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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5시, 글쓰기 좋은 시간

by 쿠바댁 린다


8월에 맘껏 방황을 하다가 9월 1일에 찬바람을 맞고 정신이 들어 9월 2일부터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브런치에 글을 한편씩 썼다. 한 달만 그렇게 해보리라 마음을 먹었고 오늘이 그 한 달째 되는 날이다. 예정대로 오늘까지만 쓰고 이제 그만할까?


새로운 달이 시작되었고 지난달을 돌아보니 내가 한 거라고는 글 쓴 것 밖에 없다. 필라테스도 꾸준히 했고 등산과 산책도 했지만 결과로 남아있는 건 역시나 글이다. 이게 글의 매력이다. 쓰고 나면 남아있다는 것.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그 글들이 모여 나의 역사가 된다. 이것이 내가 글을 쓰면서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이다.


기상 시간은 새벽 5시, 처음에는 알람이 필요 없었다. 4시 반에도 일어나고 6시에도 일어났다. 일찍 잠든 날에는 3시에도 일어나기도 했으니. 그러다가 안 되겠다 싶어 알람을 맞추었고 이제는 알람에 맞추어 5시에 일어난다. 예전 같으면 알람이 울려도 핸드폰을 보며 꾸물대느라 이불속에서 벗어나는 데 시간이 꽤나 걸렸는데, 요즘은 짧게는 5분 길게는 10분 안에 일어난다. 아직까지 알람이 울리면 자동반사처럼 벌떡 일어나지는 않는다.


맨 먼저 양치질을 하고 세수를 하고 전기포트에 물을 끓인다. 물이 끓는 동안 작은 싱크대 앞에 서서 개수대를 잡고 푸시업을 한다. 서른 개. 쿠바에서 열 개로 시작했는데 이제 서른 개로 늘어났다. 몸이 깨어난다. 곧이어 보글보글 물 끓는 소리가 나의 아침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음을 알려준다. 냉장고에 있는 작두 차 티백을 꺼내어 투명한 유리잔에 넣고는 뜨거워진 물을 붓는다. 가끔 그 뜨거움에 놀래서 물을 쏟을 때도 있다.


책상에 앉아 따뜻한 차를 마시며 글을 쓰기 시작한다. 어떤 날에는 자기 전에 다음 날 아침에 쓸 주제를 정해놓기도 하는데 주제가 딱히 생각나지 않으면 그날 일어나서 생각해본다.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으면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읽어본다. 그러다 보면 무언가는 생각나기 마련이고 그때 나는 글을 쓴다.


한 시간에 끝내기도 하고 두 시간이 넘게 이어지기도 한다.(쿠바에서 글 쓸 때와 비교하면 아주 단축된 시간이지만...) 글을 쓰면서 생각해야 될 때가 그러하다. 나는 주로 내가 경험한 일들을 글로 표현하는데, 그러다 보니 그 당시의 일을 정확히 기억하려고 애쓰고, 또 그것을 어떻게 잘 표현할까 고민을 하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린다. 그럴 때면 나의 표현력의 한계뿐만 아니라 기억력의 한계도 실감한다.


그런 한계가 계속되니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읽지 않았던 문학책을 읽으면서 어휘력과 표현력을 넓히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좋은 현상이다. 매일 글을 쓰니 이런 발전적인 것도 경험하게 되어 기분이 좋다.


새벽 5시에 일어나면 온 세상이 고요하다. 오직 세상과 나만 있는 듯하다. 요즈음은 새벽 배송에 각종 배달에 새벽에도 오토바이와 차 소리가 내 고요에 파장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그래도 상대적으로 고요하니 괜찮다. 또한 새벽 5시는 나의 뇌가 하루 중 가장 맑은 시간이다. 그 맑은 뇌를 유지하기 위해서 글을 올리기 전까지 스마트폰은 보지 않으려고 한다. 내 눈에 보이지 않는 무서운 전자파의 파장에서 잠시나마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다.


잠시 중용을 읽었다. 어떠한 일을 꾸준히 진실된 마음으로 하는 건 쉽지 않다고 적어놓았다. 공자도 한 달 동안 그렇게 하는 게 힘들다고 말씀하셨다는데 그럼 내가 하고 있는 이 행위는 공자에게 칭찬받을 일일까?라는 오만한 생각을 하면서 피식 웃는다. 내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다.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글쓰기 하는 걸 한 달만 더 연장하기로 했다. 매일 글을 쓰다 보니 아무래도 나의 글이 외부에 많이 노출이 되어 더 많은 이들이 내 글을 읽어 주신다. 게다가 많은 분들이 한 편의 글만 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나간 글까지 읽어주시니 참으로 감사하다. 그래서 이 감사함을 한 달 더 누려보기로 했다.


일단 쓰자. 이 마음으로 시작을 했는데 계속 쓰다 보니 욕심도 생기고 감사함도 생기고 실력도... 음, 실력은 시간이 많이 필요하겠지만 좀 더 잘 쓰고자 하는 욕심과 독자들에 대한 감사함으로 꾸준히 쓰다 보면 실력은 쌓여갈 거라 믿어본다.


나는 BTS의 아미까지는 아니지만 그들의 행동을 보면서 참 많이 배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할리우드 스타들이 행사 후 BTS를 각종 파티에 초대를 했지만 그들은 지금까지 파티에 간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했다. 파티 대신 숙소로 돌아가서 카메라를 켜고 아미들과 소통을 하는 게 더 좋다고 하는 그들을 보며 그저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나보다 한참 어린 친구들인데, 세계 최고의 자리에 있는 그들인데, 자만하지 않고 자신들을 키워준 아미들을 우선으로 생각하며 늘 감사하고 매 순간 노력하는 그들을 보며 게을러지는 나를 볼 때마다 채찍질해본다.


벌써 밖이 환해졌다. 새로운 한 달이 시작되었다. 이번 달은 31일까지니까 10월 31일을 한 달이 끝나는 날로 정하고 매일 글을 써야겠다. 월요일에 필라테스를 하면서 무리한 오른쪽 어깨가 아직까지 아프다. 오늘은 꼭 파스를 사서 붙여야겠다. 내 집중력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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