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쿠바댁 린다 Sep 24. 2020

퇴사를 하고 모히또를 마시러 갔다-제3화-

몰디브 리조트를 접수하다


플로팅 바가 있는 배는 생각보다 컸다. 그런데 비가 오고 파도가 높아서인지 바닥이 꽤나 미끄러웠고 배가 흔들흔들 거리는 바람에 중심을 잡고 걷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도착하자마자 대충 어떤 곳인지 한번 둘러보고는 함께 간 일행들과 테이블에 앉아 생맥주 한 잔을 시켰다. 역시 모두들 커플이나 친구들이었고 나만 혼자였다.


오랜만에 몸에 자극이 제대로 오는 운동을 하고 간 상태라 몸이 좀 뻐근한 데다 온 세상이 깜깜하고 배는 출렁대니 속이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흔들리는 배 속에서 균형을 잡으려고 애쓰다 보니 몸이 점점 더 힘들어지는 듯했다. 맥주가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겠고 맥주 맛도 더 이상 느껴지지가 않았다.


내가 원했던 건 이게 아닌데! 한껏 기대했던 모든 게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나와 비슷한 연령대이거나 혹은 좀 더 많아 보이는 일행들도 약간은 힘든 듯 조용히 자리를 지키며 술을 홀짝 대고 있었다. 그곳의 주인공은 우리보다 먼저 그곳에 온 듯한 한 그룹의 미국인 같아 보이는 청년들이었다. 청춘남녀가 섞여 있는 그들은 저쪽 테이블에서 신이 나서 큰 소리로 웃고 떠들고 있었다. 역시 젊음은 모든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이유일까?


계속 그곳에 있다가는 무슨 일이 날 것만 같아서 함께 온 일행에게 실례하지만 나는 먼저 떠나겠노라 알리고 돌아가는 스피트 보트를 요청했다. 결국 나는 기대했던 그곳에서 맥주 한 잔을 제대로 끝내지 못하고 숙소로 돌아왔고 그 후로 두 번 다시 플로팅 바를 찾지 않았다. 바다 한가운데에서 마신 술은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20 년을 혼자서 여행을 했던 나는 여행하면서 숙소에 돈을 쓰는  아까워했다. 오랜 시간 동안 요식업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여행을 가면 주로 먹는 것과 그 장소를 즐기는 것에 아낌없이 투자를 했었다. 어차피 잠은 한국에 있는 내 집에서 편히 자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래서 에어비앤비가 생기기 전에는 전 세계 여행자들이 모여 있는 유스호스텔을 주로 이용하였고 에어비앤비가 생긴 후에는 에어비앤비와 호스텔을 적당히 섞어서 이용을 했었다.


혼자 여행을 할 때에는 외롭지 않기 위해서 사람들이 많은 유스호스텔 같은 숙소가 나는 좋았다. 그곳에는 정보도 아주 많아서 미리 준비를 하고 가지 않아도 여행을 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었고 누구나 친구가 되어 같이 다닐 수가 있었다. 그런데 몰디브에는 그런 유스호스텔이 없었다. 모두 호텔들 뿐이었다. 작은 호텔 아니면 좀 더 큰 호텔. 로컬 섬에는 우리가 들어 본 이름의 유명한 호텔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어쩔 수 없이 혼자 간 여행에서 호텔을 예약하게 되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그곳은 내 기대치를 훌쩍 뛰어넘어 나만의 지상낙원이 되었고 나는 매일 그 낙원을 만끽하기 위해서 그 호텔에 있는 동안은 다른 많은 일들을 하고 싶지가 않았다.


아침에 눈을 뜨면 커튼을 걷어내고 발코니에서 천국을 눈에 담았다. 좀 부지런한 날에는 방에서 일출도 맞이할 수가 있었다. 그러다가 일층으로 내려가 이번에는 눈 앞에 진풍경이 펼쳐지는 곳에 자리를 잡고 아침을 먹었다. 이런 풍경과 함께 라면 혼자서 밥을 먹는 것도 전혀 외롭지 않았다. 밥을 먹다가 사람들과 눈이 마주치면 싱긋 웃어주었다.


