다 죽을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늘을 보니 희미한 구름 사이로 별들이 반짝입니다. 제가 말했습니다.
“자기, 별이 움직여. 너무 신기해!”
그러자 남편이 대답합니다.
“저건 별이 움직이는 게 아니라 구름이 움직여서 별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거야.”
“아, 그렇네. 하하”
나이를 헛먹었나 봅니다.
비가 한바탕 오고 나서인지 바람이 너무 시원합니다. 그래서 기분이 참 좋습니다. 남편이 말합니다.
“자기, 우리 여기서 잘까?”
“그럴까?”
잠시 바람을 만끽하다가 핸드폰에 있는 플래시를 켜고 다시 계단으로 내려옵니다.
지금 살고 있는 있는 말레꼰 아파트의 옥상에 올라간 이야기입니다. 남편이 참 좋아하는 옥상인데 저는 많이 올라가 보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통금 이후에 거의 매일 남편과 올라가서 동네 구경을 합니다.
시원한 바람을 쐬며 기분이 좋아지자 갑자기 브런치 작가님들과 독자님들이 생각났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달력을 보니 제가 작가님들께 조언을 구한 지가 딱 일주일이 되었습니다. 그전부터 고민을 하고 있었지만 글을 쓴 당시가 가장 머리가 복잡했던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댓글로 진심이 가득 담긴 조언을 주셨습니다. 그리고 내용들이 아주 현실적이고 깊이가 있어서 저뿐만 아니라 다른 분들께도 뼈가 되고 살이 되는 귀하고 소중한 말씀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갑자기 초코파이가 생각이 났습니다.
뛰어난 마케팅의 효과로 우리에게 초코파이는 곧 정이라는 공식이 성립이 되는데요. 이번에 저는 그런 끈끈한 정을 브런치 작가님들에게서 느꼈습니다.
제가 조언을 구하자 마치 본인의 일인 양 장문의 댓글을 남겨 주시는 작가님들을 보며 정말 고맙고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그 자체만으로 저에게는 무지 큰 힘이 되었습니다. 공짜로 이런 조언을 받아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아직 댓글에 답변을 모두 하지는 못했습니다만 댓글을 읽으며 제 생각들을 정립할 수 있었고 결국 저는 종이 한 장에 할 일들을 적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시도를 시작했습니다. 별게 아니어서 말씀드리기는 민망하지만 조금씩 저를 바꿔보기 위한 노력을 했다는 데 일단 의의를 두기로 했습니다.
고민을 하고 작가님들의 조언을 받으면서 구체적인 계획도 생겨났습니다. 그래서 그런 것들도 다 적고 남편과도 공유를 하였습니다. 희한하게 남편도 저와 같은 생각을 했더라고요. 이래서 부부는 일심동체인가 봅니다. 하하
브런치와 함께 한 일 년 이 개월, 먼 이국땅에서 생판 모르는 작가님들과 글로 만나서 이제는 작가님들이 마치 이웃사촌같이 느껴집니다. 끈끈한 정과 함께요. 온라인을 활용한 글이 주는 힘을 제대로 만끽하고 있네요.
언젠가 제가 한국을 가게 되면 다른 작가님 말씀처럼 광장시장에서 빈대떡이랑 마약김밥을 먹으며 여러 작가님들과 수다를 떨고 싶어요. 생각만 해도 너무 신이 나네요.
드릴 말씀이 한 가지가 더 있어요.
여러 작가님들의 글을 읽으면서 제가 참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답니다. 각기 다른 생각과 가치관을 지닌 작가님들의 담백하고 울림 있는 글들은 저에게 다양한 생각을 하게 하면서 감동도 자아내는데요. 그런 글들을 통해서 저도 한층 더 성장하는 걸 느낍니다.
오늘은 <연희동김작가>님의 글을 읽으며 깜짝 놀라기도 했습니다. 댓글을 못 달게 해서 못 달았지만 그 마음에 감동을 했습니다. 그리고 저를 돌아보며 반성을 했습니다. 나는 아직 멀었구나 하고. 훌륭한 인격을 가지신 분들을 보면서 많이 배우고 저를 돌아볼 수가 있어서 참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끈끈한 정을 느끼며 작가님들과 함께 성장하고 싶어요.
작가님들, 애정 합니다!
추신-다시 보니 연희동 김작가님의 글이 사라졌네요. 아쉬워요. 저는 너무 좋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