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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바댁 린다 Sep 20. 2020

퇴사를 하고 모히또를 마시러 갔다-제2화-

지상낙원의 유일한 맛집은 하드락 카페의 짝퉁이었다


https://brunch.co.kr/@lindacrelo/117


(제1화에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알코올이 없다는 종업원의 말에 꽤나 충격을 받았지만 나는 이미 그곳에 있었다. 불평을 하고 왜?라고 묻기보다는 내가 바꿀 수 없는 상황이라면 빨리 적응을 하고 최대한 즐겨야 했다. 그래서 나는 무알콜 모히또를 주문했다. 그리고 배도 별로 안 고프면서 애피타이저 한 가지와 메인 식사 한 가지를 시켰다. 퇴사 여행의 첫날이니 최대한 우아하게 즐겨보기로 했다.


내 눈 앞에 보이는 인도양의 바닷가 풍경만으로도 술을 마시지 않아도 취할 것 같았고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른 듯했다.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며 여유롭게 주위를 돌아보았다. 모두들 짝이 있었다. 커플이 아니면 가족 혹은 친구들과 함께 있었다. 혼자인 사람은 나뿐이었다. ‘역시 몰디브는 혼자 올 데가 아니었어. 발리였으면 벌써 새로운 친구를 만들어서 같이 한 잔 하고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면서 살짝 외려울려고 하였다.


삼사십 분쯤 지났을 까? 드디어 무알콜 모히또가 내 앞에 나타났다. 비주얼을 보아하니 초록색 색소를 탄 것만 같았다. 민트 잎도 아주 조금만 들어 있었고 라임이 아닌 통조림에서 막 꺼낸 듯한 체리가 꽂혀 있는 게 내 기대를 한껏 져 버렸다. 한 모금 마셔보았다. 내가 원했던 맛이 아니었다. 앞으로 몰디브에서는 생과일주스만 마셔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사람들이 성의가 없었거나(그건 아니겠지?) 알코올을 접하지 않다 보니 무알콜 칵테일이라고 하더라도 관심이 없어서 살짝 흉내만 낸 듯했다.


몰디브의 무알콜 모히또 / 쿠바의 오리지널 모히또


모히또는 재료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아주 쉬운 칵테일이다. 특별한 기술을 요하지도 않아서 나도 만들 수가 있다. 유튜브에서 모히또 만드는 법을 찾아서 그 레시피에서 럼(알코올)만 넣지 않으면 무알콜 모히또가 되는 건데,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사실 모히또는 몰디브와 아무 상관이 없는 쿠바의 대표적인 칵테일이다. 스페인의 식민지였던 중남미의 많은 나라들이 19세기에 들어와서 하나씩 스페인으로부터 독립을 하기 시작했는데 스페인이 끝까지 독립을 하지 못하게 막았던 곳이 바로 쿠바였다. 설탕의 원료인 사탕수수의 나라인 쿠바에는 사탕수수 농장과 제당회사들이 많았는데 그들로 인해 거머쥐는 수입이 막대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미국과의 전쟁에서 패하자 울며 겨자 먹기로 1898년에 쿠바를 독립시켜주었고, 중남미에서 가장 먼저 스페인의 식민지가 되었던 쿠바는 가장 마지막에 독립을 한 비운의 국가가 되었다. 물론 바로 미국의 손아귀로 넘어가서 진정한 독립이라고도 말할 수는 없었지만.


스페인의 막대한 돈줄이어서 절대 포기하고 싶지 않았던 그 사탕수수를 증류시켜 만든 술이 바로 럼이다. 그리고 이 럼을 베이스로 만든 여러 가지 칵테일 중 쿠바의 대표적인 칵테일이 모히또(Mojito)이다. 럼 베이스의 칵테일 중에 많이 알려진 것으로는 모히또 외에도 헤밍웨이가 극진히 사랑했던 다이끼리(Daiquiri)와 달달한 파인애플 슬러쉬 같은 피냐 콜라다(Piña Colada) 그리고 럼 앤콕으로 알려진 쿠바 리브레(Cuba Libre)가 있다.


