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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바댁 린다 Oct 22. 2021

내 어깨 위 고양이, 밥

노숙자에서 백만장자로


쿠바에서 떠나보냈던 품 안에 자식 같은 린조를 비롯해 그동안 함께했던 고양이들 사진을 보며 그리워해서인지 유튜브를 보다가 우연히 고양이가 나오는 영화 한 편을 보게 되었다.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이 되었다고 하는 영화는 나의 흥미를 끌기게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그리고 생각보다 오랫동안 잔상이 남아있다. 무엇이 나를 자극했을까?  



<내 어깨 위 고양이, 밥>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해 배가 고파 들어간 식당에서 9센트가 모자란다는 이유로 쫓겨난 한 청년. 집도 절도 없는 그는 누울 데가 있으면 눈을 붙이고 쓰레기통을 뒤져서 남이 먹다 버린 음식을 먹으며 겨우 살아가고 있었다. 어릴 때 부모님이 이혼을 하고 락스타가 되겠다는 열망 하나로 런던에 온 그는 마약에 손을 대었고 결국 노숙자로 전락하고 만 것이었다.


어느 날 길거리에서 함께 노숙자 생활을 하던 친구를 만났고 친구의 꾐에 빠져 남의 차 안에서 헤로인을 하고는 거의 목숨을 잃을 뻔 한 제임스에게 한 여인이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다. 그의 담당 약물 치료사였다. 그는 마약으로 인한 약물 치료를 받고 있었는데 매번 실패를 하면서 그녀를 실망시켰다. 패는 했지만 마음이 따뜻한 그를 지켜보던 그녀는 제임스가 치료에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가 안정된 곳이 없어서라고 생각을 했고 동료를 설득해서 시에서 제공하는 임대 아파트를 마련해 주었다. 그녀가 그에게 바란 건 단 한 가지, 치료에 성공을 하는 것이었고 제임스는 자신을 걸며 꼭 그러겠노라고 맹세를 했다.


오랜 시간 동안의 방황을 접고 따뜻한 물이 나오는 '집'에서 보내는 첫날, 그는 욕조에 물을 받고 누워 그동안의 묵은 에너지를 깨끗이 씻어내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집 안 어디선가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도둑이라고 생각한 그는 옆에 있던 신발을 집고 일어나서 떨리는 목소리로 도둑을 위협했고 결국 도둑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 도둑은 바로 노란색 고양이였다.


열린 창문 틈으로 들어온 이 도둑고양이는 부엌에서 콘프레이크를 발견했고 뻔뻔하게도 그 상자 안에 머리를 넣고는 열심히 먹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제임스는 웃으며 콘프레이크는 우유와 함께 먹어야 맛있다며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 고양이에게 주었다. 콘프레이크와 우유는 제임스가 이 집에 입주한 날 치료사가 준 선물이자 제임스의 유일한 '먹을 것'이었다. 자신도 배가 고팠지만 귀여운 침입자를 위해서 가진 것을 나눠준 제임스는 고양이를 가족들이 있는 곳으로 보내려고 했지만 고양이는 애처로운 눈빛으로 제임스를 쳐다보았다.


몇 번의 위기가 있었지만 고양이는 꾸준히 제임스를 찾아왔고 그런 고양이에게 제임스는 '밥'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생계를 위해서 버스킹을 하러 가는 제임스를 버스 안까지 따라와 제임스의 품에 안긴 밥을 복잡한 런던 시내에서 잃어버릴까 봐 어깨에 올리고 길을 걷는 제임스. 그 모습이 신기해 사진을 찍는 사람들. 


밥과 함께 한 공연에서 처음으로 제임스는 먹을 걸 살 수 있을 만큼의 돈을 벌게 되었다. 게다가 밥과 함께 하고부터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던 사람들이 그에게 친절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그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선생님(Sir)이라는 말까지 듣게 되었다.


