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나는 임시숙소에 거주 중이라 집에 밥솥이 없다. 그러다 보니 냄비에 밥을 지어먹는데 그럴 때마다 밥 짓는 냄새가 나의 코를 아주 기분 좋게 자극한다. 압력밥솥의 매력이 밥 짓는 소리이면 냄비밥의 매력은 밥 짓는 냄새라고 하면 될까?
오감 중에서도 후각이 특히나 발달된 나는 냄새에 아주 예민한데 밥 짓는 냄새가 이렇게나 좋은 건지는 냄비에 밥을 하면서 알게 되었다. 예전에 서울에서 회사를 다닐 때에는 엄마가 사주신 좋은 밥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보물 창고에 산처럼 쌓여있는 햇반만 열심히 먹어대서 엄마의 밥솥은 선반 어딘가에서 기약 없는 휴식을 할 수밖에 없었더랬다. 그러다가 고장이 나서 수리를 했던 기억이 난다.
그랬는데 결혼을 해서 쿠바에 살면서 냄비에 밥을 짓게 되었고 밥을 지을 때마다 밥 냄새에 기분이 좋아지곤 했었다. 하지만 쿠바의 쌀과 한국의 쌀이 달라서인지 요즘 들어 밥 냄새가 더 달달하고 포근한 느낌이다.
유기농 쌀이어서 그럴까?
에이, 설마... 하면서도 그런 거 같기도 하고. 그저 기분 탓이겠지?
오늘은 새로 구입한 유기농 강황 쌀을 조금 섞어서 밥을 지어 보았다. 강황이 몸에 좋다는 건 예전부터 알았지만 강황 쌀은 처음으로 구입을 해 보아서 내 생애 첫 노란색 밥이 완성이 되었다. 쿠바에 살면서 몹시 좋아하게 된 노란색. 이젠 옷이랑 액세서리를 넘어서 밥까지 노란색이라니!
괜히 더 건강해질것만 같은 노오란 유기농 강황쌀
한번 밥을 지으면 두끼를 먹을 수가 있으니 게으르지만 않으면 나는 이 향긋한 유기농 밥 냄새를 내일도 만끽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