쿠바에 오기 전까지 칵테일을 좋아하지 않았던 내가 유독 바닷가로 휴가만 가면 모히또를 찾았던 게 먼 훗날 쿠바에서 살 것을 미리 예견한 것이었을까? 그런데 웃기게도 내가 모히또를 처음으로 만들어 본 곳은 지중해의 작은 섬나라 키프러스였다.


https://brunch.co.kr/@lindacrelo/15



음료가 나오자 식사도 나왔다. 식사가 나오기까지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괜찮았다. 나는 휴가였으니 그 정도의 여유는 허락할 수가 있었다. 애피타이저와 메인이 따로 나올 줄 알고 두 개를 시켰는데 모두 함께 나왔다. 설마 사진 찍으라고 함께 준 건 아니었겠지? 그 정도의 센스를 장착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휴가니까 마음을 너그럽게 가져보았다. 그리고 먹기 전에 인증샷을 찍었다.


내가 주문한 음식은 오징어튀김과 인도네시아 음식인 나시고랭이었다. 이 두 가지는 웬만해서 맛이 없을 수가 없는 음식이어서 처음 가 보는 곳에서 실패 없이 먹기에는 좋은 메뉴였다. 두 개를 천천히 먹어보았다. 못 먹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아주 맛나지도 않았다. 그냥 배고프면 다 먹을 수 있는 그런 맛이었다. 호텔(호텔에 속한 레스토랑이었다)이라고 특별했던 것은 바닷가 앞의 멋진 뷰와 다른 곳보다 비싼 가격이었다.


두가지 음식과 내 눈앞에 펼쳐진 멋진 풍경








나는 총 17일 동안 몰디브에 있었는데 그중 14일은 마푸시섬에 있었고 나머지 3일은 수도 말레에 머물렀다. 몰디브의 음식 이야기를 하려니 갑자기 아시아 국가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태국이 떠올랐다. 잠시 태국으로 순간 이동을 해 보자.


태국과의 인연은 1997년에 해외여행 인솔자를 하면서 맺게 되었는데 그때 내가 방문을 했던 첫 번째 도시가 방콕과 푸껫이었다. 그렇게 시작을 한 태국은 지금까지 중국 다음으로 아시아에서 많이 방문한 국가가 되었다. 일 외에 개인적으로도 태국이 너무 좋아서 여러 번 방문을 했었는데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은 2007년에 한 달 동안 한 <나 홀로 태국여행>이었다. 그때에도 나는 항공권과 일주일치 숙박만 예약을 하고 아무 계획 없이 그곳에 갔더랬다. 아, 그러고 보니 그때에도 마일리지 항공권을 사용해서 공짜 비행을 했었다. 그래서 그때에 한 달 동안 태국에 있으면서 실컷 먹고 놀았는데도 돌아와서 계산을 해 보니 다 쓴 돈이 백만 원을 넘지 않았더랬다.


크리스마스 다음날인 12월 26일 늦은 밤에 방콕에 도착을 한 나는 며칠 후 방콕 시내에서 발생한 테러 비슷한 폭탄 사건으로 잠시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그것을 시작으로 전기도 없었던 북쪽의 치앙마이 산속에서의 고생스러웠지만 흥미진진했던 트래킹, 그 후 트래킹 일행들과 헤어지고 혼자서 찾아간 작은 예술가들의 마을인 빠이에 내 마음을 홀딱 빼앗겨버려서 그곳에서 열흘간 머물게 되었다.


빠이의 산속에는 자연 온천이 있었는데 나는 그곳을 무척 좋아했다. 그래서 그곳에서 온천욕도 하고 계란도 익혀서 먹고 급기야 삼겹살을 익혀 먹기도 하였다.(비닐에 넣어서 물이 오염되지 않게) 그리고 빠이에서 우연히 만난 한국인을 통해서 어느 초등학교에 학용품을 전달하며 아이들과 하루 종일 공놀이를 하며 놀기도 했는데 그중에 영화배우 원빈을 닮은 한 남자아이가 있었다는 것을 지금 글을 쓰다 보니 떠올랐다.


아주 행복한 시간을 보냈지만 빠이에만 있을 수는 없어서 그곳에서 알게 된 친구들과 스무 시간 정도 차를 몰고 밤새 남쪽으로 내려가 파타야와 코사멧에서도 꽁냥꽁냥 추억을 쌓기도 하였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방콕에서는 여행자들의 성지인 카오산로드에서 마지막 피날레를 장식하고 정확히 한 달 만에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방콕에서 만났던 첫 번째 그룹의 친구들과 십삼년전의 나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보통은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쌓은 추억들이 떠올라 설레고 보고 싶고 그런데 나의 한 달 태국여행은 달랐다. 나를 설레게 하고 그리운 것들은 모조리 태국에서 먹었던 음식들이었다. 