식사가 끝나면 매일 걸었다. 바닷가를 걷다 보면 물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을 만나게 되었다. 국적과 피부색을 막론하고 아이들은 참 예쁘다. 몰디브의 아이들은 내가 좋아하는 까무잡잡한 피부에 커다란 사슴 같은 눈을 가지고 있었다. 인도 아이들과 생김새가 비슷한 듯하면서도 다른 모습이었다. 이슬람 국가여서인지 여자아이들 중에 비키니를 입은 아이가 하나도 없다. 입을 헤 벌리고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한참 구경하다가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바닷가를 걷다 보면 만나는 일상들
여자 아이들은 대부분 이런 수영복을 입고 있었다


한산한 바닷가 모래에 수많은 구멍들이 뽕뽕 뚫려 있었다. 내가 나타나면 작고 앙증맞은 게들이 전속력으로 뛰어서(?) 구멍 속으로 쏙쏙 들어가 버렸다.



얘들아, 해치지 않아. 천천히 가도 돼!



몸을 숙여 바닷물에 밀려온 하얀 조개를 주었다. 기념으로 가져가야지, 하고 주머니에 넣었다. 오전이라 바닷가에서 해수욕을 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숙소에서 조금 떨어진 바닷가 앞에서는 군데군데 공사를 하고 있었다. 호텔을 짓고 있는 것이었다. 이미 완성된 예쁜 호텔 안에 들어가서 슬쩍 구경도 해 보았다. 참 정갈하니 예뻐서 다음에는 이 곳에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섬에는 이렇게 나즈막한 호텔이 대부분이다 /  예뻐서 들어가 본 바닷가 앞 새 호텔


한 시간 정도를 어슬렁 거리며 바닷가를 걷다가 다시 되돌아서 숙소에 돌아오면 책을 읽었다. 책을 읽다가 지루하면 책을 들고 숙소 근처 바닷가로 나갔다. 자리를 깔고 누워서 책을 읽다가 심심하면 코코넛 열매를 사서 먹었다. 그리고 주위를 돌아보면 처음 보는 새들이 와서 나무에서 숨바꼭질을 하고 있었다. 선명한 다홍빛의 아주 고급 져 보이는 너무 예쁜 새들이었다. 이런 새를 보는  행운이야, 하면서 가까이 다가가서는 날아갈 때까지 세 마리의 새들이 숨바꼭질 하는 것을 넋 놓고 지켜보았다.


너무 예뻐서 넋을 읽고 구경한 새들


몰디브에 도착해서 며칠 동안 이 루틴을 반복했더니 이제 색다른 무언가를 한 번 경험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을 하면 좋을까? 하다가 지난번에 여행사에서 받아 온 여러 가지 액티브티를 살펴보았다. 스노클링, 바다낚시, 샌드 뱅크, 잠수함 투어, 고래상어 투어 등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그중에 내 눈길을 끄는 것은 ‘원데이 리조트 방문’이었다.


로컬섬에서 할 수 있는 액티브티들


뭐니 뭐니 해도 몰디브는 리조트의 천국이 아니던가! 이런 기회가 있는데도 몰디브에 와서 리조트를 한 번도 가보지 않고 돌아가면 너무 아쉬울 것 같았다. 나 같은 사람들이 많을 거라는 것을 예상했는지 로컬 섬에 있는 여행사들은 섬에서 가까운 몇 군데의 리조트와 조인을 해서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의 일정으로 점심을 포함한 리조트 패키지를 판매하고 있었다. 리조트마다 비용이 조금씩 달랐다.


나는 브로셔에 있는 사진을 보고 설명도 꼼꼼히 확인 후 눈길이 가는 한 군데 리조트를 정하고 예약을 했다. 날짜는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로 정했다. 기독교는 아니지만 크리스마스이브 날에는 혼자 있는 것보다는 누군가와 함께 있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몰디브에는 전체 1,192  중에서 사람이 살고 있는 섬이  200 정도가 는데  하나 전체가 리조트 하나일 정도로 리조트에 신경을 많이 쏟은 곳이 바로  곳이었다. 전체 수입의 80~90% 가 관광수입인 이 곳은 처음에는 리조트에만 관광객을 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는 로컬 아일랜드도 관광객들에게 개방을 하게 되었고 그 섬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원데이 리조트 상품을 만든 것이었다.








