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중학교 정도의 학력이라면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쉬운 글이라고 했지만, 저에게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친숙함보다는 긴장감이 느껴지면서 정신을 바짝 차려야 했습니다. 부끄럽고 숨기고 싶은 내면이 찔리는 것 같아 불편한 적도 있었습니다. 1970년부터 2010년까지 생전에 쓰신 660여 편의 에세이 중에서 추린 글들을 다시 살펴보면서 글쓴이의 마음을 헤아리게 되었습니다. -프롤로그
땅은 얼마나 위대한가? 일용할 양식과 함께, 그 아름다운 조락을 만들어낸 땅에 겸허하게 엎드려 경배드리고 싶은 충동과 아울러 형언할 수 없는 비애를 느꼈다. 요새 나의 감동은 이상하게도 슬픈 느낌과 상통하고 있다. 하다못해 깔끔하고 입에 맞는 음식을 먹고 나서도 문득 슬퍼진다. -아름다운 것은 무엇을 남길까
자랑할 거라곤 지금도 습작기처럼 열심히라는 것밖에 없다. 잡문 하나를 쓰더라도, 허튼소리 안 하길, 정직하길, 조그만 진실이라도,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진실을 말하길, 매질하듯 다짐하며 쓰고 있지만, 열심히라는 것만으로 재능 부족을 은폐하지는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