태국 음식은 왜 아무거나 먹어도 다 맛있는 것일까? 게다가 가격은 또 얼마나 저렴한지!


길거리 음식은 길거리 음식 나름대로 맛있고 식당에서 먹은 음식은 또 그대로 맛있었다. 비위가 약해서 중국에 가면 거들떠보지도 않는 길거리 음식을 태국에서는 마음껏 먹을 수가 있었다. 그중에서 나는 공심채 볶음과 똠얌꿍을 가장 좋아해서 가는 식당마다 자리에 앉으면 메뉴를 볼 것도 없이 이 두 가지를 애피타이저로 시키고 나머지를 추가하였더랬다. 그래서 태국 한 달 여행 후 한동안은 태국 음식 앓이를 하며 서울에서 태국 음식점을 이리저리 찾아서 다니곤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몰디브에 있었던 17일 동안 꽤나 많은 음식을 먹었지만 ‘아, 이거 정말 맛있었는데!’ 라고할 만한 기억에 남는 음식이 딱히 없었다. 사방팔방이 바다인 이 곳에서 그나마 실패하지 않는 음식은 생선구이 정도였다. 그리고 내가 마푸시섬에 2주 동안 있으면서 가장 자주 방문을 했던 나의 최애 식당인 호텔 로켓 카페(Hotel Rocket Cafe)에서 판매하는 볶음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 음식이라면 음식일 테다.


혼자서 어슬렁 다니다가 발견한 이 식당은 얼핏 보면 하드락 카페(Hard Rock Cafe) 같아서 누구나 한 번쯤 관심을 가져보는 식당이다. 그래서 나도 들어가 보았더랬다. 이 곳에서는 조식부터 해서 샐러드, 볶음밥과 볶음면을 판매했는데 나는 늘 자리에 앉으면 수박주스와 카푸치노를 시키고 야채 볶음면을 주문했었다. 이 볶음면은 컵라면처럼 가늘고 꼬불꼬불한 면발에 약간의 야채를 넣고 수프 같은 걸 넣고 볶음 아주 심플한 면이었는데 내 입맛에 잘 맞았더랬다. 면인 데다가 양이 많지 않다 보니 배가 금방 꺼지긴 했어도 수박주스와 함께 먹으면 적당히 딱 맞았다.


하드락 카페가 아니다 / 즐겨 먹었던야채 볶음면
호텔 라켓 카페 메뉴 / 수박 주스와 카푸치노








음식 얘기를 하다가 옆 길로 새어 버렸다. 아무튼 나는 몰디브에서의 첫끼는 멋진 풍경을 위로 삼아 적당히 먹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밥을 먹었으니 소화를 시킬 겸 걸어서 동네 구경을 해 보기로 했다. 길치인 나는 호텔에서 챙겨 온 명함이 제대로 잘 있는지 확인을 하고는 천천히 동네를 돌아보았다.


섬 전체를 구경하는 데 걸어서 삼십 분도 안 걸리는 이 곳에 있을 건 다 있었다. 그중에서 나를 놀라게 한 건 동네 끝자락에 있는 감옥소였다. 많은 나라를 여행하면서 감옥소가 이렇게 눈에 띈 적은 없었는데 이 작은 마을에 감옥소가 있다니! 알코올 판매가 금지라서 범죄가 별로 발생하지 않는다고 자랑스럽게 얘기를 했는데 무슨 죄를 지은 사람들이 저곳에 있을지 궁금했다.


마푸시 감옥소와 경찰서


내가 이 섬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곳은 바로 초등학교였는데 학교 담벼락에 그려진 앙증맞은 그림들이 너무 귀여웠다. 내가 지나가는 순간에도 한 젊은 여성이 담벼락에 그림을 그리고 있었더랬다. 경찰서도 예뻤고 이슬람 기도당 담벼락 그림도 귀여웠다. 심지어 남의 집 담벼락에 그려진 그림들도 멋져 보였다.