과 함께 하면서 힘을 얻게 된 제임스는 결국 치료제 없이 마약 중독에서 벗어나며 인간승리의 기쁨도 맛보았다. 그가 죽을 만큼 괴로워하는 순간에 밥은 늘 말없이 제임스 옆을 지켜주었고 삐딱한 사람들 때문에 일자리를 두 번이나 뺏겨 생계에 다시 위협을 받았지만 그들은 함께 잘 이겨내었다.


자신은 못 먹어도 밥은 굶기지 않았던 제임스. 그런 제임스와 밥을 신문기자가 신문에 실었고 급기야 사람들이 그들을 올린 영상이 유튜브에서 조회수 100만을 넘으면서 그들은 스타가 되었다. 그리고 그걸 본 출판사에서 제임스를 찾아와 둘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내게 되었고 그 책이 800만 권이 팔리면서 인기를 얻게 되자 노숙자였던 제임스의 삶이 180도 달라져버렸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가 영화로까지 제작이 되었다.

한국어 번역도 있다 / 실제 제임스가 출판회때 사인을 하자 의젓이 앉아있는 밥. 영화에 나오는 밥이 실제 밥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맨 먼저 떠오른 단어는 운칠기삼. 역시 노력보다 '운'이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체감하는 이 말은 영화를 보면서 다시금 확신하게 되었다. 제임스는 작은 생명 하나 무시하지 않고 소중히 여기는 착한 사람이지만 그런 사람이 제임스 한 명만 있는 건 아니다. 그리고 세상은 착한 사람보다 그 착한 사람을 등치고 이용하는 자들이 더 잘 사는 게 이치처럼 되어버렸다. 그런 제임스에게 밥이 다가왔고 고양이 밥은 제임스에게 행운의 여신이 되어 준 것이었다.


다시 이 영화를 봤을 때 든 생각은 유튜브의 힘이었다. 그들이 사람들에게 알려진 것도, 출판사에서 연락을 한 것도 모두 유튜브 때문이었다. 개인 미디어 시대에 접어들어 저마다 유튜브를 한다고 해서 나도 전자책도 읽고 공부도 해 보았다. 요즘에는 툴이 많아서 편집이 예전보다 쉬워졌다고 하지만 그래도 선뜻 시작을 못 하는 걸 보면 나는 아직 간절하지 않나 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또 하나, 전생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아무리 봐도 고양이 밥은 수렁에 빠진 제임스를 건지러 온 수호천사 같았다. 마치 전생에 제임스에게 큰 빚을 져서 그걸 갚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는 것처럼 그 존재만으로도 제임스에게 힘이 되었고 그의 앞날에 찬란한 영광을 가져다주었으니 말이다. 나에게 잘해 주시는 분들을 보면 나도 이런 생각을 한다. 저분이 전생에 나에게 빚을 지셨나? 혹시 내 부모였는데 나를 버려서 이승에서 잘해 주시는 걸까? 하는... 그런 생각.


이 영화는 2016년에 개봉을 했고 영화의 주인공인 '' 안타깝게도 2020년에 무지개다리를 건넜다고 한다. 아마도 제임스가 잘 살게 되어 자신의 의무를 다 끝냈다고 생각하고 마음 편히 떠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이파이브하는 모습이 너무 귀엽고 제임스 말을 다 알아듣고 힘이 되어주는 밥을 보면서 고양이를 키우기 시작한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밥은 제임스의 삶을 송두리째 바꾼 것 말고도 여러 사람들의 삶에 빛이 되었고 희망을 주었다.

실제 제임스가 길거리에서 버스킹을 하고는 밥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쌀쌀해진 요즘, 마음 따뜻한 영화 한 편이 그리울 때 추천한다. 려동물을 키우든 키우지 않든 모두의 마음에 따스한 온기를 불어넣을 것이다. 게다가 유튜브에 <내 어깨 위 고양이, 밥>을 검색하면 무료 영화가 있으니 맘 편하게 보시길 바란다.


*사진 출처 :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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