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요와 댓글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려요!
나도 한국에서 회사 다닐 때에는 그랬다. 고객들이 연락하거나 이메일이 오면 바로바로 답을 주었다. 속도전이었으니까. 신속하면서도 정확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친구가 연락을 해도, SNS에 달린 댓글에도 마찬가지였다. 할 일이 너무 많은데 한번 답 할 기회를 놓쳐버리면 영원히 놓쳐버릴 수가 있어서 보는 대로 바로 답을 했다.
그런데 이 곳에 와서는 그랬던 내가 달라졌다. 특히 브런치를 하고 나서부터다. 쿠바가 시간이 멈춘 나라여서 나도 멈춰 버린 걸까? 그럴지도 모른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니까. 하지만 다시 한번 생각해보니 꼭 그래서만은 아닌듯했다.
브런치 시작 초반에는 글을 쓰는 것도, 댓글을 쓰고 답하는 것도 정말 힘들었다. 그래서 겨우 내 글 하나 올릴 여력만 있었지 다른 작가님들의 글은 전혀 읽어볼 수가 없었다. 인터넷 때문이었다. 그래서 내 글에 좋아요를 눌러 주시고 댓글을 달아 주시는 분들께 늘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바로 답글을 못 드리고 날을 정해서 써야 해서 늘 늦어졌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곳의 인터넷 상황이 조금씩 좋아지게 되었다. 3G 데이터 판매를 시작한 것이었다. 그래서 데이터를 구입하면 굳이 인터넷 공원을 가지 않아도 핸드폰에서 인터넷을 할 수가 있게 되었다. 그 덕분에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읽어볼 수 있게 되었고 읽으면 읽을수록 브런치에 참 다양하고 대단하신 작가님들이 많으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런 다른 삶을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했다.
하지만 여전히 이곳은 인터넷의 제약이 있어서 그저 맘 편하게 글을 읽고 싶은 대로 다 읽을 수는 없었다. 시간도 시간이지만 돈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곳은 시간이 돈인 곳이 아니고 시간보다 돈이 더 귀한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이 있어도 인터넷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꾸준히 발생을 하기도 한다.
이 곳의 데이터는 아직까지 비싸다. 예를 들어 3G의 경우 4GB에 삼만 칠천 원가량이고, LTE의 경우 훨씬 저렴해서 2.5GB에 만원 가량이다. 나는 핸드폰 사정으로 3G와 LTE 두 개를 다 구매해서 사용하고 있다 보니 비용이 만만찮다. 다행히도 브런치는 사진보다 글 위주여서인지 다른 SNS에 비해 데이터가 적게 들어서 무척 고마운 존재이기도 하다.
쿠바에 온 이래로 나는 매일 가계부를 쓰고 있다. 이렇게 꾸준히 하루도 빼놓지 않고 가계부를 쓰는 것도 내 인생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쿠바야, 고마워!) 가계부의 첫 칸에는 매일의 지출을 상세하게, 두 번째 칸에는 각 종목별로 한 달 예산을 정해 놓았는데 매달 핸드폰 데이터 목표 금액은 남편과 내 것을 합쳐서 약 십삼만 원가량이다. 최대한 그 금액을 넘기지 않으려고 하나 실상은 넘어갈 때가 더 많다. 물론 목표액보다 적게 쓴 달도 있긴 하지만 그런 적은 극히 드물다.
만약 그러하다면 시간과 돈을 절약하기 위해서라도 댓글을 읽으면 바로 답을 해야 하는 게 맞는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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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내 별명이 이십 원이었을 때가 있었다고 브런치 글 어딘가에 쓴 적이 있다. 문자 한 통에 이십 원을 할 때 생긴 별명이었다. 내 뒤통수를 빵 하고 친, 한때 가장 친하게 지냈던 그녀가 붙여준 별명이었다.
“언니는 문자만 봐도 상대방 마음을 다 읽으니까 오늘부터 언니 별명은 이십 원이야.”
그럼 지금 난 얼마일까?
댓글은 참으로 고마운 존재이다. 댓글 하나에 그날 하루 종일 내 기분이 좋아지고, 댓글 하나에 마음이 따뜻해진다. 댓글 하나에 내가 이렇게 가치가 있는 사람이었는지 알게 되고 댓글 하나에 혼자가 아니라는 걸 느끼게 된다.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아는 게 바로 이 댓글이었다. 다행히(?) 난 아직까지 악플을 딱히 경험해보지는 못했지만 악플은 이래서 근절되어야만 한다.
그래서 나는 내 글에 남겨진 댓글을 읽으며 한 분 한 분의 마음을 느껴보았다. 아, 이 댓글을 쓰실 때 이분은 이런 마음이셨겠어. 이분은 정말 천사 같으시네. 이 분은 나랑 생각이 정말 다른데 대단하시다. 이분도 이런 일을 겪으셨구나. 나랑 정말 비슷하네.
그러면서 바로 답을 쓰지 않았다.(바로 쓴 적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좀 더 생각해보고 싶어서였다. 댓글을 읽으면서 내 글도 다시 한번 읽어 보고 그분의 마음도 한번 더 느껴보고 싶어서 댓글을 모아 두고 생각이 정리되면 그때 답글을 쓰기 시작했다. 마음의 준비가 되었을 때 무슨 의식을 하듯 말이다. 그리고 나에게 이 의식은 댓글을 남겨주신 분들에 대한 예의였고 존중이었다. 인터넷 사용에 제약이 많기도 하지만 이게 더 큰 이유였다.
그래서 댓글에 답을 하기 전에 나는 그 댓글을 몇 번씩 읽어보았다. 그리고 댓글에 천천히 답을 하였다. 만약 내가 쓴 답글이 마음에 안 들면 다시 썼다. 그리고 다 쓰고 전송을 눌렀는데 인터넷이 안돼서 사라지면 또다시 썼다.(종종 있는 일이다.) 마침내 전송을 했는데 내용이 이상하면 다시 수정을 했다. 그렇게 나는 답글도 퇴고를 했다. 마치 글을 쓰고 퇴고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것은 답글이 길고 짧은 것과는 상관이 없는 일이었다.
언젠가는 다시 속도전으로 돌입해야 하는 날이 올 수도 있을 테다. 그리고 그때는 또 그 상황에 맞추어 감사하며 답글을 쓰겠지. 하지만 오늘 난, 쿠바에 있으니까, 돈보다 시간이 많으니까, 그래서 지금이라 가능한 나만의 정성스러운 답글 의식을 치를 테다. 내 마음이 준비가 되면 한분 한 분을 떠올리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퇴고를 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