학교 담벼락 / 이슬람 예배당 담벼락
귀여운 남의 집 담벼락들


전반적으로 섬은 깨끗하고 정갈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혼자 다녀도 무섭거나 크게 신경 쓰이지는 않았다. 말을 던지는 남자들이 있긴 해도 쿠바에 비하면 아주 양반들이었다. 그렇게 동네를 쭉 돌고 선착장으로 해서 호텔로 돌아왔다. 섬 투어가 너무 빨리 끝이 나 버려서 좀 시시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차를 싫어하고 여행지에서 주로 걸어 다니는 나에게는 오히려 잘됐다는 생각도 들었다.


밤이 되었다. 딱히 갈 데도 없고 할 것도 없었다. 그래서 가방을 열어 책을 꺼내었다. 가져간 두 권의 책 중에서 한 권을 읽기 시작했다. 그렇게 읽기 시작한 책 두 권을 나는 결국 몰디브에 있는 동안 두 번씩 정독을 하고 독후감까지 쓰게 되었다.


공기도 맑고 뽀송뽀송 한 새 침대도 마음에 들어서인지 아주 오랜만에 푹 잘 자고는 개운하게 아침을 맞이하였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발코니로 가서 새소리를 들으며 내 앞에 펼쳐진 백만 불짜리 풍경을 감상하였다. 볼 때마다 입꼬리가 올라가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세수를 하고 대충 옷을 입고는 조식을 먹으러 1층 식당으로 내려갔다.


로비 바로 옆에 있는 식당에서는 자리를 잘 잡으면 바다를 보면서 식사를 할 수가 있었다. 조식을 먹다 보면 서양 아저씨들이 말을 걸어서 같이 재미있게 얘기도 하고 먼저 온 아저씨들이 그곳에서 할 만한 액티브티 정보를 주기도 하였다. 그래서 조식을 먹고 나서 나는 이 섬에서 할 수 있는 액티브티를 알아보러 가기로 했다.


거의 대부분의 호텔과 여행사에서 다양한 투어 상품을 판매하고 있었는데 같은 상품이라도 내용과 가격이 조금씩 차이가 났기 때문에 발품을 잘 팔면 조금 더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구입할 수가 있었다. 몇 군데 호텔들과 여행사들을 들러서 정보를 추려 보았다. 그리고 내가 머물고 있는 호텔에서 제공하는 액티브티와도 비교를 해 보았다. 당장 하고 싶은 것이 없어서 좀 더 생각을 해 보고 무엇을 할지 정하기로 했다.








12월의 몰디브는 무척이나 뜨거웠다. 그래서 한낮이 되면 길거리에 사람이 거의 없었고 문을 열지 않는 상점들도 있었다. 그래서 나도 웬만해서는 뜨거운 태양이 비출 때에는 걸어 다니지 않고 주로 바닷가 근처 그늘에 앉아 사람들 구경을 하였다. 심심할 때는 바닷가 앞에 있는 작은 상점에서 아저씨가 힘차게 잘라주는 코코넛을 사서 빨대를 꼽고는 코코넛 워터를 시원하게 마셨다. 그리고는 가져 간 책을 열어 같은 페이지만 수십 번을 읽곤 했다. 한 줄 읽고 앞을 보고 또 한 줄을 읽고 옆을 보고 하다 보니 도대체 책장이 넘어가지를 않았던 것이었다.


(좌)방에서 보이는 일출 / (우) 흔한 풍경


몇 시간을 바닷가에서 널브러져 있다가 오후 늦게 숙소로 돌아와서 다시 마실 구경을 하러 나갈 채비를 했다. 혼자서 딱히 할 일이 없다 보니 운동이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첫날 소개받은 여성이 알려준 운동시설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처음 만났을 때 그녀가 운동하는 요일과 시간을 알려준 게 있었지만 먼저 답사를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혹시나 그곳을 못 찾을까 봐 호텔 지배인에게 주소를 다시 한번 확인을 받았다.