크리스마스 이브 날 아침이 되었다. 아침을 먹고는 소지품을 챙겨서 약속 장소로 걸어갔다. 사람들이 몇몇 보였고 잠시 후 모두 다 온 듯했다. 가이드인 듯한 남자가 우리를 스피드보트로 안내했다. 보트에 탑승을 하자 한 명 한 명 이름을 부르며 예약한 사람들이 모두 왔는지 확인을 하고는 출발했다. 이 스피드 보트는 우리가 가는 리조트를 거쳐서 수도인 말레로 가는 거여서 우리 일행 말고도 현지인들도 있었다. 건너편에 앉은 여자아이와 눈이 계속 마주쳤다. 이 곳 아이들은 못난이가 하나도 없는지 모두 다 너무 예뻤다.


리조트로 가는 스피드 보트 안-엄마는 주무시고 아이와 나는 눈으로 대화를 나누었다


일행 중에는 나 말고도 동양인 여성이 한 분이 계셨다. 스피드보트에서 내 뒤에 앉아 있었던 그녀는 웃음소리가 유독 크고 방정맞았고 옆에 있는 파트너인 듯한 남자와 하는 행동이 유치해서 처음에는 좀 거슬렸더랬다. 특이한 사람이군, 하고 생각을 하고는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그녀가 먼저 말을 걸어서 이야기를 해 보니 독일 남성분과 결혼을 해서 독일에 살고 있는 중국인이었다. 그녀는 확실히 일반적인 성격은 아닌 듯했다. 하지만 아시아 인들만이 느끼는 그런 정이 있어서인지 우리는 금세 친해졌다.


얼굴이 작고 통통한 몸을 가진 그녀가 내 또래이거나 어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글쎄 이 언니, 50세가 넘었다고 해서 깜짝 놀라버렸다. 나도 어디 가면 그동안 동안으로는 밀리지 않았는데 이 언니와 있으면 명함도 못 내밀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언니에게 극찬을 해 주었더랬다. 독일에 살기 전에는 중국 고향에서 아나운서를 했다고 했다. 언니랑 시끄러운 스피드 보트에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삼십 분이 금세 지나가 버려서 어느새 우리는 하루를 마음껏 즐길 리조트에 도착을 해 있었다.


리조트에 도착하자 우리를 맨 처음 맞이해준 것은 웰컴 드링크였다. 웰컴 드링크를 원샷하고 나니 리조트 원데이 이용권인 팔찌를 채워 주었다. 그리고는 리조트 담당자로부터 그곳의 주의 사항 및 포함 사항 그리고 즐길 거리 등에 대해서 설명을 들었다. 결론적으로 그 리조트의 투숙객들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편히 쉬다 가시라는 이야기였다.


내가 방문한 원데이 리조트 / 아주 심플한 크리스마스 장식


몰디브를 인터넷에서 찾으면 나오는 헉 소리가 나는 최고급 리조트들은 대부분 수도 말레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어서 수도와 가까운 곳에 있는 이 리조트는 최고급은 아니었지만 나에게는 그저 꿈같은 곳이었다. 하루만 그곳에서  봤으면 하는 생각이 그곳에 있는 동안 절로 들었더랬다.


리조트에 있는 공공시설은 마음껏 이용을 할 수가 있었지만 투숙색들이 머물고 있는 방갈로 쪽은 가면 안 된다고 했다. 하지만 가지 말라고 하면 더 가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인지라 모르는 척하면서 슬쩍 방갈로 쪽으로 걸어가 보았다. 야자수로 지은 방갈로들이 물 위에 줄을 지어 떠 있는 모습을 보니 내가 몰디브에   맞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멀리서  때에는 그림 같더니 가까이에서 걸어가 보니 영화 같았다. 그리고 나는  영화의 주인공이 되었다. 잠시 꿈을  듯했다.



