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잘 안 되는 쿠바가 요즘 들어 많이 그리워진다. 남편이 보고 싶다는 이유 이외에 가장 큰 건 갈수록 멀어져 가는 나의 집중력 때문일 테다. 무언가를 하려고 가만히 앉아있으면 몇 분을 넘기기 힘들 정도로 집중력이 무너져버린다. 책을 좀 읽다가 보면 내 생각은 저 멀리 안드로메다에 가 있기도 하고 주식이나 코인 화면을 한참 쳐다보다가 유튜브를 보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러다 보니 어느 날부터 책 한 권을 끝내는 게 몹시나도 힘들어져 버렸다.
내가 이렇게나 집중력이 없는 사람이었나?
한때는 집중력이 꽤나 좋았는데(내 생각에) 이젠 아, 옛날이여! 혹은 라떼는 말이야, 로 만족을 해야 할까?
안돼 그럴 순 없지!
맛난 음식을 먹으면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던데 내 집중력은 어떻게 하면 돌아올 수 있을까? 핸드폰을 던져 버릴 수도 없고 유튜브를 안 볼 수도 없고 SNS를 하지 않을 수는 없지 않은가.
메타버스(Metaverse) 시대에서 디지털을 져버린다는 건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자연 속에서 나 홀로 유유자적 살겠다는 건데, 그러기에 나는 메타버스에 너무 맛을 들여 버렸다. 무엇보다 먹고살아야 하니까 생존을 위해서라도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으려고 기웃기웃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오늘 운동을 마치고 노트북을 들고 카페를 찾았다. 그나마 카페에서는 책을 읽든 글을 쓰든 무언가를 하기는 하니까. 결국 나는 커피 한잔에 나의 집중력을 찾은 셈이다. 커피도 있고 맛난 차도 있는 조용한 집을 놔두고 카페에 와서 안 써도 되는 돈을 쓰는 게 좀 아쉽긴 하지만 이렇게라도 해서 집 나간 내 집중력을 찾을 수가 있다면 암, 해야지.
집 근처에 조용히 글을 쓰고 책을 읽을 수 있는 카페가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카페에 앉아서 카푸치노를 마시면서 하얀 노트북에 내 마음을 또박또박 표현해본다. 잠시나마 집 나간 나의 집중력을 오롯이 느낄 수 있어서 참 행복한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