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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바댁 린다 Nov 29. 2021

후회 없는 인생을 살았어

내 마음속에서 나온 메시지

얼마 전에 삼 십년지기 친구들이랑 잠시 만나 커피 한잔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십 대도, 삼십 대도 아닌 낼모레 오십 인 지금 새로 무언가를 시작한다는 나를 보며 친구가 '신선한 자극'을 받았다고 했다. 회사원인 친구의 입장에서는 오십 줄이면 은퇴하고 노후를 준비하는 게 일반적인데, 나의 삶은 일반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어 친구에게는 놀라우면서도 신선했던 것이었다. 요즈음 삶이 좀 무료했는데 친구도 무슨 새로운 걸 해 볼까 하는 동기부여가 된다며 고마워했다.


신선한 자극이라... 이 말은 나에게도 신선한 자극이었다. 나를 수십 년간 봐온 친구가 이런 말을 해 주니 기분도 좋고 고마웠다. 나와 성격도, 하는 일도, 살아가는 환경도 반대인 친구는 늘 나를 응원하고 내가 하는 일을 지지해주었다. 특히나 "내 주위 사람 중에는 네가 젤 특이하고 유명해!"라는 말을 해서 우리 셋다 얼마나 웃었던지!


친구들은 그동안 성실하게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며 잘 살아왔던지라 한국 사회에서 기본적으로 갖춰야 하는 물질적인 것들은 적당히 가지고 다. 그런 친구들에 비하면 백수 4년 차인 나는 가진 게 점점 줄어들고 있으니 기도 죽고 불안해할 만도 한데 나에게는 다른 사람들이 가지지 못한 게 있으니 아직까지는 괜찮다. 돈은 줄었지만 자신감은 아직까지 줄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들과 인생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던 중 내가 말했다.


"나는 만약 내일 죽는다고 해도 내가 살아온 인생에 후회는 없어. 20대도 잘 살았고, 30대도 잘 살았고, 40대도 잘 살았어. 내가 원하는 대로, 하고 싶은 거 하면서 해 볼 수 있는  다 해봤어. 사랑도 열심히 했고, 일도 죽어라 했고, 놀기도 잘 놀았네. 돈은 없지만 어차피 죽으면 가져갈 것도 아니고, 건강한 몸뚱아리가 있으면 돈은 다시 벌면 돼. 결국 죽을 때가 되면 내가 가장 사랑했고 행복했던 순간이 떠오르지 않을까?"


말을 끝내고 나서 나도 놀랐다. 내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다니... 정말 나는 내 인생에 후회가 없는 걸까? 머릿속으로 생각하면 이 사회에서 나는 (물질적으로) 부족한 것 투성이지만 내 마음속에서는 그렇지 않나 보았다. 그 말을 내뱉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다. 내 마음을 알았으니. 나에겐 사랑하는 남편이 있고, 누구보다 나를 아껴주는 가족이 있고, 이렇게 멋진 친구들이 있으니 내 마음이 풍족한 것이었다. 사실 통장 잔고를 보면서 걱정이 되기도 고, 앞으로 어디서 어떻게 살 지 계획도 없지만 그런 걱정은 미리 하지 않기로 했다.


이야기를 하다가 우리 셋다 내린 결론이, '인생은 계획대로 되는 게 아니다. 운이 따라줘야 한다.' 였으니 말이다. 나이가 들면서 우리도 경험을 통해서 알게 된 사실이었다.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게 돈만은 아니었다. 계획도 그러했다. 그러니 지금 내 앞에 안개가 껴서 잘 보이지 않더라도 내가 가진 가치관과 신념 그리고 목표가 확실하다면 시간이 걸릴지언정 원하는 길로 갈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도 후회 없는 인생을 살았다고 내 안에서 말을 하니, 앞으로도 그러기 위해서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을 잘 키워 때가 오면 잡을 수 있기를 바라본다. 그리고 늘 겸손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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