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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바댁 린다 Mar 10. 2022

서점에서 내 이름으로 된 책을 보았다

어쩌다 쿠바

인수인계를 받느라 정신이 없던 날, 출판사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나의 첫 작품인 <어쩌다 쿠바> 예약판매를 시작한다고. 그러면서 내 책을 판매하는 온라인 출판사 사이트를 보내주셨다. 예약판매? 사이트를 열어보니 정말 있었다. 내 이름으로 된 책이.


출간 날짜가 2022년 2월 22일인 <어쩌다 쿠바>는 정식 출간 날짜보다 훨씬 빨리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다. 나의 쿠바행이 취소되면서 내가 한국에 있었던 탓(덕분)이다. 예정대로 12월 4일에 쿠바에 갔으면 인터넷 문제와 시차로 인해 제때제때 한국에 있는 출판사와 연락을 주고받으며 교정 작업을 하는 게 더디게 진행되었을 텐데, 한국에 있게 되면서 연락이 수월해진 게 큰 이유가 되었다.


출판사에서 연락이 오면 그날 바로 작업을 해서 보내 드렸기에 책 마무리도 빨리 끝이 났다. 책 출간은 처음이었기에 나는 책이 마무리가 되었어도 출간 날짜에 맞춰서 나오는 줄 알고 맘을 푹 놓고 있었는데, 예약판매를 시작했다는 말을 듣고 이렇게나 빨리 나오다니.. 하면서 놀라버렸다. 이제 내 책이 심판대에 올랐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설렘과 함께 두려움도 살짝 밀려왔다.


하지만 그러한 설렘과 두려움을 맘껏 만끽할 여유가 없었다. 일주일의 인수인계가 끝나고 혼자서 고군분투를 하면서 나의 신경은 온통 일에 집중되어 있었고 그렇게 많은 시간과 정성을 다해 이 세상에 탄생한 나의 책에 많이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올케로부터 카톡을 받았다. 열어보니 사진이 있었다. 서점에서 찍은 사진이었다.



"아가씨, 효주랑 효주 친구들이랑 서현역에 있는 영풍문고에 갔는데 아가씨 책이 떡 하니 진열이 되어 있어서 효주가 친구들한테 우리 고모 책이라고 자랑하면서 엄청 뿌듯해했어요."


세상에나!


내 책이 서점에 있다고? 벌써?


날짜를 보니 서점에 나오기로 한 날이었다. 토요일이었지만 집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올케의 카톡을 받자 더 이상 일에 집중이 되지 않았다. 빨리 광화문 교보문고에 가서 내 책이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친한 언니에게 전화해서 사정을 얘기하니  강남에서 볼일을 보는데 끝나는 대로 광화문으로 넘어오겠다고 했다. 버스를 타고 광화문에 내려 교보문고로 걸어가는데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QR체크를 하고 교보문고 안에 들어가니 주말이라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들어가자마자 내 눈에 들어온 진열대는 여행 베스트셀러. 10권의 책들을 살펴보니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들이었다. 오랫동안 독자들의 사랑을 꾸준히 받는 선택받은 책들이었다. 몹시 부러웠다.



언젠가 내 책도 저 진열대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여행 코너에 가 보았다. 여행 코너를 몇 번을 돌며 아무리 살펴보아도 내 책이 없었다. 가슴이 마구 뛰고 있었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괜히 부끄러웠고 얼굴이 후끈거렸다.


'분명 서현역 영풍문고에는 있었는데, 왜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광화문 교보문고에는 없는 거지?' 


그때 언니가 왔다.


"린다야, 찾았어?" 


"언니, 없어." 


"뭐? 책이 없어?" 


"응...."


몹시 당황한 나는 언니와 함께 안내데스크로 갔고 <어쩌다 쿠바> 책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근데 그 말을 하는데 나는 왜 그토록 쑥스러웠을까? 직원이 컴퓨터에서 확인하더니 이제 입고가 되어 아직 진열이 안 되었다고, 오늘 밤에 진열할 계획이라고 했다. 책 진열만 하는 분이 따로 계시는데 그 작업은 밤에 한다고 했다. 아무래도 사람들이 많은 낮보다는 조용히 밤에 하는 게 맞는 것 같았다.


얼떨결에 <어쩌다 쿠바> 책 한 권을 사고는 언니와 광화문 교보문고를 나왔다. 기대를 하고 갔던 그곳에 내 책이 없자 허무한 마음에 언니랑 막걸리를 마시러 갔다. 근처 작은 식당에서 감자전에 막걸리 한잔을 하고는 집으로 왔다. 그리고 다음 날 혼자서 강남 교보문고와  영풍문고에 갔다가 종로로 넘어와서 영풍문고와 교보문고를 돌아보았다. 강남 영풍문고를 제외한 나머지 서점들에서 <어쩌다 쿠바>가 진열되어 있는 것을 보았다. 신기했다. 정말 내 책이 여행 신간에 진열되어 있었다. 경쟁이 가장 심한 광화문 교보문고에서는 약간 구석에 있길래 밖으로 빼놓았는데 그게 뭐라고 내 가슴은 또 콩닥콩닥 뛰었다.



버스 타고 서점 네 군데를 돌고 책을 한 권씩 사서 집으로 돌아온 그날 그동안 누적된 피로가 몰려와 바로 몸에 신호가 나타났지만 내 책이 세상에 나왔는데 그런 게 대수랴!


그 후로 주위의 많은 분들이 바쁜 나를 대신해서 서점에 가셔서 인증숏을 찍어서 보내주셨고 그 고마움은 차곡차곡 마음속에 쌓아놓았다. 힘들 때보다 내가 잘 될 때 기뻐해 주는 이들이 나를 진심으로 아껴주는 이들이라는 걸 살면서 경험하고 깨달았는데 이번에 몸소 확인을 하며 나의 인간관계도 돌아보게 되었다.


그래도 중쇄는 찍겠지라는 나의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고 오만한 것인지도 알게 되었다. 경제서적과 마음을 다스리는 책들은 인기가 많은 반면 여행 에세이는 그리 인기가 있는 있는 편이 아니었고 특히나 쿠바는 한국에서 어쩌면 생소한 나라 이기도해서 대중들의 관심을 끌기에 아직은 부족한 점이 있는 듯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내 책을 읽으시고 따뜻하고 감동적인 후기를 남겨주셨고, 그분들께 조금이나마 내 책이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니 어찌나 고마운지. 비록 소수의 독자들이 내 책을 읽더라도 한 분 한 분의 마음속에 하나의 별이 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내 첫 번째 책의 소명은 다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인을 해 달라고 했다. 내가 슈퍼스타도 유명 작가도 아닌데 그냥 사인만 하는 건 어색해서 이름을 적고 그분에 맞는 글을 적다 보니 사인이 편지처럼 되기도 했다. 그런데 참 신기한 게, 이름을 적고 나면 잘 모르는 분들인데도 그분들과 순간적으로 통하는지 그분들이 느껴져 자연스레 글로 표현이 되었다. 글이 쓰인 책을 받고 너무나 기뻐하는 모습들을 보며 내가 더 고맙고 행복했다.



<어쩌다 쿠바>를 통해서 책 한 권을 쓰는 것도 힘든 일이지만 이 책이 세상에 나오기까지의 과정도 만만찮다는 걸 알게 되었다. 등단하지는 않았지만 나에게 '작가'라는 칭호를 가져다준 자식 같은 내 첫 작품인 <어쩌다 쿠바>를 읽어주시고 관심 가져 주시는 모든 분들께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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