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을 보니 한국에 온 지도 삼 개월이 지났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친구들이 있는 한국에 있는 게 좋으면서도 쿠바에 있는 남편이 보고 싶고 쿠바가 그리워서 자꾸 잠을 깨는 건지 아니면 단순하게 살다가 복잡한 세상에 와서 수많은 정보들을 받아들이느라 나의 뇌가 힘들어서 깊은 잠에 빠지지 못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거리를 나가보았다. 바람이 살랑 불자 꽃잎들이 하나둘씩 춤을 추며 살포시 떨어지고 있었다. 봄이 온 것이었다. 그런데 내 마음은 아직도 왜 겨울인 건지! 햇살도 따뜻했고 여기저기에서 꽃들이 나를 맞이하는 걸 보면 분명 바깥은 봄인데 말이다.
문득 이해인 수녀님의 [봄의 연가]가 생각이 났다.
우리 서로
사랑하면
언제라도 봄
겨울에도 봄
여름에도 봄
가을에도 봄
어디에나 봄이 있네
몸과 마음이 많이 아플수록
봄이 그리워서 봄이 좋아서
나는 너를 봄이라고 불렀고
너는 내게 와서 봄이 되었다
우리 서로 사랑하면
살아서도
죽어서도
언제라도 봄
결국 봄은 내 마음속에 있는 것이었다. 어쩌면 나는 카리브해의 뜨거운 나라에 살면서도 여름이 아니라 늘 봄이었는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어서 내 마음은 늘 봄이었다는 것을 떨어져 있으니 이제야 알게 된 것일까?
우중충한 겨울에서 벗어나 내 마음에도 봄을 맞이해 볼까 해서 헤어스타일도 바꿔보고 손톱에 노란색도 칠해 보았다. 순간적으로 기분 전환은 되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 마음 깊은 곳까지 바꾸는 건 무리인 듯했다.
내가 좋아하는 노란색으로 봄맞이 해봄
그런데 어제 한 지인이 보내 준 메시지를 보고는 약간은 우울했던 기분이 확 날아가는 듯했다. 메시지를 받았을 때 나는 너무 놀라서 그분이 보내주신 사진만 한참을 바라보았더랬다. 다음 사전에 쿠바댁 린다 가 고유명사로 나온 것이었다. 이게 말이 돼? 하면서 사실 여부를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나의 SNS에 포스팅을 했다. 그분이 세상 유일무이한 것이라고 메시지를 보내셨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그게 정말인지 알 정도로 컴퓨터 기술에 문외한이었던 것이었다.
저녁이 되어서야 다음 사이트에 들어가서 사전을 찾아보았다. 그런데 아무리 사전에 쿠바댁 린다를 입력해 보아도 정보가 나오지 않아 보내주신 분께 연락을 드렸더니 본인이 직접 만드신 거라고 하셨다. 세상에 한 장 있는 이미지라고 했잖아요, 하시면서. 그제야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알게 되었고 너무 웃겨서 나도 그분도 깔깔대며 웃고 말았다. 요새 내가 좀 우울한 줄 어떻게 아시고 이렇게 재치 있고 재미있는 선물을 보내주신 것이었을까?
그런데 그분이 보내주신 이미지를 보면서 언젠가 저게 현실이 되는 날이 오면 좋겠다는 꿈을 꾸어 보게 되었다. 지금은 아주 미약하지만 꾸준히 노력하면 언젠가 가능한 날이 오지 않을까? 내 사전에 불가능이란 없으니까.
또 새로운 하루가 밝아온다. 오늘도 나는 수많은 감정의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살아가겠지. 그리고 그럴 때마다 나를 아껴주고 응원해 주시는 분들을 생각하면서 그리고 멀리서도 항상 "자기 예뻐!"를 연발하는 나의 귀인을 생각하며 한발 한발 즐겁게 내디뎌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