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어느 작가님의 브런치에서 이 문장을 보았다. 그때 나는 그 작가님이 참 부러웠다. 그리고 그녀는 글쓰기에 프로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초보지만 그때는 글쓰기에 더 초보였기에 글로 돈을 버는 분들이 참으로 존경스러웠다.(그 마음은 변함없다)
그럼 나는 어떨까? 하고 생각을 해 보았다. 나는 누가 돈을 준다고 하면 글을 더 잘 쓸까? 대답은 '아니'였다.
나는 어떤 일을 하든 일에 대한 기준이 높아서 내가 생각할 때 이 정도면 돈 받는 게 부끄럽지 않겠다, 라는 마음이 들 때까지는 돈 생각을 하지 않고 실력을 쌓는데 집중을 하는 편이다. 그리고 내가 만족할 정도의 실력이 쌓이면 그때부터는 제대로 돈을 요구한다.
그래서 예전 회사의 경우, 스카우트 제안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입사할 때에는 보통의(그리 만족스럽지 않은) 계약 조건이었지만 일을 한 지 4개월 만에 연봉협상을 다시 하여 결국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게 되었다. 짧은 시간 동안 죽기 살기로 일을 해서 나의 실력을 발휘했고 그로 인해 회사에 많은 이익을 가져다주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브런치도 나에게 그러하다. 글을 올린다고 돈을 주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한 번도 글을 제대로 써보지 않은 나 같은 초보 작가(혹은 작가가 되고 싶어 하는)들에게는 마음껏 글쓰기를 연습해(?) 볼 수 있는 훌륭한 플랫폼이다. 만약 브런치가 글을 올리고 돈을 버는 곳이었으면 브런치 작가가 되는 게 굉장히 힘들었을 수도 있었을 테다. 적어도 나에게는 말이다.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여러 작가님들이 브런치를 떠나시는 것도 보았다. 그분들은 나 같은 초짜가 아니라 제대로 글을 쓰시는 분들이라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오히려 그런 이유를 당당히 글로 밝히고 브런치를 떠나서 다른 곳에서 돈 되는 글쓰기를 하시는 그분들이 멋있어 보였다. 나는 언제쯤 저렇게 될까? 하며 부럽기까지 했다.
그런데 최근에 스티브 잡스가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한 유명한 연설의 내용 같은 그 말이 떠올랐다. 하나의 점들이 모여서 선을 이루고 그 선들이 모여서 원을 이룬다 그 말.
처음에는 브런치가 돈을 안 주니까 편하게 맘껏 글을 썼는데, 글을 자꾸 쓰다 보니 글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관심을 가지니 실력이 늘어나고, 실력이 늘어나니 책을 내게 되고, 책을 내고 나니 강의를 하게 되거나 또 다른 출판의 기회가 생겨나서 결국 브런치가 나에게 돈을 벌어다 주는 게 아닐까?
월요일에 나의 네이버 블로그에 처음으로 광고가 붙은 걸 보고는 '어쩌면 나는 브런치 덕분에 돈을 벌겠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 년 전에 쿠바에서 블로그를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내가 블로그로 돈을 벌거라는 생각은 전혀 없었더랬다.
브런치에 글을 쓰다 보니 글을 쓰는 게 조금은 편해지면서 좋아졌고 무언가 새로운 걸 해 보고 싶어서 브런치가 아닌 블로그에 매일 감사편지 형식으로 글을 썼다. 플랫폼마다 성격이 다른데, 브런치에 매일 감사편지를 쓰는 건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서 블로그를 하게 된 것이었다.
그런데 한국에 와서 블로그로 돈을 버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 분들은 벌써부터 있었지만 그 분야에 전혀 관심이 없었던지라 잘 몰랐던 것이었다. 그들은 과거 나의 연봉보다 더 많은 돈을 블로그를 통해서 벌고 있었다. 세상이 이렇게도 바뀌었다는 걸 그제야 알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도 블로그로 돈을 벌어봐야겠어, 라는 마음이 딱히 들지 않았다. 돈도 없으면서 예전의 그 간절함도 없었다. 하나는 있어야 할 텐데 말이다.
그런데 에린이의 블로그 수업을 들으면서 '애드 포스트'라는 게 있고 그걸 신청하면 광고가 붙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애드 포스트를 신청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나에게는 광고가 붙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블로그에 점점 흥미를 잃어갔다.
그러다 지난주에 블로그 수업을 같이 듣는 수미님을 만나서 이야기를 하다가 그녀가 애드 포스트 이야기를 해 주었는데 요게 은근히 재미있다는 거였다. 얼마 안 되는 금액이지만 매일 조금씩 금액이 찍히는 걸 보면 신기하고 기분이 좋다고 했다. 그래서 그녀와 헤어지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나의 애드포스트를 확인해 보았다. 분명 신청을 했는데 뭐가 잘못됐을까? 하면서 확인해 보았더니 무언가 등록을 하지 않을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바로 등록을 하였는데 곧바로 승인이 되지는 않았다.
월요일이었다. 블로그에 글 한편을 올리고 다시 보았는데 글쎄 내 글 가운데에 광고가 떠억 하니 있는 거였다. 그걸 보는 순간 놀라고 기뻐서 그전에 쓴 다른 글들도 확인을 해 보았더니 모든 글 가운데에 광고가 하나씩 있었고, 글 아래에 광고가 세 개씩 있었다.
누군가가 그 광고를 누르기만 해도 돈이 들어온다고 했다. 생각해보니 나는 누군가의 블로그 글을 읽으면서 광고를 누른 적이 없었다. 그러니 다른 분들도 실수로 누르거나 혹은 그 광고가 정말 필요로 해서 누르는 게 아닌 이상 광고를 누르진 않겠지만, 이런 방법으로 내 통장에 돈이 들어온다는 걸 경험을 통해서 알게 되어 몹시 기뻤던 것이었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내가 아는 분들 블로그를 읽다가 광고가 있으면 한번씩 눌러줘야겠다는 마음도 먹었다.
브런치가 떠올랐다. 결국 내 글쓰기의 시작은 돈 안 되는 브런치였는데 글을 계속 쓰다 보니 블로그도 하게 되었고 애드 포스트를 통해서 돈을 조금씩 벌 수 있게 된 것이었다.(이제 시작이지만) 게다가 출판 계약도 했으니(출간은 내년 2월 예정임) 브런치는 돈이 안 되는 플랫폼이 아닌 것이다.
브런치에서 쓴 글들이 모여서 출판도 하게 되고, 글을 계속 쓰다 보니 다른 곳에도 글을 쓰게 되고 그러다 보니 돈을 벌게 된 것이다. 아직 공모전에는 도전을 해 보지는 않았지만 각종 공모전에도 차차 도전을 해 볼 계획이다. 이러한 것들이 당장은 돈이 안 되는 것 같지만 멀리 보면 다 돈이 되는 글쓰기인 거다.
그러니 오늘도 나는 브런치에 글을 쓰게 된 걸 감사하고 또 브런치에 나를 이끌어준 분들께 감사하며 새벽에 일어나서 한 편의 글을 쓴다. 이렇게 매일의 점들이 모이다 보면 모두 연결이 되어 지금은 생각하지도 못하는 결과를 가져다줄 수도 있을 테야, 하는 설레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