방갈로 아래를 보니 물이 너무 맑아서 파란색, 빨간색의 물고기가 그대로 다 보였다. 어머, 저게 니모일까? 형형색색의 어여쁜 물고기들이 산호들을 헤치며 유유하게 자신들의 삶을 즐기고 있었다. 물고기도 이런 물이라면 살맛이 절로 나겠,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멋진 자연의 아름다움에 반해서 벌써부터 올라간 내 입꼬리는 좀처럼 내려올 줄을 몰랐다. 리조트의 관리자가 나오라고 할 때까지 나는 그곳을 조용히 걸으면서 맘껏 구경하였다. 나 혼자 그곳에 가서 걷고 있었는데 나의 모습을 본 다른 사람들 몇몇이 그곳에 따라오는 바람에 관리인의 눈에 띄어 버린 것이었다.


자세히 보면 파란 색 물고기가 보인다


방갈로 구역에서 나와서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구역을 둘러보았다. 수영장과 무제한 음료가 가능한 바, 그리고 화장실을 기억해 두었다. 여기저기 구석을 둘러보니 리조트는 꽤나 넓었고 사람들도 아주 드문드문했다. 혼자서 너무 멀리 있으면 무서울 거 같아서 구경만 하고는 수영장이 있는 쪽으로 돌아왔다. 그곳에서 중국인 언니를 다시 만났다. “린다, 뭐해? 여기 와서 나랑 얘기해!” 언니가 말을 했고 나도 오케이 하면서 언니와 둘이 자리를 잡고 앉아서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언니의 인생도 아주 파란만장했다. 두 번째 남편인 이 독일 남자와 온라인에서 만나서 제대로 연애를 하지도 않고 서류를 만들어 독일에 와서 막무가내로 살았다고 했다. 아무리 봐도 사랑은 아닌 듯했다. 그렇게 독일에 와서 딱히 할 일이 없었던 언니는 시간이 지나자 사업을 하는 남편보다 돈을 더 많이 벌게 된 것 같다며 언니도 그녀의 남편도 함께 말을 해 주었다.


심심했던 언니가 알리바바 같은(이름은 모르겠음) 중국 온라인 사이트에 올린 독일 물건들이 히트를 친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했다. 그래서 언니는 변호사인 남편 친구와 이야기를 해서 그에게 용돈 겸 수고비를 주며 독일에서 합법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꾸준히 일을 늘려가는 중이라고 했다.


언니 말에 따르면 중국 아줌마들이 독일 분유 및 유아용품을 아주 좋아한다고 했다. 그리고 약국에서 판매하는 독일 화장품 같은 것도 아주 잘 팔린다고 하였다. 언니는 한국 화장품에도 아주 관심이 많아서 나에게 한국 화장품에 대해서 많이 물어보았다. 그러면서 그 사이트에서 다른 사람들이 판매를 하는 한국 화장품을 보여주었는 데 내가 모르는 브랜드가 꽤나 있어서 깜짝 놀랐었다. 나도 화장품에 관심이 많아 웬만한 브랜드는 다 안다고 생각했었는데 중국에서 판매하는 마스크 팩이나 일부 화장품들은 국내 판매용과 전혀 다른 것들이었다.


언니의 살아온 이야기를 듣고 또 언니가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역시 이 세상에는 아주 다양하고 내가 생각하지 못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다시금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런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은 바로 여행이 주는 묘미이기도 했다. 언니와 언니의 남편과 함께 점심을 먹으며 수다는 계속 이어졌고 오후가 되어 다시 각자의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언니와 헤어진 나는 수영장으로 가서 자리를 잡았다. 마치 숲 속에 있는 것처럼 수영장 주위에는  나무들이 많았고 수영장 너머로는 바다가 보여서 그냥 누워만 있어도 평온함이 밀려왔다. 아까부터 수영장에는 아이와 어른들이 한 데 모여 신나게 놀고 있었는데 그들은 나와 함께 스피드보트를 타고 온 이들이었다. 스웨덴인지 핀란드인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북유럽의 한 국가에서 온 그들은 스무 살이 좀 안 되어 보이는 남녀 커플이 각자의 가족을 데리고 온 여행이라고 했다. 구성원 배합이 살짝 묘하긴 했지만 그들이 아주 신나게 잘 노는 걸 보니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나무로 둘러쌓인 바다가 보이는 수영장


