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아빠, 오빠 둘 그리고 나 이렇게 우리 식구끼리 모인 게 생각해보니 꽤 오랜만이었다. 이번 추석에도 엄마는 며느리들에게 오지 말고 쉬라고 하셔서 오빠들만 잠시 본가에 왔고 한국에 있는 나도 합세를 해서 우리 식구끼리 모일 수 있었던 것이었다.
식탁이 아닌 상에서 밥을 먹는다고 하셨다. 그러자 아빠가 큰 상을 꺼내어 펼치셨다. 그리고 우리 다섯 명이 한 상에 앉아서 밥을 먹었다. 나의 생일상이었다. 엄마가 해 주신 미역국을 얼마 만에 먹어본 건지! 이십 년이 넘은 것 같았다.
몇 십년만에 엄마가 차려주신 나의 생일상
아빠가 봉투를 주셨다. 만 원짜리 열 장이 들어있었다.어릴 때 아빠는 내 생일이 되면 '사랑하는 딸에게'라고 적힌 봉투 하나를 건네주셨더랬다. 그리고 그 봉투 안에는 초록색의 지폐 한 장이 들어있었다. 사랑하는 딸에게, 라는 그 한 문장에서 압축된 아빠의 사랑을 느낄 수가 있었기에 그 봉투를 받으면 얼마나 기뻤던지. 그때가 떠올랐다.
세월이 몇십 년 흘러 이제는 그 초록색 한 장이 열 장으로 불어났으니 나에 대한 아빠의 마음도 그러하시겠지? 훗
남편의 축하를 받고 가족들의 축하를 듬뿍 받아서인지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이라는 노래가 절로 나왔다. 내가 태어난 걸 진심으로 축복해 주는 가족들이 지금 내 옆에 있다는 게 참으로 행복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집에서 낳느라 말도 못 하게 고생하신 엄마와 탯줄을 끓고 나를 맨 먼저 받아주신 아빠 덕분에 나라는 존재가 이 세상에 나와서 빛을 봤기에 엄마 아빠 두 분께 나의 온 마음을 바쳐 감사하고 또 감사하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