역시 나는 길치였다. 알고 보면 하나도 복잡한 길이 아니었는데 그 장소를 코 앞에 두고 학교 근처에서 맴돌고 있었던 것이었다. 결국 사람들에게 물어 물어 그곳을 찾게 되었다. 앗, 그런데 문이 잠겨져 있었다. 알고 보니 그곳은 수업을 할 때에만 열고 나머지는 닫아 놓는다고 했다. 무척이나 바쁜 그 여성은 이 운동 시설만 운영을 하는 게 아니라서 이 곳에 완전히 몰두할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다음 날 저녁에 수업이 있는 걸 알고는 운동복을 입고 미화 10불을 챙겨서 수업시간보다 조금 이른 시간에 도착을 했더니 문이 열려 있었다. 내가 들어가자 수줍어하면서도 다 들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이슬람 여성들이어서 모두 히잡을 쓰고는 운동복을 입고 있었다. 내가 이 곳에 온 게 반갑고 신기한 지 눈이 마주치면 모두들 빙긋 웃어주었다.


그곳은 이 섬에서 유일한 여성운동 시설이었다. 오픈을 한 지가 몇 달이 되지 않았다고 했는데 그럼 그 전에는 이 섬에서 여성들이 운동할 곳은 없었다는 말인지. ‘너바나’라고 이름이 붙여진 이 운동은 요가도 아니고 필라테스도 아닌 이것저것을 섞어 놓은 짬뽕이었다. 원장님이 수도인 말레에 가서 직접 배워 온 거라고 했다.


그런데 수업방식이 무척 신기했다. 보통 운동을 가르치는 강사들은 수업 전에 모든 동작을 완벽히 익힌 후에 하나씩 설명을 하면서 수업을 진행하는데 이 곳은 달랐다. 원장님이 책을 펼쳐놓고 그것을 읽으면서 진행을 했다. 그 모습에 깜짝 놀라서 ‘이게 뭐지?’ 하며 살펴보니 놀란 사람은 나뿐이었다. 모두들 웃다가 아프다고 낑낑 대기도 하며 아주 잘 따라들 하고 있었다. 너무 신기했다. 이 정도면 나도 충분히 가르치겠는데? 할 일 없으면 몰디브에 와서 너바나나 가르칠까 보다. 이런 생각도 해보았다.


그 모습을 보자 한국사회에서 완벽을 기하며 바둥바둥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에 약간 묘한 감정이 들기도 했다. 책을 보고 진행을 하는 것이긴 했지만 아주 힘든 운동이었다. 특히 미니볼로 하는 운동의 강도는 아주 높았다. 만족스러웠다. 현지인 여성들과 우정을 쌓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잠시나마 대화도 하고 무료한 저녁을 활기차게 보낼 수 있어서 좋았다. 그 섬에 있는 동안 나는 그곳에 네 번을 가서 운동을 했더랬다.


문에 붙여진 사진들 / 내부
함께 운동한 여인들 / 원장님이 오토바이로 나를 데려다 주곤 했다


운동을 하고 돌아오니 호텔 지배인이 잠시 후 8시에 호텔 투숙객 몇 명이 바다 한가운데 있는 플로팅 바에 술을 마시러 간다고 하면서 함께 가겠느냐고 물어보았다. 할 일이 없는 나는 뭐라도 하자고 하면 좋았다. 그래서 ‘예스’라고 하고는 얼른 방으로 올라가서 씻고 나갈 차비를 했다. 가져간 검정 원피스를 입고 화장도 후딱하고 귀걸이도 했다. 나름 신경을 쓰고는 나와보니 다른 투숙객들은 아주 편안한 복장이어서 괜히 민망해졌다.


호텔 직원을 따라 쫄래쫄래 스피드 보트 선착장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갑자기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다. 파도도 철렁철렁했다. 바다는 온통 까만데 그 플로팅 바만 반짝대며 빛을 내고 있었다. 몇 명씩 짝을 지어 스피드보트를 탔다. 밤바다를 가로질러 쌩하고 달리자 사방으로 물이 튀면서 스피드 보트 안을 마구 침범하였다. 아 괜히 원피스를 입고 왔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편한 복장으로 오는 거였는데… 스피드 보트가 플로팅 바에 도착을 하자 그곳에서 대기하고 있던 사람들이 우리를 한 명씩 올려다 주었다. 여기가 이 섬에서 유일하게 술을 마실 수 있는 곳이라고?


플로팅 바로 우리를 데려다 준 스피드 보트와 나름 멋낸 나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


오늘 운이 아주 좋게도 인터넷이 잘 되어 몰디브 사진 대방출하였습니다. 긴 글 읽으실 때 지루함이 없으셨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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