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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바댁 린다 Sep 07. 2020

세상에서 가장 부러운 사람

언니 예찬


딱히 부러운 게 없이 가진 것에 만족하며 사는 저에게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저의 부러움을 사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바로 언니가 있는 사람들이에요.


학창 시절 친구들은 모두 언니가 한둘씩 있었고 저만 오빠가 있었는데요. 친구들은 언니랑 티격태격 싸우기도 했지만 그래도 무슨 일이 있으면 결국 언니들이 챙겨주고 또 도와주더라고요. 게다가 엄마한테는 하기 힘든 얘기를 언니한테는 하는 거예요. 그러면 언니는 얘기를 들어주고 조언을 해 주더라고요. 그래서 전 늘 생각했죠.


아, 오빠란 존재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구나!


친구들은 오히려 오빠가 둘씩이나 있는 저를 부러워했는데요. 그럴 때마다 전 말했어요.


난 언니 있는 네가 훨씬 부러워!


어느 날 오빠가 있는 한 친구를 봤는데 그 친구는 자신의 오빠를 너무 좋아해서 오빠가 여자 친구라도 생기면 질투를 엄청 하더라고요. 전 우리 오빠를 좋아해 주는 여자 친구가 그저 고맙기만 한데 말이에요. 사실 오빠랑 사이가 너무 좋은 그 친구가 살짝 부럽긴 했어요. 전 그 친구만큼 저의 오빠들을 미칠 듯이 좋아하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그 부럽기가 언니 있는 친구를 능가할 수는 없었어요.


참, 제가 언니 있는 친구들이 부럽다고 해서 저의 오빠들이 문제가 있거나 이상한 사람인 건 아니에요. 모두 가정을 이루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대한민국의 가장들이고 좋은 사람들이에요. 단지 저는 힘들 때 기댈 수 있고 어떤 이야기도 고민 없이 터 놓을 수 있는 언니, 언니가 있는 친구들이 그저 부러운 것뿐이에요.


언니 있는 친구들이 입 모아 얘기하는 것 중에 하나가 나이가 들어갈수록 언니가 있는 게 좋다는 거예요. 결혼을 해서 가정을 이룬 후에도 언니들은 항상 친정 식구들을 챙기고, 엄마 아빠를 모시고 함께 여행을 가는 것도 오빠랑 보다는 더 수월한 거 같고요. 제가 너무 언니에 대해서 좋은 것만 얘기를 했나요? 그렇지 않은 언니들도 분명 있을 텐데 말이에요. 부러워하다 보니 제 눈엔 장점만 보이는 거 같아요. 이해해 주시길 바랄게요. 훗.


제 주위에는 여자 동생들이 꽤나 많은데요. 그래서 간혹 그런 언니 역할을 하기도 한답니다. 물론 친언니만큼은 아니겠지만요. 동생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저도 괜히 뿌듯하고 쓸모가 있는 거 같아서 기분이 좋아져요. 그런데 쿠바에 살면서 오히려 동생들한테 보살핌을 받게 되었는데요. 그들은 마치 언니처럼 저를 보듬어주고 제가 낯선 곳에서 잘 살아가도록 힘을 주어요. 같이 나이가 들어가니 이젠 언니, 동생의 경계가 없어지는 거 같기도 해요.








사실 제가 오늘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브런치의 어느 한 작가님 때문인데요. 그분은 글을 쓰시지는 않지만 모든 제 글에 진심으로 공감을 해 주시고 언니처럼 따스하게 저를 칭찬해 주시며 응원을 해 주셔요. 참 사랑이 많으신 분이세요.


그분이 브런치에서 저를 발견하고 첫 댓글을 주셨을 때도 기억이 나네요. 그때는 언니 인지도 몰랐어요. 그런데 시간이 계속해서 흐르다 보니 얼굴 한 번 본 적 없고 온라인에서만 글로 주고받는 분에게 언니 같은 편암함을 느끼고 마음을 살짝 기대기도 하는 저를 보며 놀라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답니다.


물론 저에게도 친언니는 아니지만 정신적인 지주 같은 언니들이 한국에 몇 분 계시는데요. 그런데 요즘은 브런치를 열심히 하다 보니 브런치 작가님들이 저에게 많은 영향을 끼치고 계세요. 뭐든 하나를 꾸준히 하면서 얻게 되는 이득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친언니는 아니지만 브런치에서 만난 언니 같은 편안하고 좋으신 작가님들 덕분에 오늘도 저는 행복합니다. 그리고 저도 누군가에게 그런 따뜻한 언니가 되면 좋겠어요. 그 소식 전해드리고 싶었어요.


모두들 태풍 조심하시고 평안한 일요일 밤 되시길 바래요!(여긴 일요일 오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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