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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일간의 매일 글쓰기를 마무리했다

by 쿠바댁 린다


글을 쓰고 지우고 반복을 하다 보니 한 시간이 훌쩍 지나 버렸다. 오늘은 2021년 10월 31일, 시월의 마지막 날이다. 눈을 뜨고 빈둥대다가 날짜를 보고 놀래서 일어나 앉아 글을 쓰는데 생각한 대로 잘 써지지가 않는다. 마음이 조급해져서일까? 아무 생각이 없어서일까? 아니면 새벽부터 옆 집에서 윙 하는 소리에 신경이 거슬린 것인지. 임시숙소와도 얼마 후면 이별을 하고 그 이별 후에는 또 다른 만남을 하게 될 텐데, 이별과 만남을 준비해야 하는 것 때문에 아마도 그럴 수도 있을 테다.


9월 2일부터 매일 이른 아침에 일어나 브런치에 글을 한편씩 올렸다. 첫 한 달을 하고 나서 좋았기에 한 달을 더 해 보았다. 그리고 오늘, 60일간의 매일 아침 글쓰기(간혹 오후에 올린 적도 있었지만)의 마지막 날이 되었다. 매일 글을 쓰다 보니 틈만 나면 글의 소재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고 무슨 아이디어가 떠 오르면 핸드폰의 메모에 적어두거나 노트에 메모를 하여 적당한 때에 그 글을 쓰곤 했다. 확실히 메모가 도움이 많이 되었다. 한번 적고 나면 내용이 쉽사리 잊히지 않았다. 노트의 중요성을 글을 쓰면서 다시금 깨달았다.


어떤 주제를 가지고 매일 쓴 게 아니라 매일 쓴다는 것에 목표를 두고 매일 아침마다 글을 쓰다 보니 어느 날 큰 주제가 생겨났고 결국 브런치북까지 만들어 공모전에 도전도 해 보았다. 대단하신 작가님들이 워낙 많으셔서 나의 브런치북은 눈에 띄지도 않지만 그래도 새로운 주제로 글을 쓰게 된 것이 나에게는 기쁨이었다. 글은 모두 기록으로 남아 나의 역사가 되니 지난 60일간 나의 역사가 고스란히 브런치에 남아있게 된 것이다. 브런치에 매일 글을 쓰면서 다른 플랫폼에는 소홀하게 되었지만 내 글쓰기의 시작은 브런치였기에 하나에만 집중을 하라고 하면 역시 나는 브런치를 선택할 테다.


이렇게 글을 쓰고 보니 내일부터는 어디론가 떠날 것만 같은데 그런 건 아니다. 단지 내일부터는 매일 아침 글쓰기를 한다는 걸 스스로 약속할 수가 없어서 마무리를 짓는 것뿐이고 앞으로도 글은 계속 쓸 것이다. 처음 브런치에 글을 쓸 때 마음먹은 것처럼 한 명의 독자만 있더라도 나는 글쓰기를 계속할 테다.


최근에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을 다시 읽었다. 역시나 내 정신을 일깨우는 주옥같은 이야기였다.


논쟁에서 이기는 방법은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다. 바로 논쟁을 피하는 것이다.


적을 원한다면, 친구들보다 뛰어난 사람이 되어라. 친구를 원한다면, 친구들이 너보다 뛰어난 사람이 되도록 하라.


우리는 겸손해야 한다. 당신이나 나는 대단한 사람이 아니다. 당신이나 나는 앞으로 백 년만 지나도 완전히 잊힐 사람들이다. 우리의 보잘것없는 성취로 다른 사람을 지겹게 만들기엔 인생은 너무 짧다. 그러니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이야기하게 만들자.


적고 싶은 글이 너무 많지만 제대로 된 서평은 책을 한 번 더 읽고 하려고 조금만 적어 보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부터 반성하기 시작해서 읽고 난 후에는 실행에 집중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니까 저자가 책 서문에 적어놓은 것처럼 한 달에 한 번씩 읽으면서 나를 돌아보면 가장 좋겠지만 그렇게 하는 게 쉽지는 않을 것 같아 적어도 두 번은 읽고 내용을 정리해 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쓰기를 하면서 나는 조금 더 겸손해짐을 느낀다. 예전에 나는 논쟁을 좋아했고 논쟁을 하면 이겨야 했다. 게다가 친구들보다 뛰어나고 싶었고, 그럴만한 게 있으면 자랑을 했다. 백 년이 아니라 백 시간만 지나면 잊힐 일인데 그렇게 잘난 척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런 내가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나를 계속해서 돌아보며 나 또한 하나의 미물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깨닫게 되었고 그럼으로써 다른 사람의 위대한 점을 많이 보게 되니 살아있음이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마음이 든다.


2021년이 2개월 남았다. 내 상황이 참 애매해서 갈피를 잡기 힘든 한 해였지만 글을 쓰며 조금이나마 나를 다잡을 수 있었고 기록을 남기게 되어 내 삶이 헛되지는 않았음에 감사한다. 남은 시간도 헛되지 않게 보내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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