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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바댁 린다 Dec 14. 2021

한번 팀장은 영원한 팀장?!  

같은 회사는 아니지만 같은 업계에서 다시 일을 하는 게 결정이 되자 예전에 함께 일했던 팀원들이 떠올랐다. 몇 년 동안 연락을 안 한 팀원들에게 다시 연락하려니 망설여지기도 했는데 용기를 내어 하나 둘... 카톡을 보냈다. 아직 내가 쿠바에 있는 줄 알고 있을 텐데 말이다.


김 xx과장님, 잘 지내나요?


곧이어 답이 왔다.


아니 이게 누구십니까

쿠바댁 아니십니까ㅋㅋ


그의 반응에 나도 웃겨서 편하게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내 팀원이었을 때 대형 외국계 회사로 옮겨가 지금은 그 분야에서 자리를 잘 잡은 그였다. 나랑 일할 때도 일 하나는 똑 소리 나게 잘했던 친구여서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그가 있었을 때가 우리 팀이 가장 빛을 발하던 때였기도 했다. 그때 우리 팀이 어벤저스 팀이었다는 그의 말에 코끝이 찡해왔다. 그때의 기억과 그리움이 물밀듯 밀려왔다. 퇴사 후 나는 회사에서 일했던 시절을 굳이 기억하지 않았던 터라 이제야 다시 추억하게 되어 새롭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다른 팀원은 나의 카톡을 보자마자 전화를 주었다.


팀장님~~~!


우리 팀 막내였던 이 똑똑이는 지금 자신이 올라갈 수 있는 최고의 자리에 있었다. 워낙 일을 잘했던지라 고객사가 스카우트해서 나를 떠나게 되었는데, 그녀가 떠날 때 나름 성대한(?) 환송회를 해 주며 그녀에게 손편지를 써서 준 기억이 난다. 그때 만나던, 우리 집에도 놀러 왔던 착하고 성실한 남자 친구와 결혼해서 지금은 두 공주님을 모시며 행복하게 살고 있는 걸 보니 내가 괜히 뿌듯했다. 마침 휴가로 제주도에 왔다는 그녀는 아이들 때문에 바쁜 와중에도 꽤 오랫동안 나와 이야기를 나누었고, 통화가 끝난 후에도 아쉽고 반가웠는지 문자로도 마음을 전해주었다.


내가 회사를 떠날 때까지 내 옆에서 함께 일했던 참 든든했던 팀원의 소식을 듣고는 깜짝 놀랐다. 위의 두 친구는 어디에서 일하는지 알고 있었지만 이 친구의 행방은 정확히 몰랐던 터라 궁금했는데, 글쎄 훌륭한 투자가가 되어 강의도 하고 글도 쓰면서 아주 바쁘게 살고 있었다. 자신의 블로그를 알려줘서 들어가 보니 회사에서 왜 일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투자를 잘하고 있었다. 예전에 점심 먹으면서 자신은 훌륭한 한 회사에 꾸준히 주식 투자를 한다고 했던 게 기억났다. 우리 회사에 입사한 후 결혼했고, 첫 번째 공주님을 얻었고, 내가 연락하지 않았는데도 어떻게 알고는 온 가족이 나의 결혼식에 와서 축하해주어 참 고마웠는데, 이렇게나 잘 된걸 보니 투자가 천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결같이 알뜰했던 그가 축의금을 많이 낸 걸 알고는 놀라 물어봤더니, 자신의 마음이라고 무심한 듯  말해주어 감동을 듬뿍 받기도 했다.


역대 팀원들 중에서 가장 명랑했던 한 친구는 내가 한국에 왔을 때 화장품을 한가득 보내주어서 언젠가 보답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역시나 깜찍하게 새로운 남자 친구와 함께 만나자고 하며 나를 웃게 했다.


몇 년 만에 연락이 된, 지금은 다른 업계에서 일을 하는 그들은 과거의 팀장이었던 나에게, 역시 이 업계에서는 팀장님이 최고예요!라는 말과 함께 크나큰 용기와 찬사를 주었다. 꼭 만나자고 당부하는 그들을 보며 내 마음 깊은 곳에서 환희가 꿈틀꿈틀 일어나는 듯했다.


내가 선택했고, 가르쳤고, 함께 일했던 팀원들 모두 너무 잘 된 걸 보니 어찌나 기쁘던지, 멋지고 대단하다는 말만 계속 나왔다. 이런 게 청출어람일까? 게다가 오랜만에 연락한 나를 이토록 반겨주어 그날 하루 종일 내 기분은 최근 들어 최고를 찍었다. 순도 100%의 기쁨이었고 자랑스러움이었고 고마움이었다. 그때 그 시절에 내가 그들의 팀장으로 일할 수 있었던 게 행복이고 행운이었다는 걸 맘껏 느끼게 해 주었다.


다시 일하게 된 나에게 다들 덕담해 주셔서 고마운 마음이 한가득이다. 그중에서도 예전에 함께 일했던 팀원들에게 칭찬을 받으니 제대로 인정받는 것 같아 더 많은 용기가 난다. 다시는 이 일을 하지 않을 거라고 거의 확신했는데, 4년 만에 갑자기 다시 돌아와서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한 마음이 나를 계속 잡아끌었는데 말이다.


주말에 서울에 가서 집도 구했다. 인터넷으로 집을 보다가 마음에 드는 게 있어서 부동산에 전화를 했는데 왠지 느낌이 좋아 전화를 끊고 바로 서울로 올라가서 집을 보았다. 요즘 집이 없어 난리라는데 부동산에서 집 6개를 보여주었다. 그중 하나가 괜찮아서 계약을 하고 내려왔다. 계획은 주중에 올라가서 그 동네를 훑어보는 거였는데, 이 또한 계획대로 되지 않고 갑자기 휘리릭 이루어졌다. 고 정주영 회장님이 하신 말씀 중에 유명한, '현장에 답이 있다'가 떠올랐다. 훗. 이렇게 난  쿠바 아바나의 시민에서 다시 서울시민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내 인생이 재밌기도 하다가 힘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내가 믿는 한 가지는 잘 될 거라는 거다. 아무것도 없는 쿠바에서도 잘 살았는데, 모든 게 다 갖춰진 한국에서 못 살겠어 라는 마음으로 다시 새롭게 도전하며 사는 내 삶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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