이 커플의 주인공 중에서 남자아이는 리조트에서 제공하는 무제한 술에 홀딱 빠져서 (거짓말을 살짝 보태어) 십분 간격으로 맥주를 받으러 수영장과 바를 내내 왕복했다. 그는 자신의 나라에서 이 만큼의 술을 마시려면 얼마나 많은 돈이 필요한 줄 아냐며 공짜로 마실 수 있을 때 마음껏 마셔야 한다며 안 그래도 나온 배에 계속해서 술을 채워 넣었다. 맥주를 마시고는 수영장에 들어가서 여자 친구와 신나게 물놀이를 해 대었다.


신기하게도 그렇게 술을 마셔댄  남자아이는 끝까지 취하지 않고 말짱한 모습이었는데 함께  어린 여자아이 하나가 술을   마시고는 취해서 나에게 사랑고백을 하기 시작했다. 선베드에 누워서 쉬고 있는 내 옆에 와서는 자기가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얘기를 하는데 어찌 보면 내 딸 뻘인 아이인 그녀의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그녀의 애정고백을 즐겁게 받아주었다. 덕분에 수영장에 있는 동안 그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가 있었다.


사실 나도 그 남자아이처럼 무제한인 술을 무제한으로 마셔볼까 했는데 뜨거운 날씨에 맥주 두 잔을 마셨더니 금세 취기가 올라와서 겁이 나 버렸다. 혼자일 때에는 무조건 안전이 제일이라 술도 함부로 마시면 안 되었다. 목이 마르면 주스를 마시며 아주 건전한 리조트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역시 놀 때는 시간이 총알처럼 가 버리는 지라 벌써 떠나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누군가가 새끼 상어에게 밥을 주는 시간이라고 했다. 새끼 상어? 얼른 짐을 챙겨서 그곳으로 달려가 보았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다리 위에 앉아서 대기를 하고 있었다. 나도 그들 사이에 끼여서 다리 아래를 내려 보았다. 정말 새끼 상어였다. 날개를 펼치고 있는 가오리도 새끼 상어들과 함께 헤엄치고 있었다. 물이 하도 맑아서 조금 떨어져 있었는데도 아주 잘 보였다. 잠시 후에는 한 마리의 학이 날아와서 수려한 자세를 뽐내며 이리저리 날아다녔다.


새끼 상어들과 가오리 / 홀연히 멋부리고 있는 학 한마리


인간은 누구나 이런 아름다운 자연 속에 있으면 순수해지는 듯했다. 우리 모두는 감탄을 하며 아이들처럼 좋아했고 박수를 치고 사진을 찍었다. 그러다가 5시가 가까워 오자 모든 그룹들이 차례로 자신들의 스피드 보트를 타고 리조트를 떠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우리 팀의 보트가 오지를 않았다. 그래서 우리끼리 그곳에 있는 북을 치며 놀고 있었는데 서서히 리조트에 어둠이 깔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눈앞에 펼쳐진 장관.


입이 있어도 무어라 말할 수가 없는 광경이었다.


스피드 보트에서 찍은 장관


타는 듯한 석양을 보며 돌아온 마푸시 섬에서 나는 중국 언니 커플과 그리고 스웨덴 친구들과 아쉬운 작별을 하고 호텔로 돌아가서 저녁을 맞을 준비를 하였다. 호텔에서 제공하는 크리스마스이브 저녁 뷔페를 예약 해 놓았기 때문이었다. 벌써 호텔 앞 바닷가에는 저녁 준비로 분주했다.


까만 옷에 흰 모자가 나에게 사랑고백 한 여자애 그리고 그 옆이 남자 주인공 / 남자 주인공 엄마랑 그의 여친과 함께
내 방에서 보이는 크리스마스 이브의 밤 장면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







작가의 이전글 퇴사를 하고 모히또를 마시러 갔다-제2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