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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바댁린다 Oct 12. 2021

쿠바 사람은 배를 탈 수 없습니다


남편을 다시 만나러 쿠바에 갔고 두 달 동안 함께 여행을 했다. 우리의 마지막 여행지는 쿠바 최대의 휴양지인 바라데로였다.


자신의 고향인 수도 아바나 이외에 남편이 유일하게 가 본 도시여서 어린 시절의 추억이 많은 곳이기도 했다. 처음 쿠바에 2주 동안 여행 왔을 때 바라데로에도 왔었다. 모든 게 포함된 올 인클루시브 호텔을 2박 3일 예약해 놓고선 혼자서 심심하다며 1박을 한 다음날 오후에 택시를 타고 다시 아바나로 돌아갔던지라 바라데로를 맘껏 즐기지 못한 아쉬움이 남아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남편과 함께였다. 무언가 기대가 되었다.


남편의 지인을 통해서 까사(렌트 숙소)를 예약했다. 보통 바라데로에 가면 밥과 음료(술) 그리고 모든 액티브티가 포함된 올 인클루시브 호텔에서 편히 쉬다 가지만 이번에는 남편과 함께여서 바라데로의 로컬을 즐겨보기로 했다. 남편의 가물거리는 기억을 되살려 여기저기를 가 보았다. 첫 번째 식당부터 마음에 쏙 들었다. 인테리어가 깔끔하고 맛도 좋은데 가격이 저렴해서 깜짝 놀라며 역시 현지인과 와야 한다며 남편을 한껏 칭찬해 주었다. 저녁에는 바라데로의 유명한 바이자 남편이 가장 좋아하는 비틀즈 바에 가서 한 잔 하며 수준 높은 라이브 공연 감상도 했다. 쿠바인들은 비틀즈를 참 좋아한다. 그래서인지 비틀즈 바는 바라데로뿐만 아니라 또 다른 관광도시인 트리니다드에도 있고 하물며 아바나에는 존 레논 공원도 있다.


올 인클루시브 호텔을 가지 않아 여행경비가 절약이 되어 요트투어를 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함께 여행사에 갔고 상담 의자에 앉아 직원에게 요트 투어 상담을 받았다. 그런데 여자 직원이 남편을 보더니 물었다.


"혹시 쿠바 사람인가요?"


남편이 맞다고 대답을 하자 곧이어 직원이 이렇게 말했다.


"쿠바 사람은 배를 탈 수 없습니다. 아시죠?"


직원이 남편을 보며 미안해하는 듯했다. 남편은 안다는 무언의 눈짓을 보냈고 나는 영문을 몰라 물었다.


"왜 안돼요?"


'법'이라고 했다. 그래서 내가 배 말고 제트스키나 다른 탈 것도 안 되는지 물어보았고 직원은 바다에서 타는 건  모두 안 된다고 했다. 그것들은 오직 외국인들만을 위한 거였지 쿠바인들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었다. 남편을 쳐다보았다. 표정이 좋지 않았다. 당황스럽기도 하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가만히 있다가 인사를 하고 여행사를 나왔다. 남편이 그 이유에 대해서 설명을 해 주었다.


90년대 초에 소련이 붕괴되면서 그동안 소련으로부터  받았던 원조가 갑자기 끊겨 버리자 먹을 게 없어진 쿠바인들이 폐타이어나 스티로폼 또는 나무로 작은 배를 만들어 쿠바를 떠나기 시작했다. 가장 가까운 미국 마이애미를 목표로 많은 이들이 바다 위를 항해하다 죽기도 하고 운이 좋은 이들은 살아남았다. 그래서 피델 카스트로가 아주 쿨하게,  "떠날 사람들은 지금 다 떠나라!"며 세 번의 기회를 주었고 그 이후로는 아무도 떠날 수 없게 법으로 배 타는 걸 금지시켜 버렸다고 했다. 알 파치노가 주연을 맡아 꽤나 유명한 '스카페이스'라는 영화의 주인공인 토니 몬타나가 그 수혜를 입은 쿠바인 중 한 명이기도 하다.




 


남편이 한국에 왔고 내 생일을 맞아 우리는 부산에 갔다. 일박은 해운대에서 또 일박은 사촌 동생네서 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쿠바인이어서 그 어떤 배도 탈 수 없었던 남편을 위해서 요트 투어를 예약했다. 해운대의 아름다운 야경을 보며 한 시간 정도 유람하는 거였다. 맥주와 다과도 준비가 되어있었다.


태어나서 처음 타보는 배였다. 남편은 얼마나 설레었을까? 바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마린시티에 새로 생긴 마천루처럼 높은 건물들이 반짝반짝 빛을 내며 마치 홍콩 야경을 보는 듯했다. 낮에도 멋있지만 밤에는 더 멋있었다. 남편은 연신 감탄을 하며 아주 좋아했다. 휴대폰을 손에 쥐고는 연신 사진을 찍고 동영상을 촬영했다.


얼마나 설레었을까?

다음 날엔 사촌동생이랑 셋이 배낚시를 했다. 기장에서 작은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낚시를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우리 셋 다 큰 물고기를 낚지는 않았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역시 배낚시의 하이라이트는 선장님이 끓여주시는 라면이었다. 배에서 먹는 라면은 육지에서 먹는 것보다 열 배는 맛있는 듯했다. 선장님들이 마법의 손을 가지신 건지 바다의 신이 라면에 마법의 수프를 뿌려놓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배 위에서 먹는 라면은 유독 맛있었다.


2박 3일 동안 두 번의 배를 탔다. 요트도 타고 낚싯배도 탔다. 쿠바에서 탈 수 없었던 배를 한국에서 실컷 탔다. 그제야 내 마음도 편해졌다.






일을 보러 부산에 오니 그때가 떠올랐다. 남편과 함께 했던 그 부산 여행이 마지막이었는데. 그때는 날씨가 참 좋았는데, 오늘은 날이 흐리다. 남편이 없어서 그런 걸까? 쨍쨍한 해를 못 봐서 아쉽긴 하지만 흐린 파도 소리조차도 아름답게 들리는 건 부산이니까, 우리의 추억이 함께 한 곳이니까 그런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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