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선
아주, 전혀… 등 형용사와 부사가 필요 이상으로 많습니다.
그리고는, 그리하여, 그래서… 등 접속사가 많습니다.
습관처럼 목적어를 많이 쓰고 있습니다. 그냥 동사로 써주세요.
감상적인 글이 너무 많습니다. 예를 들어, 뿌듯하다, 감사하다, 우주를 날고 있다 등 자기감정을 너무 드러내는 것이지요. 감성적인 글이 좋은 글입니다.
이제껏 수많은 저자들의 문장을 다듬어 왔지만, 내가 문장을 다듬을 때 염두에 두는 원칙이라고는, '문장은 누가 쓰든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위에서 아래로 순서에 따라 쓴다'뿐이다. 나머지는 알지 못한다. 굳이 알고 싶지도 않고.
맞은편 양옥집 지붕에서 고양이 가족이 슬금슬금 내려오고 그 건너편 옥상에서는 할머니가 바람에 흔들리며 말라 가는 빨래를 걷고 그 아래로는 퇴근하는 직장인들이 힘겹게 언덕을 오르며 귀가를 서두는 시간, 어스름이 내릴 그 무렵이면 그 모든 풍경이 마치 길고 긴 문장처럼 느껴졌다. 주어가 있고 서술어가 있으며 체언을 꾸미는 관형사와 용언을 꾸미는 부사까지 모두 갖춘 문장.
나는 생각했다. 저 문장은 얼마나 이상한 문장일까. 얼마나 이상한 사람들이, 아니 얼마나 이상한 삶들이 얼마나 이상한 내용을 얼마나 이상한 방식으로 표현한 문장일까. 그리고 만일 저 길고 긴 문장을 손본다면 어떤 표기가 맞고 어떤 표기가 그렇지 않은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어떤 표현이 어색하고 어떤 표현이 그렇지 않는지는 또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내가 들어내거나 고치거나 다듬어야 할 것들은 무엇일까. 미처 쓰레기통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바닥을 구르는 쓰레기들일까. 아니면 빨랫줄에서 떨어져 흙이 묻은 빨래들일까. 그것도 아니면 제 어미를 쫓아가지 못하고 뒤처져 울고 있는 고양이 새끼일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내가 앉아 있는 곳이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한데처럼 여겨졌다. 안도 아니고 바깥도 아닌 한데. 그 순간 마치 길고 긴 문장에 마침표를 찍듯 하늘에서 무언가 툭 하고 떨어져 내 발밑까지 굴러 왔다. 자세히 보니 감나무에서 떨어진 감이었다. 마침표처럼 동그랗고 단단한 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