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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 퇴고한 원고를 보냈다

by 쿠바댁 린다


늦은 오후에 출판사에 이메일을 보냈다. 두 개의 파일을 첨부해서 보내고는 메일이 잘 보내졌는지 확인까지 마쳤다. 그리고 출판사 대표님께 퇴고한 원고를 보냈으니 확인 부탁드린다고 카톡을 보냈다. 읽을 때마다 고칠 게 있고 보고 또 보아도 아쉬움이 남았지만 그 마음을 살짝 접어두고 약속한 날짜에 맞춰 보내드렸다. 마무리는 내가 늘 가는 카페에서였다.


집으로 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레드 와인 한 병을 샀다. 이게 끝이 아니고 또 퇴고를 해야겠지만 일단 이번 퇴고는 마무리가 되었으니 수고한 나를 위해 축배를 들고 싶었다. 위로도 할 겸.


지난 7월 말에 출판사에 일차 원고를 넘기고 난 후 8월 한 달 동안 정신을 못 차렸기에 이번에는 그러지 않겠노라 마음을 다잡았다. 얼핏 생각해 보아도 해야 할 일들이 여럿인데 적어보면 더 많을 테다. 데드라인이 있는 것부터 신경을 써야겠지.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급해지려 하다가도 내 안의 게으름이 또다시 스멀스멀 올라와 끄덩이를 잡아당긴다. 게을러지려면 한없이 게을러질 수 있는 나이기에 가위로 게으름이라는 녀석을 싹둑 잘라 버리고 싶은 마음이다. 그렇게만 되면 참 좋을 텐데.


아침부터 노트북이 제정신이 아니다. 기계도 추위를 타는 건지 아니면 주인인 내가 긴장을 풀어서 골려주려고 하는지 인터넷이 열리지를 않는다. 이러다 파일 다 날아갈까 봐 얼른 USB에 옮겨 담았다. 몇 달 전에도 갑자기 노트북이 작동을 하지 않아서 놀란 마음을 안고 서비스센터에 갔는데 다행히 특별한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또다시 작동이 안 되면 그때는 배터리를 교체해야 한다고 했는데 배터리 가격이 만만찮았다. 그래도 쿠바가 아닌 한국이어서 다행이라 생각하며 마음을 진정시켜본다.


필라테스 수업을 다녀와 책을 읽어야겠다. 읽을 책이 눈앞에 쌓여 있어서 책이 없어서 못 읽는다는 핑계는 못할 테다. 소설을 읽어야겠다. 박완서 님의 첫 소설 나목. 가장 궁금했던 책이다. 살림만 하고 살던 마흔의 중년 여인이 단 한 번만에 당선된 소설이라는데 도대체 어떻게 썼길래 그럴 수가 있는지 확인해 보아야겠다.


주말 동안은 노트북을 닫아놓아야겠지. 그리고 월요일에 서비스 센터에 가서 수리를 받아보아야겠다. 내일 한파가 올 거라는 예보가 있던데 그 말에 벌써부터 두려워진다. 겨울옷이 본가에 다 있는데 하필 내일 오래전에 한 약속이 있다. 쿠바에서 뵙고 한국에서 첨 뵙는 분인데 예쁘게 보이기는 글렀다. 감기 안 걸리게 둘둘 말아 가야 하니 날씨를 핑계로 나의 패션을 용서받아야지.


노트북이 말을 안 들으니 이렇게나 답답한데 지금보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기계에 의존하는 삶의 비중이 점점 늘어날 테고 기계는 계속 고장이 날 테니(사람도 마찬가지지만) 기계를 잘 알고 다룰 줄 아는 사람들이 편한 세상이 되겠지. 그럼 나처럼 기계치는 앞으로 삶이 점점 힘들어질까? 남편이라도 기계를 잘 다루면 좋은데 기계가 귀한 곳에 있다 보니 그것도 쉽지 않다. 배우는 수밖에.


운동 끝나고 오면서 USB에 담아둔 퇴고한 원고를 프린트해야겠다. 혹시라도 하는 아쉬운 마음을 주말 동안 정리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테니. 그런데 토요일에도 인쇄소가 문을 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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