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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바댁 린다 Oct 27. 2021

전기가 사라지면 어떻게 될까?

KT 사태를 보며


내 결혼식을 마지막으로 몇 년 동안 보지 못했던 동생들을 만나서 반갑게 회포를 풀고 있었다. 쿠바에서부터 가보고 싶었던, 테이블이 4개뿐인 을지로의 한 노포 식당에서 동생들과 신나게 이야기를 하며 밥을 먹고 있는데 TV를 보시던 사장님께서 말씀을 하셨다. 동생들이 도착하기 전에 혼자 있으면서 살짝 친해진 사장님이 우리들을 보며 말씀을 하시는 거였다.


"저기 나오네. 오늘 낮에 KT가 갑자기 안 돼서 이 근처 식당들도 난리가 났잖아. 그런데 나는 이게 있어서 괜찮았어. 어떤 상황이 올 지 모르니 미리 준비를 해야 해."


사장님은 자신의 꼼꼼한 대비가 무척이나 자랑스러우신 듯 같은 말씀을 여러 번 하셨다. wifi 라우터인지 뭔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통신 장애가 있어도 문제가 없는 그런 장비인 듯했다. 나는 사장님께 대단하시다며 그의 준비성에 찬사를 드렸고 함께 있던 동생들도 뉴스를 보며 한 마디씩 하기 시작했다. SK 텔레콤을 사용하는 나는 그런 사실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인터넷을 보니 KT 통신 장애로 약 85분가량 인터넷이 먹통이 되었다며 그로 인해 손해 본 사람들의 기사가 여기저기를 도배하고 있었다.


나도 는 IT 전문 유튜버 잇섭이 'KT 한 달에 50만 원 쓰는 사람의 최후'라는 제목으로 영상을 올렸는데 그에 의하면 인터넷만 되지 않았던 게 아니라 사무실 보안을 위해 설치한 KT텔레캅 단말기도 인터넷 먹통으로 작동하지 않아 출입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요즈음에는 현금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들이 거의 없고 모두 카드를 사용하는데 식당에서 카드 결제가 안 되니 식당 주인들도 손님들도 바쁜 점심시간에 몹시 당황스러웠을 테고 배달앱도 작동하지 않아서 배달원이 없자 아는 친구는 자신이 직접 차로 배달을 다녀왔다고 SNS에 올리기도 하였다. 85분간의 KT 통신장애로 기업, 소상공인, 병원, 학교 등 많은 곳에서 피해를 보았고 그에 따른 손실 규모는 산출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다.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나는 다가오는 미래가 두려워진다. 인터넷으로 보안까지 컨트롤을 할 수 있으니 개인이든 어느 집단이든 나쁜 마음을 먹으면 버튼 하나로 뭐든 조작할 수가 있을 테고 나같이 IT에 무능한 사람은 뭐가 뭔지도 모른 체 그대로 당할 수밖에 없게 될 테다. 결국 이 모든 건 전기의 문제다. 기후 변화의 대응책으로 지금의 화석 에너지에서 재생 에너지로 점차 바뀌고 있고 2030년이 되면 전기차만이 다니는 세상이 온다고 한다. 게다가 종이 지폐에서 실체가 없는 디지털 화폐가 지배하는 세상이 되면서 우리 삶이 완전히 변화할 것이다.


쿠바의 경우 늘 전력이 부족해서 정전도 단수도 잦은 편인데 정전이 나면 가장 걱정되는 게 냉장고이고 단수가 생기면 화장실 걱정이 가장 앞장선다. 쿠바의 집에는 늘 양초와 성냥 그리고 건전지로 작동되는 손전등이 필수다. 돈이 있는 사람들은 물탱크를 구입해서 단수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해 놓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커다란 물통에 물을 가득 채워놓아서 단수에도 기본적인 생활은 할 수 있게 대비는 해 놓는다. 인터넷은 원래 잘 안 되기 때문에 한국처럼 이런 소동은 일어나지 않는다.


쿠바와 한국을 감히 비교할 수는 없지만 전기가 없는 상황을 여러 번 겪다 보니 우리 삶에 있어서 전기가 얼마나 중요한 건지, 미래에는 전기를 컨트롤하는 사람이 모든 걸 컨트롤할 수도 있겠다는 무서운 생각이 들면서 앞으로 다가올 미래가 어떤 세상이 될지 궁금해진다.


작년에도 쿠바에서 같은 주제로 쓴 글이 있는 걸 보니 나도 어지간히 전기가 두려운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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