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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바댁 린다 Sep 23. 2021

챌린저스를 아시나요?


수많은 세상의 잡음과 유혹 속에서 나를 꿋꿋이 지켜나가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매일이 나의 감정과의 싸움이고 내 의지력을 시험하는 날들이다.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정신이 번쩍 드는 강의를 듣고 계획을 종이에 적어서 벽에 붙여 놓기도 하고 단체 톡방에서 잘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자극도 받아본다.


그런데 이런 사람이 나뿐만은 아니겠지. 인간은 모두 나약한 존재니까. 쉽게 흔들리고 중간에 포기하고 감언이설에 속아 넘어가는 게 인간이니까. 그러니 내면이 강하고 오래 걸려도 끝까지 가는 사람이 결국은 잘 될 테고 그런 사람은 많지 않으니 그들이 돋보이는 걸 테다.


이렇듯 나는 갈대 같은 마음으로 이랬다 저랬다 하면서 방황을 하였고 각종 유혹에 휩싸이곤 지만 여기에 강제성을 주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가장 강력한 강제성은 자본주의답게 바로 이었다.






플랫폼이 돈을 버는 세상답게 별별 애플리케이션이 다 있는데 그중에서 요즈음 내가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는 애플리케이션이 있어서 공유를 해 보고자 한다. 혼자서 나의 의지를 꿋꿋이 지켜가는 게 쉽지가 않아서 돈을 걸고 한번 시도해 보았는데 효과가 좋았다. '챌린저스'라는 애플리케이션이다.


처음 내가 도전을 했던 건 <내일 할 일 3가지 쓰기>였다. 2주 동안 매일 오후 5시에서 12시 사이에 다음 날 할 일을 종이나 PC에 적고 이 애플리케이션에 있는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서 인증숏을 올리는 것이었다. 나는 이 목표 달성에 5만 원을 걸었다.


5만 원을 먼저 결제하고 내가 한 목표가 모두 이루어지면 성공한 사람들은 내가 베팅한 금액을 전체 돌려받고 실패한 사람의 금액을 나누어서 상금으로 받는 거였다. 그 5만 원을 사수하기 위해서 나는 매일 저녁에 다음 날 할 일을 적은 뒤 인증숏을 올렸고 결국 목표 달성을 하여 5만 원을 돌려받았다. 그리고 상금으로 116원이 쌓였다.


2주동안 매일 인증숏을 올렸고 무사히 달성했다


그리고 어제 나는 두 개의 챌린지를 마무리했다. 하나는 <4주 x 주 1회 등산하기>였고 다른 하나는 <블로그 글쓰기>였다.


등산은 4주 동안 일주일에 한 번씩 등산을 하면서 산 이름이 보이는 등산로 안내도나 정상석 또는 정상 표지판을 찍어서 올리는 것이었다. 지난 3주 동안 등산을 잘했고 인증숏도 올렸는데 이번 주가 문제였다. 추석으로 목요일까지 본가에 있기로 했고 금요일 아침 일찍 백신을 맞아야 해서 혹시나 모르니 금요일부터 며칠 동안은 등산을 하지 않는 게 좋다고들 했다. 그래서 이번 주 등산은 본가에서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본가 근처에 산은 많은데 모두 등산로여서 정상석이 있는 산이 있는지가 의문이었다. 그러다 큰 오빠가 정상석이 있는 산 하나를 알려주었고 그곳을 목표로 삼아 어제 늦은 오후에 오르기 시작했다. 낮은 산이다 보니 동네 주민들이 산책 삼아 많이들 걷고 있었다. 그런데 길이 여기저기 많이 나 있어서 어디가 정상으로 가는 길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는데 내 앞에 걸어가시는 아주머니를 따라갔더니 작은 돌이 있는 평평한 장소가 나타났다.


"여기가 정상이에요?" 나는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이렇게나 작고 아담한 정상석은 처음 보았다. 내 앞에 올라가셨던 아주머니도 함께 웃으시면서 "여기 산이 낮아요."라고 말씀을 하셨다. 그리고 그녀는 내가 인증숏을 찍느라 분주할 때 다시 내려가셨다. 몸이 재빠르신 분이셨다. 가시기 전에 내려가는 길을 알려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를 드렸고 인증숏을 찍고는 나도 곧바로 아주머니가 알려주신 길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무래도 올라오던 길이 아닌 듯했다. 분명 올라올 때는 좁은 길이었는데 내려가니 아주 넓고 평평한 길이 나왔다. 근처에 표지판이 있어서 봤더니 전혀 다른 곳이었다. 아뿔싸! 그 길을 벗어나 보려고 다른 쪽으로 가 보았는데 역시나 낯선 길이었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고 어둠이 내려오기 시작했다.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어두움이 스며들자 겁이 나기 시작했다. 산속에는 어두움이 더 빨리 내려앉는다고 하던데 머뭇하다가는 꼼짝없이 갇혀 버릴 것만 같았다. 그래서 재빨리 내려가는 길을 찾기 시작했다. 어느 방향으로 내려가든 그건 내려가서 생각할 문제고 일단 산을 벗어나는 게 중요했다. 여기저기를 둘러보며 내려가던 중 산 아래에 파란색의 건물이 슬쩍 보였다. 그 건물이 보이는 곳으로 내려가 보았더니 길이 나왔다.   아, 살았다!라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파란색 건물을 보았더니 둘째 오빠가 다녔던 고등학교였다.


오랜만이야! 하고는 지도를 켜서 보니 집에서 35분이 떨어진 곳이었다. 챌린저스에 인증숏을 올리려다 산에서 길을 잃을 뻔했다고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다. 등산에 내가 배팅한 금액은 무려 20만 원이었다. 그만큼 자신이 있었기에 큰 금액을 걸었고 그 돈을 잃지 않기 위해서 본가에 와서도 등산을 하게 된 것이었다.


결론적으로 2시간을 넘게 산책 같은 등산을 했더니 밥이 꿀맛이었다. 그래서 저녁을 2그릇이나 먹어 치웠다. 평소에 나는 많이 먹지 않기 때문에 그런 나를 보면서 엄마가 놀라시면서도 흐뭇해하셨다.


그리하여 결국 4주간의 등산하기 챌린지에 성공하였고 블로그에 글쓰기도 목표 달성을 하여 나의 배팅 금액을 모두 사수할 수가 있게 되었다. 별게 아닌 것 같지만 돈을 걸고 나면 마음이 바뀐다. 돈이 에너지라는 말이 있듯이 누구나 돈을 잃기는 싫어하니 그 에너지를 통해서 목표 달성을 하는 챌린저스라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서 나와의 약속을 지켜나가는 재미가 쏠쏠했다.


지금까지 목표 달성한 나의 챌린지들


어제 두 가지 목표가 마무리가 되어 오늘부터는 다시 새로운 목표에 도전을 해 보려 한다. 이번에는 무엇을 한번 해 볼까? 내일 할 일을 적는 걸 다시 해볼까? 아니면 새로운 도전을 한번 해 볼까?


내가 해보니 효과가 좋아서 혹시라도 혼자 무언가를 이루는 게 힘드신 분들은 챌리저스 애플리케이션을 한번 이용해 보실 것을 권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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